<7년의 밤>에서 ` 나는 내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 ` 로 시작되는 소설의 첫문장에 웬일인지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습니다. 그리고 순간 이 책에 완전히 몰입하리란걸 느꼈고 끝까지 그런 느낌으로 읽어내려간것 같습니다. 뭐랄까. 책의 구성이 텅빈 공간이 느껴지는 숲이 아니라 빽빽하고 울창한 큰 나무, 작은 나무들로 꽉꽉 들어찬 숲의 느낌이랄까.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난 뒤 책속 글자가 뛰어쓰기 없이 꽉꽉 들어차있는것만 같아 다시 한번 뒤적거려봤는데. 정유정 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뇌리에 깊이 각인이 될 것 같아서죠.
저에게 그녀의 첫번째 책으로 읽혔던 <내 심장을 쏴라>라는 책은 상당히 유쾌하게 읽었던 반면 이 책은 그 반대였서. 세령호의 세령이라는 아이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 책을 읽는 내내 서늘서늘하고 소름이 오소소 돋았고. ˝아빠˝ 라는 그 한단어를 되뇌일때마다 섬짓했었습니다. 그리고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소설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하게, 그것이 잘못된 사랑이고. 잘못된 일이고,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자꾸 그 당사자에게는 오히려 연민의 마음이 갔었습니다. 쯧쯧쯧, 혀를 차면서도, 동정심이 자꾸 이는.. 그런...?
자신의 딸과 아내를 학대하고 그것이 자신 스스로의 사랑이고 지켜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렇게 표현했던 세령마을의 주인이자 세령이라는 아이의 아빠인 영제. 이 사람의 행동은 정말 이해할수가 없지만, 왠지 동정심이 갔었던건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라도 할수 있다는 듯이. 12살인 현수는 `미치광이 살인마`라는 죄목으로 살인형을 언도받은 자신의 아버지를 보게 되고, 세령이라는 여자아이를 차로 치이고 목졸라 죽여 호수에 버리고 아내를 죽인 남자라는 죄명으로 잡힌 현수아빠. 그리고 이 중간에 두사람을 도와주는 승환.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누가 범인이고, 어떤 죄를 지었는지를 다 이야기해주면서, 각자의 사연과 상황. 심정. 등을 조금씩 밝혀주고 결국은 어떤 결말로 치달아 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그 7년의 밤동안.... 결국 그들에게 있어 사랑하는 사람은 가족이고, 상처받은 기억들은 그 죄를 낳게 만들었지만, 그러나 결국은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된다는 것. 너무 몰입하면서 읽었던 책이었는데, 이 작가의 다음 책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언제 신작이 또 나오려나? 하고? ^^ 그런데 이렇게 나오다니!!! 정유정작가의 <28>!! 정말 기대되고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펼쳐주실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