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생각하지만, 이 작가분의 글은 평가하기가 애매해요[웃음]
딱히 큰 재미는 없다보니 별로인가 싶다가도, 조곤조곤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필력은 나쁘지 않단 말이죠. 그러다보니 다음 글은 좀 더 재미있어 지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계속 구매하게 됩니다[...]
... ...해서 이 분도 약간, 이야기 구성보다 소재의 특이성에 기대는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지금까지 내신 글은 다 읽어 봤는데 그 중 사건이나 감정 싸움이 가장 격렬했던 글은 Unfortunate accident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 외에는 테이크 투 정도? 이것도 회귀 전 동생에게 살해 당했다는 점만 빼면 회귀물의 특성상 큰 고비 없이 흘러갑니다.
고비가 없는 건 아닌데, 워낙 느긋한 분위기로 쓰시다보니 긴장감이 적어서 사건이 사건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야할까;
대체로 어딘가 부족하거나 망가진, 혹은 약자의 입장에 있는 인물들을 다루면서 치유되어 가는 모습들을 잔잔하게 쓰시는 편입니다. 사건보다 감정의 자각과 이해에 시각이 맞춰지는 쪽이죠.
여기선 태어날 때부터 순수한 애정을 받지 못했던, 그러다 결국 친부에 의해 제거 당할 위기까지 몰렸던 수와. 지나친 애정으로 인해 삐뚤어진 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예전에 친오라방이 제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왜 러시아에서는 철학과 문학이 발전했을까, 라고. 유럽에 비해 척박하고 살기 힘든데 어째서? 그래서 저는 이렇게 대답했죠. 집구석에 틀어박혀 생각말고 할 게 어디 있겠냐고[...] 뭣보다 독한 술 때문에 정신이 자유롭지[!!] 않겠냐...
... ...뭐, 그런 겁니다[...]
농담은 농담으로... ...[쿨럭;]
어쨋거나 갇혀지내다 보니 생각말고 할 게 없던 수님은, 너무나 너무나 소심해서 자신도 모르게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분석하려 합니다. 눈치밥도 너무 먹다보니 체한 거죠. 말과 행동보다 생각하고 생각하다 그 생각대로 결론 짓고 미리 포기해 버립니다.
최악의 사태로 고향마저 떠나야 했던 수는 이런 트라우마가 강화, 고착된 상태죠.
이 글은, 의심하고 경계하고 자기상상에 빠진 수가 공의 애정을 오해하고 도망쳤다가 도로 붙들려 와 [어익후, 이거슨 나님의 미슷훼잌] 이럼서 다시 꽁냥꽁냥하는 게 핵심입니다[...]
그 와중에 애처럼 버럭[!!]하고 징징거리는 공이 좀 귀엽죠.
두 사람을 중심으로 사건을 이끌어가기 때문에 이야기는 안정적입니다. 주변 인물들을 언급하느라 글의 흐름이 새지도 않고, 엉뚱한 방향으로 뒤틀리지도 않죠. 그래서 무난한 재미로 읽으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정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만큼 사건의 진폭도 줄어들고, 밀고 당기는 흐름의 긴박감이 적다보니 독자를 휘어잡는 매력도 떨어집니다.
모든 걸 좋게 좋게 말썽 없이 끝내려는 것처럼. 작가분이 일정 범위에 선을 그어두고 애들을 굴리는 것 같아요. 하다 못해 수가 가출했을 때 노예 시장 정도는 팔려가줬어야 하는데... ...[쳇] 뭔가 흥미진진해질 것 같다가도 여기서 커트, 하고 잘라버리는 기분이 들 때가 좀 있습니다.
거기다 악당을 악당으로 만들지 못하신단 말이죠.
... ...천사의 탈을 버리세요. 작가님[...] 음...막, 이렇게 저렇게 막 나가도 뭐라 할 사람 없습니다. 삐뚤어지세요. 365도의 128도 정도만.
왕제공/천하태평이공/도박좋아하공/삐뚤어진애공/키잡이취향이었공
천출수/소심수/생각의늪에빠졌수/가출상습범이되었수/눈치가둔치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