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란스럽네요. 정말로 혼란스러워요.

 

 작가분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아 머릿속이 헝클어지는 기분입니다. 아니, 정말 모르겠다는 건 아니구요. 중간 풀이 과정에서 뭔가 흐름이 좀 꼬여버린 느낌이랄까. 딱 이거라고 집어내기는 애매하고... ...

 

 나이탓인가.;;

 

 ... ...그... ...내용누설이 될 것 같은데... ...

 

 가능하면 이 글은 미리 어떤 정보도 없이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반전에 반전이 이어지는 지라.

 

 ... ...해서 아래부터는 글을 읽으신 분들만 봐주셨으면 합니다;

 

 이야기의 가장 큰 틀은 여주가 쓰게 될 '소설'의 집필 과정입니다. 시작은 소설의 자료 조사, 끝은 소설의 완성과 출간이죠.

 

 동화 작가였던 여주는 대중적으로 인지도를 얻을 만한 글을 쓰고 싶었고. 그 소재로 살인범의 누명을 벗고 은거 생활을 하고 있는 천재 화가를 주목합니다. 어렵게 연락을 취한 후 한 달 정도 지나 그로부터 답신이 오고, 살인 사건이 일어난 배경이자 남주가 살고 있는 시골로 인터뷰를 하기 위해 찾아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첫 만남부터 동요하는 여주.

 

 그와 자신을 모델로 한 소설 속 인물들을 완성해가면서 여주는 점차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혼란스러워하게 됩니다.

 

 설레임과 동시에 느끼는 두려움.

 

 단 둘이 마주 하게 되는 시간을 회피하고 싶은 한 편으로, 글을 완성시켜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서라도 그의 곁을 맴돌죠.

 

 여주는 그렇게 '소설'을 명분으로 아슬아슬한 선 위에 서있었고. '인터뷰'는 '소설' 속 인물이 아닌 서로의 감정을 파헤치고 이해해가는 과정으로 변해갑니다.

 

 그림을 통해 상처를 토해내는 남주와 글을 씀으로써 자신이 가진 두려움을 드러내는 여주의 진실 게임이 이어지죠.

 

 '글'과 '그림'은 주인공들이 서로의 상처를 읽어냄과 동시에 공감을 일으키는 매개체가 됩니다.

 

 공감과 이해. 동화同化.

 

 가상과 현실을 오고 가던 대화는 이제 직접적인 행동을 통해 진심을 드러내게 되는데요.

 

 소설 속 '주인공'과 현실의 '남주'에 대한 혼란을 느끼던 여주는 남주를 이해하고 받아들임으로써 곧 그가 그려낸 그림 속에 자신의 과거를 투영시킵니다.

 

 후에 그녀가 그림을 통해 느꼈던 '공포'는 자기자신이 가지고 있던 감정의 반영이었던 겁니다.

 

 남주는 언제나 지켜보는 입장이었죠. 자신의 과거에서도, 현재에서도. 늘 자신이 구축한 영역 안에 머물러 있었고, 그 안으로 들어와 먼저 다가온 것은 여주였습니다.

 

 실상 관찰자는 남주였고, 이 또한 독자가 미처 깨닫지 못한 반전이었죠.

 

 글의 핵심은 남자가 가진 과거와 여자가 가진 과거, 과거의 접합점인 '어둠 요정과 괴물'이라는 동화입니다.

 

 아마도 '동화'를 통해 여자가 숨겨놓은 공포의 이유를 복선처럼 깔아두신 것 같은데요. 그게 아니었다면 마지막 반전이 좀 뜬금없고 급작스럽게 느껴졌을 거라고 봅니다.

 

 이야기의 화자격인 여주의 입장에서 사건의 서술이 이루어졌던 만큼, 중반 이후로 여주가 느낀 혼란 만큼이나 드러난 반쪽 진실에 독자 또한 따라갈 수 밖에 없었고... ...상황이 빠르게 전환되다보니 독자가 이야기를 이해하고 좇아갈 만한 설명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거기에 초반부터 중간까지 남주와 여주가 서로 찔러보고 툭툭 퉁겨보는 대화가 느긋하면서도 긴장감 있게 진행되다가... ...스릴러에서 로맨스로, 로맨스에서 다시 스릴러로 급물살을 타면서 느끼게 된 흐름의 단절과 속도차도 있었구요.

 

 후반 들어 줄거리를 몰아치는 느낌이 없잖아 있어서 독자가 주인공들의 감정에 대해 공감을 느끼며 충분히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할 만한 여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야구에서 투수가 빠른 공을 던지다가 느린 공을 던졌을 때 타자가 느끼는 감정과 비슷한? 잘못된 건 아니지만 적응하기가 어려웠던 듯도 싶고;

 

 굳이 지적하자면, 이야기의 중심이 여주로 밝혀진 이후에도 트라우마의 근원인 여주의 가족사나 아버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고. 과거 주인공들이 처음으로 접촉했던 장면도 간단히 넘어가 그 장면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남주가 여주에게 어둠 요정과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한 이유. 왜 굳이 그녀에게 했는지. 그리고 그 이야기를 소재로 동화를 써서 상을 받았다면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그냥 못 알아봤다, 로 끝나는 건가요;

 

 또 여주가 남주를 찾아가게 된 계기이자, 중요한 포인트인 살인사건에 대한 부분도 확실하게 정리되지 못한 것 같거든요. 대체 진범은 왜 부인을 죽였답니까; 네?; 시키는 대로 안 한다고? 그게 끝?;

 

 물론 두 사람의 감정선 외에 다른 부분은 간략히 함으로써, 주인공들의 심리 변화에 주목하려는 작가의 의도는 좋았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내신 글 중에 가장 재미있게 읽기도 했구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 2% 부족한 안타까움을 뭐라고 해야할지;;

 

 참 좋은데 뭐라 말 못하는 그 기분 있잖습니까;

 

 이런 글은 두 번째 읽으면 재미가 떨어지기도 하고 처음의 긴장감을 느낄 수 없으니, 한 번 읽고 쓰는 동안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에요[웃음]

 

 여튼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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