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녹음이 시작되면,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멀뚱히 바라보기만 했다. 녹음을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인 것처럼 여기는 경우도 있었다. 방에 있는데도 연단에 오른 것처럼 긴장해 말을 잇지 못했다. 들어주는 이 없어 속엣말이 쌓인 나이 든 여성들이 더 그랬다. - P49
빈곤한 이들은 경제적인 어려움뿐 아니라, 자기 상황을 말로 표현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부당한 환경을 비판하기보다는 부족한 자신을 탓하는 경향이 있다. 존중받은 경험이 적어서 자기를 좋아한 사람과 싫어한 사람, 자신이 잘한 것과 못한것을 나누며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한다. - P110
청자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말하려던 이는 침묵할것이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상처받지 않는 쪽을 택할것이다. - P135
그래서 나도 저이와 같은 폭력을 당했다고 말하지 못하고, 나도 ‘정상‘이 아니라고 말하지 못한다. 당신들이 기대하는 착한 여자로 자라지 않았다고, 단란한 가족사진 속의 주인공들처럼 행복한집에서 살지 않았다고 말하지 못한다. - P179
"기도 덕분이에요.. 저는 저에게 있었던 모든 일을 신에게 고백하고 구해 달라고 빌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말을 다 할 수 있어서 정신을 지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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