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개정판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끝으로 내부와 외부가 따로 없는 입체는 없는지 생각해 보자. 내부와 외부를 경계 지을 수 없는 입체, 즉 뫼비우스의 입체를 상상해 보라. 우주는 무한하고 끝이 없어 내부와 외부를 구분할 수 없을 것 같다. 간단한 뫼비우스의 띠에 많은 진리가 숨어 있는 것이다.
- P33

그는 증오하는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 P40

그는 직장에서, 지하도 속에서,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그리고 숱한 배기가스 속에서 쫓기며 몸 둘 바를 몰라 하는 자신을 느낀다고 말했었다. - P41

아들은 아버지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다. 아들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생각 때문에 고통을 받을 것이다. 너무나 바르고 너무나 옳은 그 생각들은 아들을 또 얼마나 괴롭힐 것인가? - P47

달걀 생산을 늘리기 위해 사육사들이 조명장치를 해놓은 사진을 어디에선가 보았다. 닭장 속의 닭들이 겪는 끔찍한 시련을 난장이도, 저도, 함께 겪고 있다고 생각했다.
- P63

이때까지 그와 그의 식구들은 더러운 동네, 더러운 방, 형편없는 식사, 무서운 병, 육체적인 피로, 그리고 여러 모양의 탈을 쓰고 눌러 오는 갖가지 시련을 잘도 극복해왔다. - P64

"아저씨."
신애는 낮게 말했다.
"저희들도 난장이랍니다. 서로 몰라서 그렇지, 우리는 한편이에요." - P65

그는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너무나 끔찍하다고 했다. 그의 책에 의하면 지상에서는 시간을 터무니없이 낭비하고, 약속과 맹세는 깨어지고, 기도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눈물도 보람 없이 흘려야 하고, 마음은 억눌리고 희망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제일 끔찍한 일은 갖고 있는 생각 때문에 고통을 받는 일이다. - P76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 P93

아버지는 그동안 충분히 일했다. 고생도 충분히 했다. 아버지만 고생을 한 것이 아니다. 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의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할아버지 -또- 대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 P100

아버지의 신장은 백십칠 센티미터, 체중은 삼십이 킬로그램이었다. 사람들은 이 신체적 결함이 주는 선입관에 사로잡혀 아버지가 늙는 것을 몰랐다. - P109

"사람들은 사랑이 없는 욕망만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 한 사람도 남을 위해 눈물을 흘릴 줄 모릅니다. 이런 사람들만 사는 땅은 죽은 땅입니다." - P117

"우리는 우리가 받아야 할 최소한도의 대우를 위해 싸워야 해. 싸움은 언제나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이 부딪쳐 일어나는 거야. 우리가 어느 쪽인가 생각해 봐." - P121

"폭력이란 무엇인가? 총탄이나 경찰 곤봉이나 주먹만이 폭력이 아니다. 우리의 도시 한 귀퉁이에서 젖먹이 아이들이 굶주리는 것을 내버려 두는 것도 폭력이다." - P125

한결같이 영양이 나쁜 얼굴들이었다. 거기서는 눈물 냄새가 났다. 나는 눈물 냄새를 가슴으로 맡았다. - P127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식들이 전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첫 번째 싸움에서 져 버렸다. - P131

우리의 밥상에 우리 선조들 대부터 묶어 흘려보낸 시간들이 올라앉았다. 그것을 잡아 칼날로 눌렀다면 피와 눈물, 그리고 힘없는 웃음소리와 밭은기침 소리가 그 마디마디에서 흘러 떨어졌을 것이다. - P139

우리가 이야기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하나도 없어. 어떤 일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건 우리가 아냐. 그런 사람들은 따로 있어. - P170

우리나라에서 십대 노동자에 대해 죄스러운 마음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 P190

난장이 아저씨의 아들딸과 그 어린 동료들이 겪는 일을 보고 느낀 것이 있습니다. 197X년, 한국은 죄인들로 가득 찼다는 것입니다. 죄인 아닌 사람이 없습니다. - P191

아버지의 시대가 아버지를 고문했다. 난장이 아버지는 경제적 고문을 이겨내지 못했다. - P231

어머니의 가계부는 이런 내역들로 꽉 찼다. 나는 은강에서의 생존비를 생각했다. 생활비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생존비였다. - P241

아버지는 생명을 갖는 순간부터 고생을 했다. 아버지의 몸이 작았다고 생명의 양까지 작았을 리는 없다. 아버지는 몸보다 컸던 고통을 죽어서 벗었다. - P245

아버지는 열심히 일했다. 열심히 일하고도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잃었다. 그래서 말년의 아버지는 자기 시대에 대해 앙심을 품고 있었다. - P245

노동자들은 싸고 독한 술을 마셨다. 죽어서 천국에 간다는 복음만이 그들에게 위안을 주었다. - P247

나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사랑 때문에 괴로워했다. 우리는 사랑이 없는 세계에서 살았다. - P253

어머니를 제일 먼저 놀라게 한 것은 블랙리스트에 나의 이름이 올랐다는 것이었다. 조합 활동에 깊이 관여한 노동자들의 취업 기회를 봉쇄하기 위해 은강 공장의 사용자들이 작성한 명부에 나의 이름이 올랐던 것이다. - P277

"나는 여러분과 여러분의 동료들이 열심히 부를 생산하는 것을 보아 왔습니다"라고 목사는 말했다. "그러나 부를 생산하고도 그것을 제대로 나누어 받는 사람은 아직 한 사람도 못 보았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 P278

시퍼런 칼을 맞아 살이 찢겨 파이고 칼자리에서는 피가 흐르는데 그 상처에 소금을 뿌려 넣는 무엇의 정체를 나는 알 수 없었다. 행복동 시절을 생각하면 언제나 슬픔이 앞섰다. 난장이네 큰아들로 태어나 자란 나는 정말 불행하게도 무엇을 선택할 기회를 한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 - P290

나는 일 분 가량 잠수해 있었다. 풀 밑바닥 모퉁이에 몸을 오그리고 앉아 느끼는 일 분 동안의 숨막힘, 일 분 동안의 거짓 절망이, 나중에 잃게 될 내 세계와 지금 멀어져 버리는 괴로움으로 변해 나를 죄어 왔다. - P307

사람으로서 자기의 저항권 행사를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는 바보든가 생존을 포기한 자일 것이라고 말했다. - P333

하루하루 열심히 혁명을 준비하며, 그러나 오늘도 오지 않은 그 혁명을 지치지도 않고 기다리는 자들과 나는 거리를 두고 앉아 조용히 들었다. - P337

앙상한 뼈와 가시에 두 눈과 가슴지느러미만 단 큰가시고기들이었다. 수백수천 마리의 큰가시고기들이 뼈와 가시 소리를 내며 와 내 그물에 걸렸다. 나는 무서웠다. 밖으로 나와 그물을 걷어 올렸다. 큰가시고기들이 수없이 걸려 올라왔다. 그것들이 그물코에서 빠져나와 수천수만 줄기의 인광을 뿜어내며 나에게 뛰어올랐다. - P335

사람들의 사랑이 나를 슬프게 했다. - P345

우리는 너무 바쁘기만 했다. 그동안 바빴던 것은 과연 우리의 가치를 위해서였을까? 짧은 시간이지만 생각을 해보자. - P350

한 주전자의 커피와 한 말의 술을 마시면서 좋은 글을 못 쓰고 울기만 한 나를 이해해라. - P362

지구에 살든, 혹성에 살든, 우리의 정신은 언제나 자유이다. - P36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밸러리
사라 스트리스베리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쏘고 싶던 모든 남자들에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 년 동안 살았던 아이 - 조현병 엄마와 함께
나가노 하루 지음, 조지혜 옮김 / 낮은산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와 함께, 만 년은 아니어도 삼십 년 정도는 미리 살았던, 그 시차를 서른이 되고서야 알아챘던, 나와 같은 어른이 이 책을 읽으며 나와 같을 아이를 생각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처 입은 앎 - 그리스도교 신앙의 역사 다시 보기 로완 윌리엄스 선집 (비아)
로완 윌리엄스 지음, 민경찬.손승우 옮김 / 비아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처입은 입이 말을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누수 일지
김신회 지음 / 여름사람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이 나도 살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