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이 날 때 불러 봐 뿡뿡유령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김경연 옮김, 프란치스카 비어만 그림 / 웅진주니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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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겁이 많은 오빠 요치는 도무지 두려워하는 것이 없는 동생 미치를 무섭게 하려는 목적으로 유형 인형을 만들게 되는데, 평소 화가 나서 몸이 '뻥' 터져버리려고 할 때 욕 대신 사용하는 "꾸꾸빵똥뿡뿡야"를 세 번 외친 날 유형 인형이 진짜 살아있는 "뿡뿡유령"이 되어버린다. 그런데 이 아기 유령은 요치처럼 겁이 많고 요치보다 더 아기라서 요치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게된다. 점점 아기 유령을 좋아하게 된 요치는 유령의 존재를 알게 된 미치와 함께 엄마 뿡뿡유령을 만들게 되고, 엄마와 아기 뿡뿡유령은 함께 뿡뿡유령의 나라로 날아가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커다란 엄마 유령을 떠나보내면서 평소에 겁이 없었던 동생 미치는 처음으로 무섭다고 오빠에게 함께 자자고 말한다.

  이 이야기는 모든 아이들이 마음 속 두려움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사랑스럽게 다루고 있다. 거미줄을 하루 세끼 먹고, 장롱에서 잠을 자며, 진짜 아기처럼 혼자 있지 못하고 많은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아기 유령..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유령의 모습에다 작가만의 독특한 상상력을 더해 사랑스럽고 생생한 아기 유령 뿡뿡이 탄생되었다. 이 유령은 사실 겁많은 오빠 요치의 자화상이기도 한데, 요치는 마음속 겁많은 자신을 유령인형의 모습을 꺼내놓고 직접 대면함으로써 스스로 두려움을 극복하고 동생을 보살펴줄 수 있는 든든한 "오빠"가 된다.

  독일어권에서 무척 유명한 작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대부분의 작품처럼 일상생활 속의 아이들 모습과 특징이 자연스럽게 드러나서 저절로 웃음을 짓게 만드는 이야기.. 특히 엄마인 나에게 아프게 다가왔던 장면은 바로 요치와 미치 남매가 아기유령을 위해 엄마유령인형을 함께 만들면서 조금 괴상하게 보이는 짝짝이 눈으로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미치는 엄마들이 꼭 예쁠 필요는 없다고 말했어. 다정하고 상냥한 엄마면 된다고!"

그래, 아이들이 원하는 건 그야말로 다정하고 상냥한 엄마일텐데...

방학이 시작된지 겨우 3일째인데, 벌써부터 짜증내고 화내는 엄마가 되어버렸다.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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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타의 일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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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전적으로 <체공녀 강주룡>의 작가 박서련의 두번째 장편이라는 이유 하나에 꽂혀 읽기 시작했고, 역시 가독력은 최고였던 소설이었다.

sns 다이렉트 메시지, "경아 자살한 거 아닙니다. 제가 압니다. 범인을" 이라는 메시지 도착이후 자살이라고 여겨졌던 여동생 경아가 타살임이 밝혀지고, 또 언니 수아가 복수에 나서게 된다는 이야기는 무척 긴장감이 감돌면서 소설의 내용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특히 일반적인 스릴러(?) 혹은 복수극과는 달리 소설은 복수가 진행되는 과정과 수아가 임용고시 1,2차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을 나란히 함께 진행시킴으로써 과연 그 결말은 어떻게 될 것인지 기대하게 만든다. 결국 이 소설은 복수를 완성시키고, 언니 수아는 교사임용과 폼페이로의 여행이라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에 이르게 된다.

소설가 윤이형은 "사랑받던 마리아에게 일어난 일만큼이나 그 자매 마르타가 행복하고 무탈한 삶에 이르기 위해 일상에서 감당해야 하는 수많은 일들도 마찬가지로 '치 떨리는'것임을 폭로한다. 누구의 고통이 더 큰지를 떠나 어떤 자리에 있든 청년 여성의 삶은 너무 쉽게 악몽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소설은 영리하게 고발한다"고 평했다.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공감했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의 마지막에 수아가 여행전에 받게 되는 발신인 불명의 피에 젖은 운동화 한 켤레는 섬뜩함 그 자체라고 할 것이다.

소설은 무척 재미있었지만, 다만 SNS의 생리와 소설이 내내 기대로 있는 성경의 마리아와 마르타의 우화에 모두 익숙하지 못한 나여서인지 깊은 의미는 해독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저 이제 SNS 세상에서 장차 전적으로 사적인 삶이란 도대체 가능할 수 있는 것인지의 문제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소설의 첫 문장인 <무슨 상관이야, 너나 잘해>라는 내용의 의미가 거의 마지막에 밝혀지게 되는데 무척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긋나버린 시간이 주는 슬픔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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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한 인생
은희경 지음 / 창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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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에 대한 매혹이 가진 고독감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긴 고통의 서사를 거쳐 고독을 껴안고 고독과 연대하면서 평화를 얻게 되는 이야기로 마무리되었다.

아주 오래전에 창비에서 연재할 때 부분 부분 읽어가던 소설이었는데, 그 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읽었다. 무척이나 아름답고 또 슬픈이야기.

내가 그저 남길 수 있는 것은 서정과 서사의 시간, 고통과 고독의 시간에 대한 변주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는 것 뿐이다. 그 과정에서 내가 깊은 생각을 해 보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다시 고통받을 것이지만, 점점 고독의 시간으로 깊숙이 들어가면서 익숙해지고 평화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 뿐이다.

"태연한 인생", 너무나 은희경적인 제목이 아닌가

살아오는 동안 류를 고통스럽게 했던 수많은 증오와 경멸과 피로와 욕망 속을 통과한 것은 어머니의 흐름에 몸을 실어서였지만 류가 고독을 견디도록 도와준 것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삶에 남아 있는 매혹이었다. 고독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적요로운 평화를 주었다. 애써 고독하지 않으려고 할 때의 고립감이 견디기 힘들 뿐이었다. 타인이란 영원히 오해하게 돼 있는 존재이지만 서로의 오해를 존중하는 순간 연민 안에서 연대할 수 있었다. 고독끼리의 친근과 오해의 연대 속에 류의 삶은 흘러갔다. 류는 어둠 속에서도 노래할 수 있었다. - P265

요셉은 인간이라는 유한한 존재가 존엄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개인의 고유함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고유함이 없다면 인간은 시간이 되면 꺼지는 기계처럼 패턴에 의해 소비될 뿐이다. 패턴에는 매혹이 없었다. 타인이 지겨운 것은 관계를 맺기 위해 그런 패턴의 세계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타인에 대한 환멸에는 그나마 고독이 위로가 되었다. 환멸을 완성하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염증이었다. 류가 공책에 쓴것과 달리 어두운 숲을 물려받은 자에게 움직이는 숲을 보는 날은 오지 않았다. 요셉은 검은 보자기로 덮인 어둠 속에서는 노래할 수가 없었다. - P256

이제부터는 쓸쓸할 줄 뻔히 알고 살아야 한다. 거짓인 줄 알면서도 틀을 지켜야 하고 더이상 동의하지 않게 된 이데올로기에 묵묵히 따라야 하는 것이다. 어머니는 그 세계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세계를 믿지 않게 되었지만 그렇다고달리 무엇을 믿는단 말인가. 상실은 고통의 형태로 찾아와서 고독의 방식으로 자리잡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어두운 극장의 의자에 앉아 모든 것이 흘러가고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고통은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침전될 것이었다. 하지만 원심분리가 안의 소용돌이 속에서 추출되고 있는 부유물은 고통으로 보이는 고독이었다. 그 봄날의 피크닉이 오랜 우기 끝에 찾아온 찬란 뒤에 불길함을 숨겨놓았든 모든 매혹은 고독의 그림자를 감추고 있었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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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그만두지 않고 작가되기
최하나 지음 / 더블:엔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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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 그만두지 않고 작가되기>라는 제목에서 단연 눈길을 끌었던 것은 "직장 그만두지 않고"에 있지 않았을까? 당장 전업으로 글쓰기를 하기보다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뭔가 써보고 싶다는 욕구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은 제목. 그야말로 이 책은 책 제목이 9할의 역할을 했다고나 할까? 사실 누구나 생각하고 해본 적도 있을 것 같은 내용들로 거의 채워져있다.

   하루 15분이면 충분하다, 동기부여와 강제성, 나에게 맞는 장르찾기, 혼자 쓰지 않고 함께 쓰기, 글로 부수입 얻기, 연재하기와 출판하기 등등... 다만 연재하기와 출판하기에서 말하는 방법을 실천하려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블로그나 인스타 등에 글을 항상 쓰는 사람이 많은 요즘에는 훨씬 쉬워진 상황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작가가 참 많은 독서를 했다는 점은 인정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이든 많이 읽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1시간이면 거의 독파할 수 있는 이런 책들이 참 많이도 나온다. 실용적인 목적이겠지.. 물론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한겨레 토요판에 연재되는 장강명의 <장강명의 책 한번 써봅시다>라는 칼럼에서 말하는 것처럼, 나도 다양한 직군과 다양한 환경에 놓여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써낼 수 있는 환경을 꿈꾼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되고 싶어하는 그런 사회를... 버스운전사이자 시인, 택시기사이면서 르포작가, 경찰관 소설가, 판사 소설가, 의사 동화작가 등등 그렇다면 나도 대학 시간강사이면서 동화도 쓰고, 소설도 쓰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아마 마음 속 깊은 곳에 담긴 내 욕망의 끝자락을 이 책의 제목이 건드려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 책에서 말한 것처럼, 이제 하루에 한줄이라도, 하루에 한번이라도 쓰기를 해 보려한다. 다이어리에 쓰는 간단한 일기에서 한걸음 더 나가서 책을 통해 생각하는 시간을 만들어 보자. 화이팅!!

   2019년 크리스마스에 나 자신을 위한 멋진 성탄 선물이 되었기를~~

 

직장인의 글쓰기는 하루 15분이면 충분하다. 요일이 아닌 횟수로 목표를 잡자. 열심히 했다면 스스로 상을 주자. 나에게 맞는 장르는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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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 이야기 세트 - 전4권
김은성 지음 / 애니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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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이야기도 역사가 되어야 한다는 작가의 말에 크게 공감했다. 'history' 만이 아니라 'herstory'도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이야기. '내 어머니'는  가장 남녁땅에서 태어나  실향의 아픔은 없지만, <내 어머니 이야기> 속 엄마처럼, 그리고 그 시대 대부분의 평범한 어머니처럼 자식과 남편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아오셨다. 평소 늘 엄마가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친근한 내용이어서 이 책은 모든 어머니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있어서, 우리 어머니 세대의 이야기가 역사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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