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309동1201호(김민섭)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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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화제가 되었던 책이어서, 늦었지만 보았다...

'나도 지방대 시간강사'여서 그런가 공감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너무나 평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참 열정적인 젊은 강사구나하는 생각이어서, 사실 현실적으로는 거의 와 닿지를 않았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작가는 자신의 조건에서 열심히 노력했고, 노력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책이다.

 

나의 삶의 방식과 태도에 대한 전복적인 변화를 꿈꾸게 된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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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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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 독특한 문체가 인상적이었다.

만연체의 문장, 라임처럼 야구의 변화구처럼 같은 듯 다른 듯 계속 이어지는 문장, 유머와 반전, ~다로 끝나고도 다시 역전되어 이어지는 문장 연결 방식 등이 이 소설의 주제처럼 모든 무거움을 몽땅 빼버리겠다는 각오처럼 보이기도 하고 동시에 헐렁헐렁 가벼워 보이는 문장들 속에 뜻밖의 철학과 무게가 담겨있어 있어 결코 가벼운 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한다. 마지막까지 소설 자체의 힘에 이끌려 끝까지 단숨에 읽게 되는 소설, 결국 재미있었다는 말이다.

 

먼저 삼미 슈퍼스타즈는 최하위의 문신과 같은 존재다.

몸에 새겨져 흐르는 피처럼,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본적(本籍)’처럼 그냥 나에게 주어진 운명 같은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문신은 언젠가 슈퍼맨이 되겠다는 욕망(판타지)을 추동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어린이 팬클럽 회원으로서의 경험으로 인해 소속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일류대진학을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 현실 세계에서 일류대라는 소속은 ‘<평범하다>는 말을 쓰는 것 자체가 낭비일 만큼 평범한내가 슈퍼맨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류대와 슈퍼맨은 결국 판타지에 불과한 것이었고, 1998IMF로 상징되는 본격적인 신자유주의 시대에 낙오자가 되어버린 는 실업자, 무직, 비정규직 등 소위 사회의 루저들과 함께 다시 삼미 슈퍼스타즈 팬클럽을 만들게 된다. 그리고 삼미 슈퍼스타즈 식의 야구를, 삼미 슈퍼스타즈 식의 삶을 살고자 한다.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필요 이상으로 일하고, 필요 이상으로 크고, 필요 이상으로 빠르고, 필요 이상으로 모으고, 필요 이상으로 몰려 있는방식의 삶이 아니라 텅 비어서 누구나 언제나 무엇으로도 채울 수 있는 그런 낙천적인 삶을 살고자 한다. 왜냐하면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있기 때문이다. 탄탄대로가 아니라 좁고 구불구불한 샛길에 있기 때문이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호스피스 병동에서 벌어지는 삶과 죽음의 시간을 다루는 힐링 드라마 <초콜릿>완도라는 공간처럼 이 삼천포도 어쩐지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삼천포라는 지명이 사천으로 바뀌면서 공간은 그래도 남았지만 지명은 사라지게 된 사실과 별도로 사실 삼천포든 사천이든 이 곳 역시 신자유주의의 강력한 영향력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못하다는 점이 더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겨운 세상을 살아내는 우리에게 이런 공간의 존재 자체가 위로가 될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문학이 주는 위안이 아닐까?

인생은 참으로 이상한 것이다. 힘들다고 생각하면 힘들고, 쉽다고 생각하면 쉽다. 이혼을 하고 실직을 당한 그 시점에서부터, 나는 서서히 인생을 쉽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자 하나씩, 하나씩 할 일들이 생겨났다. 우선 그날 이후 나는 하릴없이 하늘을 쳐다보는 새로운 습관이 생겨났고, 어느새 산보를 하며 하늘을 즐기는 것이 하나의 중요한 일과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하늘을 즐겨가면서 나는 점점 낙천적(樂天的)인 인간으로 변해갔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나는 매일매일 변해갔고,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변해갔으며, 변화를 거듭할 때마다 방주를 찾아오는 재구성된 지구의 새로운 종들을 만났다. 다섯 번째 종은 개구리밥이었다. - P241

올 여름은 왜 이렇게 긴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나는 비로소, 시간은 원래 넘쳐흐르는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말이지 그 무렵의 시간은 말 그대로 철철 흘러넘치는 것이어서, 나는 언제나 새 치약의 퉁퉁한 몸통을 힘주어 누르는 기분으로 나의 시간을 향유했다. 신은 사실 인간이 감당키 어려울 만큼이나 긴 시간을 누구에게나 주고 있었다. 즉 누구에게라도, 새로 사온 치약만큼이나 완벽하고 풍부한 시간이 주어져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 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니 지난 5년간 내가 팔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시간, 나의 삶이었던 것이다.

알고 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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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어떻게 쓸 것인가 서울대학교 글쓰기교실 연구노트총서 4
김지미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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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영화보기와 영화읽기, 에서 '성실한'이라는 수식어가 핵심이다. 1년에 보게 되는 숱한 영화들을 늘 그냥 보내버리는  것이 너무 아쉽다. 영화를 단지 오락의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도 아닌데 말이다.  어느 순간엔 제목조차 가물가물해지고, 단순히 호오의 감정만 남게 되니 통탄할 지경이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내가 본 영화들, 최소한 감동받고 좋았던 영화들에 대해서는 기록해두고자 한다. '영화의 순간'이라는 공간까지 만들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영화평'을 쓰는 기본적이고 초보적인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이 책에서 시작할 것이다.

물론 가장 단순하게는 많이 보고, 메모하고, 생각하라는 것에서 출발할 것이고,

이 책에서 제안한 영화 관련 서적도 열심히 볼 것이다. 

 

뜻밖의 성과라고 한다면, 영화관련 보고서 작성 요령과 관련한 부분에서 언급한 제목 선정과 줄거리 에 관한 내용이다. 나 자신도 제목의 중요성과 줄거리 요약의 의미에 관해 간과했었던 것이다. 좋은 팁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이 책을 읽은 효과는 "영화의 순간"에서 확인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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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맨
애나 번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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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 번스의 <밀크맨>과 관련된 비평에서 등장하는 말들, 즉 '성폭력과 부족주의에 관한 기민한 관찰' '여자들에게 가해져온 소리 없는 폭력에 관한 소설' '블랙 유머를 곁들인 성장소설인 한편 강간문화와 이런 사회에서 여성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를 결정적으로 그린 책' 등등

이런 평가는 1970년대 북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이 사실은 지금, 현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밀크맨>은 육식동물처럼 슬금슬금 다가오며, 다양한 암시, 은유, 재현, 상징 등을 동원해서 가해지는 보이지 않는 공포를 그야말로 전방위적으로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작가의 의식의 흐름과 유사한 서술을 따라가다보면, 우리는 끝없이 이어지는 자세한 설명이 사실 이 공포를 다양한 각도에서 다루기 위해서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과정은 객과적 묘사, 소문의 전달, 주관적 판단, 긍정과 부정, 부정의 부정 등의 수많은 언어 표현을 통해서 드러나게 되는데, 일견 중복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실은 주인공의 감정과 정신 상태의 변화를 생생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부족주의'라는 말이 적절한, 폐쇄적 정치 공동체 속에서 자신을 지키려고  자신의 생각을 숨기고 왜곡된 방식으로 드러내던 주인공이 어느날 스스로가 사라져버렸음을 깨닫게 된다. 그 후 가족, 친구, 애인, 이웃 등 숱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고 현실을 직면하면서 결국 희미하게나마 '거의' 웃을 수 있게 되는 것으로 끝나는 소설..

 

장장 500페이지에 이르는 두터운 책을 덮으면서 그녀와 함께 긴 숨을 내쉬게 만드는 소설,

다시 첫장을 넘겨보니, 이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단단한 구조로 짜여진 소설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최소한 형식적으로 신선한 소설이었다. 언젠가는 꼭 다시 읽어볼 소설이다.

여기 사람들은 대부분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진심을 말하지 않는 한편 누가 자기 생각을 읽으려 하면 그 사람에게 가장 위쪽 마음 상태만 드러내고 진짜 생각이 무엇인지는 의식의 수풀 안에 감춘다. - P61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알아차라지 못하는 사이에, 삶에 대한 나의 무감한 접근이 겉으로만그렇게 꾸민 가면이 아니라 점점 실제가 되어갔다는 것이다..... 감정이 표출되기를 멈춘 것이다. 그러더니 아예 사라져버렸다. 무감함이 어찌나 발달했는지 지역 사람들만 내 속을 알 수 없는게 아니라 이제는 나도 내 속을 알 수가 없었다. 내면세계가 통째로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불신, 밀고 당기기, 저격, 응사, 우회, 왜곡 등이 신체적으로도 에너지를 고갈시켰다. 사람들과 내가 최종 맞대결을 향해 멈추지 못하고 굴러가는 기분이었다. - P252

그런 식으로 일이 이루어졌다. 밀크맨이 아주 조금씩 조금씩 접근하고 잠식하고 육식동물처럼 슬금슬금 다가왔기 때문에 뚜렷하게 집어 말하기가 힘들었다. 여기에서 조금, 저기에서 조금, 어쩌면, 어쩌면 아닌지도, 아마도, 모르겠다. 계속적인 암시, 상징, 재현, 은유가 있었다. 내가 받아들인 의미가 그가 의도한 것일 수도 있지만 아니었을 수도 있었다. - P257

우리는 작은 대문을 열고 닫고 할 것도 없이 작은 산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었고 나는 초저녁의 빛을 들이마시며 빛이 부드러워지고 있다는 것, 사람들이 부드러워진다고 부를 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저수지 공원 방향으로 가는 보도 위로 뛰어내리면서 나는 빛을 다시 내쉬었고 그 순간, 나는 거의 웃었다. - P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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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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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은 작가의 문학여정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독서를 엿볼 수 있고, 동시에 그 책들에 대해서 나도 같이 생각할 수 있었다. 이미 읽은 책은 새롭게, 읽지 않은 책은 두근두근 호기심을 품고. ,

나에게 문학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늘 말해왔던 것처럼, 문학은 세상을 아름답게 할 수 있으니, 모든 사람들이 전문적인 작가가 되지는 않더라도 누구나 "문학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시쓰는 버스운전사, 동화쓰는 선생님, 소설쓰는 판사와 검사, 책읽는 청소부, 에세이쓰는 경찰관 등등 사실 현실에도 문학은 이렇게 우리 가까이에 있으니까... 그래서 그가 소개하는 혹은 언급하는 많은 책들을 아직 읽지 않았음에 절망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읽을테니까. 길어진 독서 리스트가 숙제가 아니라 절망속의 기쁨이 될 수 있기를, 작가의 말처럼, 절망하는 순간, 슬퍼하는 순간 우리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마르크스의 <경제학 철학 수고>(1844)의 교환과 관계의 언급을 마르크스의 사랑론으로 해석하는 것, 그리고 그 내용을 <어린 왕자>(1943)의 여우이야기와 연결지어 설명하는 장면은 너무 감동적이었다. 마르크스와 생떽쥐베리... 한번도 연결시켜보지 않았던 두 사람이 내 머리속에서 이제 화학적으로 결합하게 되었다. 이런 놀라움이 가끔 이렇게 비평서를 읽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인간일 때, 그리고 세계에 대한 인간의 관게가 인간적인 것일 때, 그럴 때 당신은 사랑을 사랑과만, 신뢰를 오직 신뢰와만 교환할 수 있다. 당신이 예술을 향유하기를 바란다면 당신은 예술적인 소양을 쌓은 인간이어야 한다.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면 당신은 현실적으로 고무하고 장려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인간이어야만 한다. - P345

인간(과 자연)에 대한 당신의 모든 관계는, 당신의 의지의 대상에 상응하는, 당신의 현실적인 개인적 삶의 ‘특정한 표현‘이어야 한다. 당신이 사랑을 하면서도 되돌아오는 사랑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면, 즉 사랑으로서의 당신의 사랑이 되돌아오는 사랑을 생산하지 못한다면, 그리고 당신이 사랑하는 인간으로서의 당신의 생활 표현을 통해서 당신을 사랑받는 인간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당신의 사랑은 무력하며 하나의 불행이다. -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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