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까? - 방송국 PD의 살아 있는 인문학
박천기 지음 / 디페랑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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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는가도 의미가 있겠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왜' 책을 읽는가이다. (180쪽)

법구경을 백만 번 읽은들, 마음의 평화를 얻지 못했다면, 그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는 단순희 책을 덮으면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하는 망각의 문제가 아니라, 책이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키는가의 문제라는 이야기이다. (181쪽)

(전략) 루터가 종교개혁을 이끌 수 있었던 것은 <성경>을 읽고 또 읽고, 그 말씀에 따라 실천으로 이행했기 때문이다.

삶을 변화시키는 독서, 이것이 책을 읽는 진정한 의미이자 목적이라 할 것이다.(184쪽)

질문을 던지는 책 제목은 묘한 매력이 있다. 독자의 관심을 끌게 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책을 읽다가 제목 값을 하는가이다. 독자는 책 표지의 강렬한 제목에 이끌려 시간과 공력을 들인다.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할 기회비용을 이 책에 할애한 셈이다. 현직 방송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는 저자 박천기의 신작 '당신은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까?'는 먼저는 작가 자신에게 그 질문을 던지고 있어 보인다.

당신은 왜 책을 읽고 있습니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독자는 여러가지 대답을 할 것이다. 이 책 중간에 '삶을 변화시키는 독서' 편에서 저자는 책을 왜 읽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저자는 선현의 지혜를 끌어와서 당위를 설명해 준다. 책이 어떻게 인간을 변화시키는가? 사람은 바꿔 쓰는 것이 아니란 말이 있다. 그러나 성경(THE BIBLE)을 읽은 사람 중에는 삶과 인격이 변화된 경우도 적지 않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종교개혁을 촉발시킨 마틴 루터에게 성경은 어떤 책이었을까? 수많은 사람들이 루터보다 더 성경을 많이 읽었을 수도 있었을텐데 역사는 왜 그를 기억할까? 저자는 마틴 루터가 성경을 지식으로 읽는데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을 했다는 점을 주목한다.(184쪽).

저자는 방송국 프로듀서의 활발함으로 동서고금, 과학과 철학, 종교와 예술을 망라한 지식의 향연을 독자에게 펼쳐 보이며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모두 8개의 카테고리에 걸쳐 44개 꼭지의 읽을거리와 생각할 주제를 제시한다. 한 번 읽고 서가에 꽂아두기에는 생각할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한 권을 또 읽었다가 아니라 왜 이 책을 읽어야 하지? 하는 생각을 한다면 저자의 시도는 절반 이상 성공한 셈이라 생각한다.

봄에 일독을 했지만 올 가을에 다시 꺼내서 읽고 깊은 겨울 밤에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잠 못 이루며 씨름을 하고 싶은 책이다. 특히 제7부 무엇을 믿을 것인가 편은 종교를 다루는데 짧지만 여운이 깊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종교 인구가 이전보다 급속도로 줄고 있다고 한다. 떠나는 사람들 탓을 하기 전에 먼저 원인이 무엇인지 겸손하게 점검해 봐야 한다. 저자의 말처럼 '입버릇처럼 사랑과 관용을 외치는 종교인들이 이토록 편협하고 독선적인 이유를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해야 할까?'(275쪽)

길라잡이 저자가 이끄는대로 따라가다 보면 책에 소개된 영화나 소설 등을 너튜브나 구글 따위에서 검색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자가 먼저 느낀 감동이나 깊은 인상을 독자 또한 자신의 경험으로 만드는 '실천'이 전제되어야 하기에... 책 읽는 재미, 그리고 언급된 2차 자료를 독자 스스로 찾아서 학습하게 하는 힘이 느껴진다. 부제처럼 '살아있는' 인문학 에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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