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바로 우아하게 걷기 - 한 절 현대역 말씀 공감
류호준 지음 / 샘솟는기쁨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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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정말 대지를 축축하게 적시던 지난 어린이날 연휴 때 땅끝 마을이 있는 해남의 어느 시골집에서 일박을 했다. 마루가 있고 그 앞 마당에 닭장과 장독대가 있는, 그리고 조금만 걸어 나가면 너른 들판과 개천이 흐르는 그런 유년의 추억을 소환하는… 힘차기 짝을 부르는 개구리와 끊임 없이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툇마루에 비스듬이 누워 나른하게 읽은 책. 뒷 표지에 적힌 말처럼 성경 구절 한 절을 뜯고 맛보면서 아껴 읽는 행복을 제대로 누린 쉽지만 가볍지 않은 그런 책을 간만에 만났다.

떠 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씹고 씹어 자신의 살(육신의 양분)과 삶(영혼의 양식)으로 소화시키는 방법을 알려 주는 김사부-요새 다시 방영하는 병원 배경 드라마의 주인공- 같은 선생의 애정이 묻어나는 책이다. 사실 세상을 똑바로 살기가 정말 어렵다. 게다가 우아하게 사는 것은 더 어렵게만 느껴진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보통 구원의 확신과 더불어 선민 의식-특별한 은혜로 택함과 구원을 받았다는-이 있는 것 같다. 어쩌면 당연한 모습일수도 있다.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고, 영생을 선물로 받았다고 하는 벅참에… 그러나 저자는 초보 신앙에 머물고 안주하는 것을 경계한다.

삶이 변화하는 것-세상을 분별하며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삶의 예배를 드리는-은 일방적인 기적이 아님을 저자 류호준 교수는 딤담하게 들려준다. 마음에 묵직하게 던져주는 노 학자의 성찰과 통찰을 커피 한 잔과 함께 들을 수 있다는-눈으로 보지만, 마음으로 듣는- 독서의 매력을 새삼 느낀다. 히브리인의 삶의 지혜와 여호와를 떠나기도 하고 찾기도 했던 롤러코스터 같은 그들의 고단한 나그네 인생을 오늘날의 우리가 어떻게 이해(석)하고 삶에 적용할지 막막할 때 류 교수의 묵상을 목차에서 찾아서 다시 읽어볼 일이다. 세상을 똑바르게 살려면, 우아하게 세상이란 인생 길을 하나님과 동행하며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며 책을 읽어가는 것이 좋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이어서 읽는 것도 좋지만 조금 묵힌 다음에 궁금한 부분을 찾아서 다시 읽어 보라.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닌 인생 길에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 궁금할 때. 저자는 말한다. 성령의 능력이란 무엇인가? 282쪽을 보라. 그것은 꼭 거창하고 대단한 기적과 같은 능력이 아닌 때가 더 많음을 알아야 한다. 바로 이 순간에 어떤 생각을 할지, 어떤 행동과 말을 할지 결정하는 그 힘이 성령으로 말미암음이 곧 성령의 능력이란 것. 이것 말고도 짧지만 강렬한 깨달음의 포도송이가 66개 매달려 있다.

덧. 깨달았는가. 그러면 책 표지에 있는 것처럼 앉아만 있지 말고 일어나 걸어가라.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하고 행동하라. 사랑한다 말하고, 행동으로 섬겨라. 작은 것이라도.

*** ***
성령의 능력을 받는다는 것은, 적은 일, 사소한 일, 비천한 일, 보잘것없는 일, 가려진 일, 뒷일 등을 하기 위한 능력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는 잘못을 저지른 상대방에게 기꺼이 용서를 구하는 ‘힘’과 ‘능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는 능력을 받는 것이고, 내가 하기를 두려워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받는다는 의미이다. 쓰레기 같은 카톡 정보나 천박한 유튜브, 허접한 종편 텔레비전을 보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내 배우자를 사랑하고 그와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능력을 받는 것, 날마다 기도할 힘을 받는 것, 죄를 인정하는 능력을 받는 것, 싫어하는 사람에 대해 좋게 말하는 능력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는 능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282쪽)

그렇다. 우리 삶의 사소한 자리를 성령께 내어 드리자. 이것이 성령에 이끌려 사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모습이다. 성령의 능력은 특정한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러분이나 나에게도, 어디서든지 선물로 주어지는 하나님의 넉넉한 은혜이다. 그분께 삶의 운전대를 내어 드린다면 말이다.(2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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