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 인간관계가 불편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7주년 기념 개정판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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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표지 삽화가 눈길을 끈다. 흔치 않는 파랑색 머리를 한 여인이 장미꽃을 들고 있다. 익숙한 붉은 장미와 차가운 느낌의 파랑색 장미꽃이다. 주의를 기울여 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이 여인의 표정은 묘하다. 뭔가 경계하는 듯, 긴장한 표정이 역력해 보인다. 거기에 대해 책 제목이 퍽이나 직설적이다.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부제는 인간관계가 불편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이다. 저자 오카다 다카시는 일본의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 저자는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게 되는 현상을 연구하고 7년 전에 이 책을 냈다.

저자는 인간 알레르기라는 말로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게 되는 병리학적 증상을 설명한다. 심리학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를 위해 책 말미에 부록으로 용어 해설을 붙여 두었다. 생소한 용어가 나오면 257쪽에 있는 부록을 찾아 보라. 사실 이 책을 한 번 읽고서는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초심자에게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정신과 의사로 일하는 저자는 개념 설명 후에 박스 기사로 사례를 소개해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책을 읽으며 계속 드는 생각은 나와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 책에 나오는 임상 증상이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그러나 사람의 바람과 달리 사람은 갖은 질병에 걸려 고생을 하게 된다. 몸의 병은 그나마 사람들이 예전부터 공감하고 걱정해 주었지만, 뇌에 생긴 신경 정신적인 질병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떄문에 가족 중에 환자가 있어도 쉬쉬하며 감추기 일쑤였다. 초기 진단과 치료의 기회를 놓치고 중증이 되어서야 뒤늦게 전문가와 병원을 찾는 안타까운 일이 많았다. 이제는 인식의 변화가 많이 되어 마음의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마음 단단히 먹어”, “당신이 어른이니까 이해하고 참아야지” 하는 등의 어줍잖은 조언을 하는 일이 줄어든 것 같다.

저자는 수많은 상담과 임상 분석을 하고서 인간이 타인을 싫어하게 된 이유를 인간 알레르기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마디로 그 상대방을 이물질로 인식하고 방어와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 원인과 배경을 살펴보면 관계 회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저자는 인간 알레르기를 예방하고 극복하게 위해서는 두가지를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바로 공감 능력과 자기 성찰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다. 말은 쉬워도 막상 실천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저자는 두번째 부록으로 ‘싫어하는 사람 대응 매뉴얼’을 제공한다. 1단계부터 5단계까지 차근차근 심리적 근육을 강화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다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을 예방할 수도, 극복해 나갈 수 있다. 수많은 임상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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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란 일반적으로 '과도한 면역 반응'이라고 정의한다. 즉 굳이 제거할 필요가 없는 것까지 이물질로 인식해서 공격하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이 정의를 근거로 유추해보면, 인간 알레르기란 ‘제거할 필요도 없는 타인을 받아들이기 힘든 이물질로 보고, 몸과 마음으로 거부하고 공격하여 없애버리려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 알레르기는 특정 물질에 대한 몸의 면역 반응이 아니라 사회심리적 존재인 인간에 대한 마음의 면역 반응이다. 하지만이것은 몸의 알레르기 반응과 상당히 흡사하다.(25쪽)

인간의 마음도 보통은 심리적인 방어벽이 존재한다. 이 방어벽 바깥에 있는 것에는 경계 반응도, 거부 반응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무언가가가 마음의 방어벽에 상처를 내거나 보호가 약해진 틈을 타 침입하면, 그것을 이물질로 인식하고 이때부터 공격과 제거의 대상으로 보게 된다.(88쪽)

활발한 응답성이 애착 형성을 촉진한다는 것은 인간의 아이를 통해서도 증명했다. 어머니가 평안한 보금자리가 되어줄 뿐만 아니라 바로 응답하거나 보살펴주면 아이는 자신을 지켜봐준다는 데에 안심한다. 이런 안심을 통해 어머니와 애착 관계를 형성했을 때, 아이는 어머니를 안전 기지로 삼고 바깥 세계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며 성장할 수 있다.(157쪽)

가족이 한 방에 모여 잠자는 게 당연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과, 어려서부터 자기 방에 격리되어 다른 아이와 싸우거나 친해질 기회도 없이, 무엇이든 리모컨 하나로 조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타인을 이물질로 받아들이는 감도가 다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187쪽)

인간 알레르기를 예방하고 또 극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열쇠가 필요하다. 하나는 공감 능력이다. 단순히 상대방에게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이다. 공감 능력이 약하면 상대방의 사정이나 기분을 알아채기 어렵고, 자신의 처지나 불이익만 생각하고 만다. 또 하나는 자기 성찰이다. 자신을 돌이켜봄으로써 언뜻 상대방의 문제로 보이는 것도 자신의 문제로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이 행동 개선으로 이어져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자기 성찰이 부족하면 상대방이 잘못을 지적했을 때 자신을 공격한다고 받아 들인다. (220~221쪽)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물질적으로 풍족하고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지만 우리는 그다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 자신다움을 추구하며 자신을 방해하는 것을 제거하여 얻은 삶은 쾌적할지라도 외롭고 공허할 수밖에 없다. 산다는 것 자체에 기쁨보다 고통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를 불행하고 살기 어렵게 마느는 근본 요인은 이난인 우리가, 같은 인간에게 거부 반응을 갖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그 문제의 뿌리에는 인간 알레르기로부터 우리를 지켜줘야 할 ‘애착 관계’라는 장치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현실이 있다.(2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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