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의 신인류가 몰려온다 - 일생 최후의 10년을 최고의 시간으로 만드는
이시형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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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아오면서 막상 닥쳐야 온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있다. 쌓아가는 적립 포인트를 보면서 나름 지혜롭게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자위하면서, 괜찮겠지 하고 신용카드 할부를 하다 보면 언젠가 닥치는 고지서를 보듯. 젊을 때는 노인이 너무나 멀게만 느껴지지만 결혼과 육아, 교육이란 쓰나미로 수차례 넘어서다 보면 노화의 선발대가 찾아온다. 바로 알게 모르게 늘어나는 주름과 흰 머리들. 거기에 작은 글씨를 읽을때 눈을 저절로 찡그린다. 노안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노인이란 테두리 안으로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지난 해 외신에서는 심심찮게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란 예측을 했다. 그러면서 전쟁이 일어나면 세계 2위군사 강국인 러시아가 단기간 안에 승기를 잡을 것이라 전망을 했다. 결국 전쟁은 일어났고 예상대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까지 진격하여 압박했다. 코미디언 출신으로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된 젤렌스키가 도망갈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티셔츠 차림의 젤렌스키는 수도를 지켰고 자국민과 전세계를 향해 러시아의 침공에 대항할 것임을 천명했다.

객관적 전력에서 약세인 우크라이나가 효과적으로 러시아와 접전을 벌일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물론 미국 등 서방의 무기, 물자 지원도 있지만 우크라이나 지도부와 국민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동원령과 징집에 동참하여 외적에 대항하고자 뭉친 것이 우선 아닐까 생각한다. 다가오는 전운을 앞두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 지 미리 대비하고, 국민들의 이해와 동참을 구한 것이 러시아와 다른 점이다. 반면 러시아는 준비를 제대로 하니 않은듯 전쟁이 지속되자 자중지란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90세를 넘긴 정신과 전문의사 이시형 박사의 최신작 ‘신인류가 몰려온다’를 읽으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을 떠올린 것은 최고령 사회 또한 전쟁 못지 않은 재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내게 해당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순을 넘어서다 보니 노화의 전조 현상이 하나 둘 나타난다. 아.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님을, 아직 늦지 않았음을 노익장을 과시하는 저자의 열정어린 조언을 읽으며 공감할 수 있다.

노인이 되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3장에서 장수의 늪이라 표현한다. 누구나 오래 살기를 소망하지만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오히려 늪에 빠진 것처럼 재앙이 되고 만다. 책을 읽으며 크게 3가지로 정리해 봤다. 1) 심리적인 대비 2) 건강 관리 3) 재정…

몸과 마음이 예전 같지 않음으로 느낄 때 노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몸이 피곤하면 쉽게 짜증을 내고 완고해질 수 있다. 이것을 이겨내려면 취미 활동과 대화를 나눌 친구가 있으면 좋다. 진정한 장수의 복은 그저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금부터 근력 운동을 시작하고 탐식을 하지 않는 생활을 실천해야겠다. 노인에게 재정은 쉽지 않은 문제다. 수입이 줄기 때문에 지출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건강 관리를 잘 하면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가진 것을 줄여 나가고 움켜 쥐기보다 나누는 삶을 실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저자처럼 전문직-정신과 의사-이 아닌 일반인이라도 초고령 시대를 자기 여건에 맞춰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 제6장 ‘최후의 10년, 이렇게 준비하라’를 읽으며 인생 2막을 대비해서 요리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맨날 음식을 사 먹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50대가 넘으면 부부 관계에도 자연스럽게 변화가 찾아온다. 아내는 여행을 갈 때 남편을 데려가려 하지 않는다. 왜 그런지 겪어보면 안다. 혼자가 되었을 때를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 늦은 것 같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저자의 애정이란 조언에 힘을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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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문제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나이는 75세부터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노화가 시작된다. 85세 이상이면 진단은 물론 치료도 아주 까다롭고 어려워진다. 이 나이가 되면 노인은 작은 변화에도 엄청난 생리적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28p)

무슨 병이든 앓고 잘 낫지 않으면 죽음을 향하고 있다는 뜻이다. 슬프고 잔혹한 일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생애 한 번은 찾아오는 공평한 운명이기도 하다. 그럴 때 인간은 비로소 처음으로 알게 된다. 내 발로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었던가. 시원하게 배설할 수 있다는 것도 얼마나 대단한 일이었던가.(103p)

그래서 요즈음은 어떻게 사느냐보다 말년에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숙제로 떠오른다. 웰 리빙도 중요하지만 웰 다잉도 잘 챙겨야 한다. 옛말에 죽는 복도 타고난다고 했다. 살아 있는 한 삶의 의미가 살아 있어야 한다. 우리는 언제나 건강 타령을 하지만 마지막에야말로 건강해야 한다. 건강하게 죽어야 한다.(14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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