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 - 임진왜란에 관한 뼈아픈 반성의 기록 클래식 아고라 1
류성룡 지음, 장준호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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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백만이 넘는 사람이 관람한 최민식 주연의 ‘명량’의 뒤를 이은 대작이 순항을 하고 있다. 박해일 주연의 ‘한산’이 그것이다. 예전에 배우 김명민이 마치 이순신의 현생처럼 실감나게 연기한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도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 영향인지 난중일기를 비롯한 이순신의 23연승을 분석한 수많은 책들을 섭렵했다. 반면 서애 유성룡이 지은 ‘징비록’은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한 줄 기사 이상을 더 찾아 읽지 않음을 고백한다. 어디 징비록 뿐인가. 수많은 실학자들과 그들의 대표 저작의 이름만 암기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던 차에 클래식 아고라 시리즈의 첫번째 책으로 서애 유성룡의 ‘징비록’이 장준호 교수의 정갈한 번역과 해설로 새롭게 세상에 나왔다. 역자의 논문 중에 2011년에 쓴 ‘징비록의 저술 배경과 이순신, 원균에 대한 서술’이 눈에 띤다. 또 ‘징비록이 후대에 끼친 영향(2018년)’도 있다. 단지 한문으로 기록된 징비록을 직역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대의 방대한 배경 지식을 이 책에 풀어냈다. 책은 크게 4파트로 나눠져 있다. 징비록 권1과 권2에 이어 ‘녹후잡기’를 소개하고 마지막에 해설을 덧붙인다. 이 책의 백미는 해설 부분이 아닌가 싶다.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전격 방문으로 촉발된 동북 아시아의 긴장 고조는 16세기 말 일본의 조선 침략과 삼백년뒤 일본 제국의 정한론이 여전히 휴화산처럼 꿈틀거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역자 장준호 교수는 해설 부분 제4장 ‘왜 지금 징비록일까’에서 현대 한국의 독자들이 4백년 전에 기록된 뼈아픈 반성의 책을 다시 읽어야 할 이유를 간명하게 설명한다. 사람들은 미래를 궁금해 한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거를 살펴보면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원인과 해결의 실마리를 유추할 수 있다.

서애 선생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온 몸으로 겪으면서 국난 극복을 위한 큰 역할을 담당했다. 그럼에도 그의 개인사는 영욕이 교차했음을 해설 제2장 ‘중용 속에서 대안을 찾은 재상, 유성룡’ 파트에서 알 수 있다. 전후 파직을 당하고-아마도 이순신을 천거한 것도 한 요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서 은거하면서 징비록을 저술할 수 있었으니 후손들 입장에선 다행(?) 아닐까? 어느덧 반백의 인생 전환점을 넘다 보니 이런 생각도 든다. 나는 지난 반세기를 무엇을 하며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이순신은 말할 것 없고, 서애 선생, 수많은 의병들의 삶의 족적을 생생하게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다.

사족. 징비록 곳곳에 인물평이 비수처럼 날이 서 있다. 예전에 읽는 난중일기에도 그러하다. 세상 살아가면서 나 자신을 돌아본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비춰지고 기록될까? 아니 기록이나 남겨질까?

*** ***

당신이 살고 있는 세상은 어떠한가? 질서정연하고 안정된 모습인가 아니면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가? 만약 당신이 혼란스럽고 불안하다고 느끼고 있다면, 앞으로 도래할 미래가 새로운 혼돈을 머금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두려움에 몸을 움츠리고 물러서야 하는가 아니면 다가올 미래를 향해 헤쳐나가야 할 의지를 다져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을 받는다면 누구나 후자라고 대답할 것이다. (후략, 3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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