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떻게 살래 - 인공지능에 그리는 인간의 무늬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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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어령 박사는 화수분 같은 유작을 쌓아 놓고 가셨다. 한국인으로 나서 자라면서도 정작 한국인의 정체성을 잘 알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가 저자의 ‘한국인 시리즈’를 읽게 되었다. 한국인의 출생의 비밀을 다룬 ‘너 어디에서 왔니’, 젓가락으로 풀어내는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를 다룬 ‘너 누구니’에 이어 인공지능 시대를 다룬 신간 ‘너 어떻게 살래’가 그것이다. 이 시리즈는 두툼하여 큰 맘을 먹고 시간과 장소를 구별하여 찬찬히 도전(?)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책 내용이 지나치게 어렵거나 딱딱하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는 보따리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저자의 이야기 보따리는 멈출 틈이 없어 보인다.

바둑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나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 등의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예전에 컴퓨터와 체스 세계 챔피언과의 세기의 대결에서 초기 버전의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긴 것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나 또한 바둑은 못 두나 간단한 오목은 배웠다. 오목 게임을 하면 반 타작 정도의 승률을 기록한다. 그러나 판을 더해갈수록 피곤해져서 점점 승률을 까먹는다. 딥 러닝을 하는 알파고가 아님에도!. 그런데 몇 년 전 영국 출신의 알파고-개발자들의 국적을 따라-가 이세돌 9단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적어도 바둑 만큼은 컴퓨터도 어쩔 수 없는 마지막 영역이라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당시 알파고의 압승을 예상한 바둑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는 알파고가 승승승패승. 물론 이세돌 9단은 혼자였고, 알파고는 거대한 컴퓨터 시스템의 연합군을 이루고 있었으니.

저자는 그간 인류가 수십년간 축적해온 인공지능 기술을 서양의 기계론적 세계관의 결정체로 보고 있다. 입력과 출력이 일정한 패턴과 질서 안에서 이뤄지기에 예측가능하다. 그런데 물리의 영역에서 양자 역학의 발전을 통해서 예축 불가한 ‘천방지축’ 같은 자연계의 현상 또한 발견되면서 ‘기계론적’ 세계관으로 담아낼 수 없는 한계를 인류는 체감하고 있다. 이에 저자는 우리 고유의-또는 동양 철학에서 유래한- 인 사상과 생명 의식에 해법이 있음을 수없이 많은 꼬부랑 고개를 통해 설파해 낸다. 왜 곧은 길이 아니고 꼬부랑 길인가? 책을 읽으면서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져 보고 답을 찾아가는 것도 깊이 있는 책읽기의 맛이 아닐까 싶다.

산업 혁명으로 대변되는 서구의 기계론적 세계관은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일상까지 파고드는 시대에는 인간에 대한 이해-인 사상과 생명 의식-를 병행해야 한다. 인간과 기계의 대립이 아니라 공존의 지혜를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와 함께 하는 12고개를 넘다보면 고개를 끄덕이는 지점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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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몇십억, 우리는 검색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현실 세계 체험의 내용들이 사이버 세계 저 구름 속에 들어가서 거대한 빅데이터, 디지털 재원으로 쌓인다. 우리는 이미 우리 자신도 모르게 구글의 조력자요 공범자이기도 했던 거다. (210p)

구글이 결코 넘지 못하는 고개. 그게 생명이다. 아인슈타인이나 대여섯 살 먹은 애나 밥상에 앉은 파리를 쫓는 재능을 똑같다. 파리를 쫓는 데 상대성 이론, 이런 것은 필요 없다. 그 능력이 삶의 지혜, 생명의 지혜다. 그것이 없으면 죽는다. 그 지혜는 어디에 속하느냐. (248p)

오늘날의 미디어 시대, 정보화시대는 산업주의와 다르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어질 인의 시대! 인터의 시대인 거다. 즉, 네가 가져야 내가 갖고 네가 기뻐야 내가 기쁜 시대다. 독점이 아닌 나눔을 토대로 한 미디어의 (354시대, 인터넷의 시대, 인터페이스의 시대, 상호작용의 시대다. 정보사회는 상호의 소통성, 커뮤니케이션을 최대의 가치로 알고 있지만, 아니다. 인간의 소유 형태를 혁명적으로 바꾼 것이 핵심이다.(35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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