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2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은 가급적 손과 눈에서 멀리 하는 것이 좋다. 한번 빠져 들면 헤어나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또한 그러하다. 며칠 전 행성 1권을 읽고나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방송과 너튜브를 끊고 2권을 바로 읽기 시작했다. 베르베르 작가의 매력은 뻔한 듯한 스토리 전개를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적절하게 인용해 가며 풀어나간다. 예전엔 학생이 있는 집엔 좀 무리를 해서라도 세계대백과사전 전집을 할부로라도 들여놓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이야 포털 검색을 하면 인터넷 백과사전이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상이다. 정보는 넘치지만 정말 이 순간에, 상황에 필요한 것인지 분별해 내는 통찰이 더 필요한 세상임을 절감한다.

‘제3의 눈’이란 도구를 통해 인간과 동물 간, 동물과 동물 간 의사 소통이 가능하다는 장치를 미리 만들어 놓고 작가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의 바탕에는 방대한 인류 지식의 창고-‘절상백’-가 자리하고 있음을 책장을 넘기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물론 절상백에 실린 자료들이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가 싶기는 하다. 그래도 심오하고 심각한 책이 아닌 술술 잘 읽히는 소설책임을 감안하면 베르베르의 작품들은 재미와 흥미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거기에 더해 작가는 인간과 인류 문명에 대한 반성과 비판을 고양이-암고양이 바스테트-와 쥐-티무르-의 입을 통해 던진다.번영을 구가하던 인류가 멸종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은 자업자득이라고 시험쥐 출신의 티무르는 말한다.

자업자득!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는 인류에게 심각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관성처럼 인간의 물욕과 탐욕의 질주는 멈추지 않고 있다. 그 와중에 동물들은 인간의 필요에 따라 애완동물, 축산동물, 야생동물로 구분되어 자연스럽지 않은 삶을 살아내야 한다. 인간들도 마찬가지다. 인종과 종교, 국경에 따라 태어날 때 거의 대부분의 인생이 규정되고, 치열한 삶을 살아야 한다. 종교조차도 타인에 대한 사랑과 배려를 경전에 내세우지만 실제 역사는 그렇지 않았다. 정치와 경제 영역 또한 다르지 않다. 암고양이 바스테트의 눈에 비친 인간 그룹의 모습이 그러하다. 작가는 지혜롭게도 인간 세상에 대한 통찰과 비판을 동물-고양이 바스테트와 실험쥐 출신 티무르-의 입을 통해 펼쳐간다.

에피소드 하나. 군인 장성은 티무르가 이끄는 쥐군단을 섬멸하기 위해 핵폭탄을 사용하는 안을 주장하는데, 대부분이 찬성을 한다. 뒷일-핵폭발로 인한 방사능 문제 등-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 꼭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과 오버랩된다. 다음세대에게 자연 생태계가 공생할 수 있는 환경을 물려 줘야 하는데, 인류는 현세의 편익을 위해 어떤 짓을 벌이고 있는가? 하얀 쥐 티무르는 90쪽에서 인간들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밝힌다. 책을 읽으며 그저 재미있는 소설 한 편 읽었다고 생각하고 그치면… 고양이와 쥐들보다 못한 존재임을 증명하는 꼴이 될 것이다. 285쪽에 적힌 대로 인간은 자신의 잘못을 회개할 줄 아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 ***
인간들은 쓸모도 없는 물건을 끝없이 만들어 소비하고 낭비했어. 그 식탐은 또 누가 따라갈 수 있겠어? 인간들이 수시로 타고 다니는 자동차와 배와 비행기는 뿌연 오염 물질을 만들어 내고 기온을 상승시켰어.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고 숲이 불타고 야생종들이 사라졌지. 인간들이 <가축화된 종>이라고 부르는 동물들은 그들의 노예나 다름없어. 소, 돼지, 닭, 양 같은 동물이 공산품처럼 대량 소비되기 시작했지. 쥐는 인간들이 가장 좋아하는 실험 대상이 됐어. 어린애들이 학교에서 해부 수업을 한답시고 마취도 제대로 안 된 내 동족들을 해부용 칼로 난도질했지. <90p>

인간들 유전자 깊숙한 곳에는 죽음의 충동이 새겨져 있어. 외부의 적을 향해 파괴적 본능을 표출하지 않으면 끝내는 자기 자시늘 향해 총구를 돌리는 게 인간들이지. <209p>

인간들은 스스로 무지함을 자각하고 보완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유일한 동물이야. 그게 바로 인간의 강점이지. 반면 다른 동물들은 그렇지 않아. 생존에 필요한 건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자신하지. 무지에 대한 인간들의 인식은 다른 동물 종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난 생각해. 우리도 인간들처럼 배움을 통해 무지를 보완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어. <285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