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 - 무한한 우주 속 인간의 위치
앨런 라이트먼 지음, 송근아 옮김 / 아이콤마(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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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우주에 관한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에서 들려온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웠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누리호 발사 전 점검에서 문제를 발견하여 당일 발사는 중단되고 말았다. 이후 최신 소식을 보니 21일에 발사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사실 우주에 관한 인간의 호기심과 탐구는 수천년전부터 시작되었다. 낮과 밤, 계절의 변화, 조수와 간만의 차이, 계절마다 찾아오는 태풍과 홍수, 해일 등 자연 현상의 원인을 찾는 노력에서 천문학과 점성술이 발전했다. 근대 과학의 태동기에 망원경의 개발과 물리학과 수학의 발전을 통해 인류는 단순한 추정에서 변증이 가능한 가설을 정립해 나갔다. 그 결과 지난 수백년 동안 지구 역사상 유래없는 번영과 문명의 발전을 일궈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로병사 등 인체의 신비를 탐구하는 것과 미지의 우주 공간을 탐사하는 여정에는 아직도 지나온 길보다 가야할 길이 훨씬 많이 남았다. 우주의 기원과 생명의 기원을 궁금해 하고, 이것을 풀어나가는 일에 시대를 초월하는 천재적 인물들이 평생을 바쳐서 어둠 속에 등대불과 같은 성과들을 쌓아두어서 후세들이 그것을 바탕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 만난 작은(?) 책 ‘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은 사실 가장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가장 큰 것을 다루는 어마어마하게 작기도 하고, 크기도 한 책이다. 독자로 하여금 하염없이 작은 세계로, 반대로 한 없이 큰 세계로 이끌어 가는 저자 앨런 라이트맨의 필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저자는 천체 물리학자이면서 동시에 소설을 쓰는 인문학자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의 신간 ‘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은 저자의 사색을 담은 과학 에세이라 할 수 있다. 그럼 무엇에 대한 사색인가? 이 책은 모두 3부로 나눠서 우주와 세상, 사람의 마음, 무한의 개념을 지난 수천년 간의 과학적 성과와 함께 저자의 경험과 사색의 알갱이를 소화하기 좋게 담아 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 할지라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야 하고, 공을 들여서 씹고 삼키고 소화를 시키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작은 책이지만 가볍게 생각해서는 낭패를 볼 수 있는 이유이다. 물리와 천문학, 수학과 생물학, 의학의 발전을 이끌어온 과학적 성과를 글로 읽어내는 기본기를 독자가 갖추고 있어야 함을 체감한다. 특정 약만 먹으면 저절로 다이어트가 된다는 과장 광고처럼 단기간에 지성과 논리 사고력을 뚝딱 장착할 지름길은 없다. 단지 좋은 스승과 책의 도움을 받아서 한걸음씩 진보해 나가는 것일 뿐.

이 책을 읽으며 얻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저자가 다른 동료 과학자의 집을 방문하는 광경을 묘사하는 부분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대방이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알려 주는 것이 가장 인상 깊었다. 과학하는 사람들의 특성인가 싶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 기초과학과 수학 이론을 전공하는 학자들이 자신의 전공 분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미합중국의 시스템이 눈에 띈다. 당장의 성과가 아닌 우직하게 연구하여 기술과 학문의 진보라는 계단을 하나 더 쌓는 순수한 치열함이 이 작은 책에서 배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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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일요일 오후 당시 나는 테네시주 멤피스에 있던 집의 내 방에 혼자 서서 창밖의 텅 빈 거리를 보며, 아주 멀리서 희미하게 들리는 기차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몸 밖에서 나 자신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 짧았던 순간, 나는 광대한 시간의 틈새에서 찰나의 깜박임만으로 내 인생의 전부를, 이 행성의 전 생애를, 내가 존재하기 이전의 무한한 시간과 그 이후의 무한한 시간을 모두 본 듯한 감각을 느꼈다.
그 짧았던 감각 속에는 무한한 우주도 들어 있었다, 몸도 마음도 없이, 나는 태양계 너머, 심지어 은하보다 훨씬 너머에 있는 거대한 우주 공간 위에 둥둥 떠 있었고, 그 우주는 계속해서 쭉쭉 더 뻗어 나가고 있었다. 나는 자신이 아주 하찮고 조그마한 점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저 나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와 그들이 남긴 작은 흔적들조차 전혀 개의치 않는 광대한 우주의 작은 점에 불과했다. (5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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