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의 밤과 고흐의 별 - 39인의 예술가를 통해 본 클래식과 미술 이야기
김희경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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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교차가 심한 계절, 겨우내 잠복했던 느티나무 새 잎이 뒤질세라 선을 보인다. 봄을 느끼기도 전에 한낮에는 여름 날씨인양 반팔 셔츠가 생각나는 주말 오후. 조용한 동네 카페 구석 자리에 홀로 앉아 식어가는 커피를 홀짝거리며 아껴 보는 책이 있다. 특이하게도 그림을 보다가도 큐알 코드를 찍어서 너튜브로 넘어가 클래식 음악을 듣게 하는 책이다. 그래서 책 제목에도 이름만 들어도 아하 하는 고흐와 브람스가 들어 있다. 책 표지에는 두 편의 명화와 함께 피아노를 치면 자매의 그림이 이 책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저자 김희경은 현직 기자이다. 또한 영화와 웹툰 평론도 하고 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에서 강의와 저술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지난 4월 말에 출간된 신간 ‘브람스의 밤과 고흐의 별’은 스마트폰보다는 화면이 조금 더 큰 태블릿 PC를 곁에 두고 있는 것이 좋다. 카페나 도서관이라면 이어폰도 챙겨야 한다. 본문에 수록된 명화 말고도 저자가 언급한 그림을 검색해서 조금은 더 넓은 화면으로 봐야 좋다. 아울러 음악가의 삶과 음악 세계를 다룬 챕터를 읽어갈 때는 저자가 소개한 곡을 큐알 코드로 접속해서 들어야 하기에 그렇다.

저자는 모두 39명의 화가와 음악가를 불러냈다. 너무 깊이 들어가지도 않는다. 한 명당 6~7쪽 분량으로 그이의 삶과 작품 세계를 알뜰하게 담아낸다. 거기다 인상 깊은 작품을 삽화로 들이고 저자가 이해한 작품 설명을 곁들인다. 저자의 설명을 듣다 보면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이 시기별로 어떤 계기 때문에 변화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다. 화가와 음악가들이 태어난 시기와 가정 배경을 알게 되면, 그림과 음악을 피상적으로 보고 듣는 것이 아니라 공감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

모두 11개 장으로 나눠 테마별로 작가와 작품을 소개한다. 저자의 섬세한 테마 나누기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제5장의 제목은 ‘힘들었죠? 토닥토닥_역경을 뛰어넘은 영원의 예술가’이다. 여기에 소개된 작가의 면면이 화려하다. 청각을 잃게 된 루트비히 판 베토벤, 가난과 정신 장애 가운데서도 별과 같은 그림을 남긴 빈센트 반 고흐, 혹평 속에서도 보석 같은 음악을 빗어낸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1918년 세계를 휩쓴 독감으로 28세라는 짧은 생을 마감한 에곤 실레가 그 주인공이다. 그이들의 역경을 읽고,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듣다 보면 오늘 나의 고통을 위로 받는다.

손이 닿은 서가에 두고서 피곤하고 힘든 날에는 꺼내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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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넘어 고흐가 품었던 벅찬 환희와 희망. 이 감정들은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아, 한 송이의 해바라기로 피어나고 하나의 별이 되어 빛나고 있습니다. (151p)

닿을 듯 닿지 못한 애달픈 마음.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끝까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고자 했던 배려와 따뜻함. 그렇기에 브람스는 훗날 낭만의 대명사로 남은 게 아닐까요. (2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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