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를 위한 교양 수업 - 365일 1일 1지식
라이브 지음, 김희성 옮김 / 성안당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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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부터인가 아카이브란 단어가 일상 가운데 종종 사용되곤 한다. 사전을 열어 보니 소장품이나 자료 등을 디지털화하여 한데 모아서 관리하거나 손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모아둔 파일이라고 정의한다. 몇 해 전 집안 잡동사니를 정리하다가 애들 유치원 발표회, 결혼식, 여행 등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를 찾았다. 재생할 수 없는 이것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심하다가 동영상 파일로 변환해 주는 업체에 맡겼다. 클라우드 계정에 넣어 두었으니 이제 언제든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볼 수 있게 되었다.

종이책의 효용은 여전하다. 두 손으로 만지며 책장을 넘기는 촉감과 집중하려 노력하는 시각, 책장 넘어가는 작은 소리에 반응하는 청각이 동시에 뇌신경을 자극한다. 거기다 연필아나 색연필로 그어가며 읽으면 오감 활용도는 배가된다. 아무리 많은 정보가 디지털화 되어도 충전기가 없어도 빛만 있으면-물론 요즘은 반딧불이나 달빛은 곤란-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점을 대체하긴 힘들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설 연휴 때 1년치를 독파한 ‘덕후를 위한 교양 수업’은 종이책의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요일별로 구별된 진열장에 덕후라면 혹할 만한 키워드를 배치해 두었다. 역사, 신화., 전설, 문학, 과학, 철학,심리,사상,오컬트, 종교 등 구성이 다양하다. 관심 분야에 따라 읽지 않고 패스할 만한 항목도 적지 않다. 또한 1일 1쪽 분량으로 제한되어 있다보니 설명이 덕후스럽지 못한 측면도 있다. 그렇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아이템으로 가득한 느낌이다. 책을 급속으로 일독하고 나서 든 생각은 순차적으로 읽는 것보다는 자기 관심 분야를 찾아서 특정 요일을 집중 공략하면 재밌겠다 싶었다.

이런 류의 책은 소설처럼 줄거리 위주를 읽어낼 일은 아니다. 서가 구석에 비치해 두고서는 뭐 신박한 것 없나 싶을 때 꺼내 읽을 만하다. 관련 키워드의 모든 것을 다 알려 주진 않지만 궁금할 만한 이이템을 간명하게 설명한다. 한마디로 1일 5분을 투자해서 한 꼭지를 정리해 주는 느낌이랄까. 그말은 이 책을 읽는 것으로 만족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방향을 잡고 원본을 찾아 읽어내는 덕후 기질을 발휘해야 한다는 뜻이다.

편집자들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한 줄로 요약한다. ‘환상 혹은 현실, 신비한 왕자님과 만남’. 365개의 키워드가 모두 한 줄 요약을 갖고 있다. 대단한 장점이다. 매일 같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기 것으로 소화해서 선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365일 1일 1지식 교양 수업에 참여하면 한정된 시간과 공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돕는 일본 특유의 부지런함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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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영구기관
“무한 에너지를 만들고 싶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그런 꿈을 꾸어왔다. 그런 꿈의 기계가 바로 영구기관인데,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중략)
영구기관은 결국 19세기에는 실현 불가능하다고 판단됐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오히려 모색하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중요한 법칙을 발견한 셈이다. 노력이 낭비되는 일은 없다. (105p)

1년간의 덕후 지식 여행을 마친 당신은 용사이다. 축하한다! 그리고 축하한다!
그러나 아것으로 끝이 아니다. 오히려 시작이다.
덕후 지식은 아직도 다양한 책과 작품 속에 숨어 있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좋으니 교양을 쌓아, 호기심과 상상력을 키우기를 바란다. (3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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