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숲 - 세상을 바꾼 인문학 33선
송용구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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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두고 수많은 입들이 쉼 없이 말을 쏟아내고 있다. 그들은 과연 무엇을 추구하며 선량이 되고자 하는지 자못 궁금하다. 수많은 공약이 신문과 포털을 뒤덮고 있지만 그중 얼마나 지켜질지는 알 수 없다. 그간의 경험에 비춰 볼 때 공수표 공약이 될 가능성이 많다. 때문에 대중은 알곡과 가라지를 골라낼 안목이 있어야 한다. 그럼 사람됨을 알아보는 눈썰미는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그 역할을 하는 학문 영역을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대가 바뀌어도 사람이 살아가며 축적하는 역사는 신기하게도 되풀이된다.

과거의 경험과 교훈을 되새김으로써 오늘날 직면한 문제 해결에 필요한 지혜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역사 기록을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상고해야 할 이유가 된다. 여기에 인문학 분야의 고전을 읽어내는 것도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는데 큰 힘이 된다. 철학과 사상, 사회와 역사, 소설과 시. 이런 것들이 인문학이 인간의 눈과 귀로 접할 수 있는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인문 고전을 가까이 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막상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 마치 운동을 잘 하려면 체력과 기본기술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인문학도 마찬가지다.

문학평론가와 번역가로 활동 중인 저자 송용구 교수의 신작 ‘인문학의 숲’은 제목 그대로 인문학이란 거대한 숲 속으로 이끌어 주는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이미 읽었거나 읽지 않지만 제목은 알고 있는 고전은 물론 처음 들어보는 작가와 작품까지 모두 33편을 소개한다. 저자의 시도가 빛을 발한 부분은 고전이 기록된 시대와 작가가 처한 상황을 배경으로 설명해 준다는 점이 아닌가 싶다. 당시의 정치와 경제, 종교와 문화 등을 알지 못한 상태로 그저 고전이기에 의무감으로 읽으면 수박 겉핥기에 그칠 수 있다. 나의 독서가 그런 편이다. 이 책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고전을 모두 소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책을 읽어내는-숲에 들어가서 헤매지 않는- 기술을 배우고 익히면 다른 책을 읽을 때도 적용할 수 있겠다.

저자는 윤동주 시인의 십자가라는 시와 독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의 ‘나를 따르라’는 책과 연결하여 설명한다.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위해 자신을 내어드렸던 나사렛 출신의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처럼’ 살기를 갈구했던 그들의 젊음-생물학적 젊음이 아닌 생각이 고루하지 않음-이 자꾸만 수구화되려는 나를 부끄럽게 한다. 책을 읽어가며 나를 되돌아 볼 수 있다면 거대한 숲-인문학이란-을 주마간산 격으로 지나친다 해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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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은 인간이 신에게 자신의 한계를 의탁하도록 도와준다. 이성은 신의 절대적 능력에 의해 한계를 극복하는 길이 열린다는 것을 인간에게 가르쳐 준다. 이성은 인간을 구원의 길로 이끄는 신앙의 동반자이며 영성을 훈련시키는 트레이너이다.
이처럼 이성의 한계와 이성의 중요성을 동시에 깨닫는 과정을 통해 신앙은 깊이를 얻게 된다. 유한한 피조물인 ‘나’와 영원한 절대자인 신과의 관계를 끊임없이 사색하면서 신앙은 더 견고해진다. (61p)

이제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헤르만 헤세가 열어 놓은 ‘통섭’의 독서문화 속에서 나르치스가 이끄는 지성의 길을 따라 걸어가 보자. 골드문트가 선사하는 예술의 빛과 자연의 향기를 마시며 통섭적 책읽기를 ‘나’ 자신의 독서문화로 받아들이는 나르치스의 지성을 젊은이들에게 기대해 본다. (22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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