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질병, 전쟁 : 미생물이 만든 역사 - 인류의 운명을 바꾼 아주 작은 생물
김응빈 지음 / 교보문고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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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계에 퍼지기 시작한지 2년이 다 되었다. 사람들은 바이러스를 두려워하고, 싫어하지만(?) 사실 지구의 터줏대감은 인간이란 종이 아니라 바이러스라고 할 수 있다. 무생물과 생물의 중간단계에 위치하고 있는 바이러스는 세균과는 다르다. 인류가 자연의 최상위 포식자로 자리 잡은 이후에도 바이러스와 세균 등 미생물들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사람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존재인 미생물은, 그러나 존재감은 매우 크다.

비약적인 과학과 생물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미생물에 대한 이해와 발견은 아직도 현재 진행중이라고 한다. 지구에 존재하는 생물 중 가장 널리 퍼져 있고, 종류가 가장 많은 것이 바로 미생물이다. 현대 생물학에서 미생물을 발견하고 종을 분류한 것은 그중의 1% 수준이라 한다. 그만큼 인간이 미생물에 대해서는 아는 것보다 아직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 인간은 지구 대기권 밖 우주 공간에 대한 여행을 시작할 정도로 비약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그러나 인체는 물론 자연계 곳곳에서 공존하고 있는 미생물에 대한 이해와 지식의 길은 멀기만 하다.

다만 분명한 점은 미생물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면 인간의 삶도 끝난다는 사실이다. 미생물은 인간과 지구에서 공존해야 한다. 사람들은 흔히 바퀴벌레나 모기 등을 해충 또는 혐오스럽게 생각하며 박멸_모조리 잡아 없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박멸이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인류는 미생물과 곤충 등을 인간의 이해 관계에 따라 ‘유익’과 ‘해익’으로 나누고 있다. 바퀴벌레가 없어진다면 지구는 거대한 시체 쓰레기장이 되고 만다고 한다. 미생물을 비롯한 작은 곤충들의 사체를 바퀴벌레가 먹어치우는 청소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신간 ‘술, 질병, 전쟁 : 미생물이 만든 역사’는 10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간에게 술이라는 마법의 선물을 안겨준 것도 발효를 촉진시켜 주는 미생물들의 활약 때문이다. 인간이 대륙간 이동을 하면서 함께 따라간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들은 치명적인 감염병을 일으켰다. 면역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전쟁이 아닌 감염병으로 먼저 쓰러져 나간 것이다. 아메리카 대륙에 살던 선주민-원주민이 아닌-들은 유럽에서 건너온 정복자의 충과 대포보다 그들의 옮겨온 세균으로 인한 질병에 대부분 절명했다고 한다.

영악한 인류는 미생물학의 성과를 질병 치료 뿐만 아니라 전쟁의 도구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생물학 무기가 바로 그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탄저균을 이용한 공격이다.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매독균의 전파 경로가 전쟁의 영역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또한 질병 치료의 획기적 전환점이 된 페니실린도 실상은 곰팡이라는 것 또한 신선하다. 요즘 지나친(?) 위생 관념 때문에 곰팡이 제거, 해충-인간의 관점에서는- 박멸 등 거친 표현이 자주 쓰인다. 저자는 미생물과 인간은 공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잘 몰랐던 분야지만 역사 속에서 열일을 한 미생물이란 색다른 시각으로 기술하고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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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라는 불평등의 짊병이다. 이 고대 감염병은 오늘날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만 병들게 해 죽음으로 내몬다. 콜레라 발생 지도와 빈곤 지도는 거의 일치한다. 21세기 인류는 콜레라로 인한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는 과학적 역량을 확실히 가지고 있다. (74p)

인간이 전쟁을 벌이면 미생물은 신이 난다. 새로운 서식지 개척, 즉 감염 기회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부상으로 생긴 상처와 제대로 먹지 못하고 스트레스로 저하된 면역 기능은 성을 에워싼 적군에게 성문을 열어주는 격이다. 현대 미생물학이 태동할 무렵 터진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의사와 미생물학자들은 이런 엄혹한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133p)

팬데믹 병원체나 발병 시기는 예측 불가하다. 우선 감염병에 대한 상시 감시 체계와 함께 사람 간 전파 차단을 위한 비약물적 개입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그 통제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나아가서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위한 긴밀하고 지속적인 글로벌 공동 연구 체계를 구축해야마 팬데믹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1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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