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캠핑
이소원 지음 / 알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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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생각지 않게 보름 동안 집안에서 생활을 했다. 햇볕과 코끝을 스치는 바람이 그리웠다. 한편으론 집안에서 숙식-먹는 문제가 더 큰 과제-을 해결하는 나날이 마치 야외 훈련 나온 기분이 들기도 했다. 조금 빠진 살은 통금이 풀리고 이틀 만에 원복되었다. 자연스런 자유를 꿈꾸며 9월에 읽은 책 ‘퇴근 후, 캠핑’은 읽고 보는 것만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준다.

코로나19는 일상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주었다. 주말이나 여름 휴가 때도 거리 두기를 해야 했다.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가족 단위 소규모 캠핑이 늘었다고 한다. 반복되는 도시 속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들어가 불편-필수품만 갖췄을 경우-을 기꺼이 감수한다. 사먹는 한 끼가 아닌 직접 불을 피우고 요리가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함께 지켜 보는 시간의 소중함을 누리는 것이다.

저자 이소원은 읽는 재미와 함께 보는 즐거움을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선사한다. 가족과 함께 보낸 사계절을 정지 사진으로 보여 준다. 어쩌면 긴박한 쇼호스트의 유혹(?)보다 더 솔깃하게 다가온다. 아. 캠핑을 가면 이런 맛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렇게 독자를 혹한 다음 마음가짐과 함께 갖춰야 할 필수템을 소개한다. 너무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게. 남에게 보이기 위함이 아닌 최소한의 필요를 채울 정도만 갖추는 미덕을 강조한다.

저자의 세심함이 잘 드러나는 부분은 단연 캠핑 요리 레시피가 아닌가 싶다. 계절과 장소에 따라 품을 덜 들이고 한 끼를 차릴 수 있는. 무엇보다 캠핑 출발 전 집에서 재료 전 처리를 하는 것이 좋다는 팁은 바로 적용해 둘만하다. 간단 요리를 배워 볼까 생각하는 사람들은 집에서도 따라 해보는 것도 좋겠다. 비록 ‘불멍’을 즐기진 못해도 집안에서 향초를 켜놓고 ‘초멍’은 할 수 있으니 말이다. 퇴근 후, 캠핑 책은 일상의 편리를 잠시 접어두고 조금은 불편한 잠자리와 먹거리에 도전해 볼 충동을 준다.

아파트에 층간 소음 분쟁이 많다. 최근 캠핑객이 늘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는 소음 발생도 문제가 되고 있다. 안전과 환경 보호 뿐만 아니라 캠핑장 에티켓을 챙기는 센스도 필요하다. 자녀 또는 지인과 함께 하는 설레는 캠핑이 시작과 마침은 개념과 장비를 잘 챙기는데서 비롯된다. 퇴근 후,캠핑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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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 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식구’라는 말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한다. '식구'에는 같이 밥을 먹는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담겨있으며, 혈연이 기준이 되는 가족이라는 개념보다 단순하면서 유연하다. 같이 식사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붙일 수 있는 무척이나 따뜻한 말. 그런 의미에서 캠핑에선 모두 식구가 되어 지낸다. 삼시세끼를 다같이 한다는 것이 보통 일인가. 그들과 나누는 매번의 끼니가 즐겁고 소중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식탁에 열과 성을 다하는 나의 캐릭터도 이쯤 되면 이해될 만 하지 않은가! (84p)

캠핑과 여행의 가장 다른 점은 일정이 없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여행을 갈 때도 일정을 최대한 줄이며 다녀지만 그건 일정을 가뿐하게 할뿐 계획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데, 캠핑은 어쩌면 계획이 없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그냥 그렇게 시간이 흐르듯이 내버려 두는 것 또한 캠핑의 매력이다. (159p)

캠핑에서는 늘 계절을 앞서 만나는 기분이다. 일상은 여전히 겨울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데 캠핑장에서 먼저 봄꽃을 만나기도 하고, 한낮에 등으로 내리쬐는 뜨거운 햇살에 여름이 코앞에 왔음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봄 캠핑은 생각보다 훨씬 덥고, 가을 캠핑은 생각보다 훨씬 춥다. (2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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