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이후 멋지게 나이 들고 싶습니다
조은강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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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어른이 되면 갖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뙤약볕 아래 논에서 피-사람 피가 아니라 매우 질긴 잡초-를 뽑으며 도시로의 탈출을 꿈꾸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도시 변두리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직장 따라 전국을 다니다 보니 어느새 오십대가 되어 있다. 남들 하는대로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고 그러다 보니 20대, 30대, 40대를 기념할 새도 없이 지나고 말았다.

아마도 많은 보통 사람들이 그러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잠시 붙들어 놓고,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를 작은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생각해 보았다. 브런치에서 간간히 글을 읽었던 작가 조은강의 신간 ‘마흔 이후 멋지게 나이 들고 싶습니다’는 쉽게 읽힌다. 그러나 페이지를 넘기고 나서도 뭔가 개운하지 않다. 마흔을 앞둔 저자의 단상과 삶에 대한 통찰을 나의 그것에 대입하는 과정이 힘겨운 탓이다. 돌이켜 보면 피곤하다는 이유로 하루하루 대충 살아 넘긴 적이 많다. 나 자신은 물론 가족들에게도 충실하지 않았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 등의 인생 경험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아무 순서 없이 하는 것이 아니고 6개 카테고리 안에 7~9개의 개념들을 담았다. 철학을 전공한 저자 조은강의 내공이 빛을 보는 것으로 보인다. 44개의 글감 중에서 특히 공감되었던 꼭지는 ‘과거 쌓아두기’였다. 살다보면 이것 저것 잡동사니가 부지불식간에 쌓이게 되는 것처럼, 마음에도 원하든 원치 않든 차곡차곡 쌓인 과거의 기억들이 있다. 이 녀석들이 종종 오늘을 살아내야 하는 나를 뒤에서 잡아끌어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저자는 어떤 방법이든 과거의 기억들을 마음 밖으로 꺼내 놓으라고 말한다. 일단 마음 속에서 꺼내는 순간 그것들이 객관화된다는 것이다. 이제 마음을 비운 자리에는 새로운 것으로 채워 넣어야 한다. 그간 하고 싶었으나 과거에 붙들려 시도하지 못했던 것들을 시도해야 한다. 매일 결심을 하고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금새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 한 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강물처럼 인생 또한 그러하다. 꼭 마흔이 아니어도 좋다. 한 번 허락된 인생을 행복하고 보람 있게 살아내기 위한 결단은 나이와 상관 없이 누구든 오늘부터 시작할 일이다.

저자는 말한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다움을 찾는 성찰의 시간이 누구에게나 필요하다고. 그러려면 쉬지 않고 달려가는 것을 일단 멈춰서야 한다.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저 세상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의 기준에 나를 끼워 맞추려고 무리수를 두고 있지는 않은지? 목표를 분명히 하고 신발끈을 고쳐 매고 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은가? 저자의 조언에 귀와 눈을 맡겨 보라. 내 마음 속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잡동사니 44개를 버려야 할 이유를 들어보라.

*****

사자는 생쥐가 와서 건드린다고 화내지 않는다. 분노는 거친 모습을 표출함으로써 저신을 크게 보이려는, 실제로는 작은 동물의 안간힘이다. 그러나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이 무엇에 약한지, 무엇이 콤플렉스인지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일이기도 하다. (96p)

미니멀라이프가 유행하고 있지만, 아직은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물건뿐만 아니다. 마음속에 과거를 가득가득 채워두기도 한다. 어린 시절의 나쁜 기억은 더 깊이 간직되어 있다. 가족 떄문에 서운했던 것, 채워지지 못했던 욕구의 기억, 왕따당한 경험 등 해소되지 못한 내면의 문제는 더 참을 수 없을 즈음에 터져 나온다. (152p)

당장 마흔이 되었다고 삶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이렇게 무섭다는 것이 실감되면서 서둘러야 할 것과 포기해야 할 것이 보인다. 온갖 걱정이 훅 밀려온다. 민첩하게 움직이면 이 모든 걱정을 없앨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마흔이라는 나이 때문에 급하게 모든 것에 다 욕심을 부리는 것은 부질없다. (2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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