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속 성 심리 - 에덴에서 예수 시대까지
조누가 지음 / 샘솟는기쁨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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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욕망 중에 가장 원초적인 것은 무엇일까? 먹어야 살 수 있기에 식욕이 먼저 아닐까 한다. 의식주의 문제가 해결된 다음엔 성에 대한 관심이 뒤따른다. 과거부터 성은 종족을 이어가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수단이란 말에 방점과 의문점을 찍어야 한다. 원시 사회에서는 자연스럽게 모계 중심으로 살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농업 혁명이 일어나고 잉여 식량이 쌓이기 시작한 뒤부터 권력을 쥔 세력이 생기고,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부계 중심사회로 전환되었다 한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성은 도구와 수단화된다. 여성의 지위는 약화되고 출산 외에 쾌락의 대상으로 상대화되고 만다. 경제적, 정치적 지위를 남성이 쥐게 되면서부터 일어난 일이다. 가부장제는 이후 인간사회를 지배해 왔다. 최근세에 이르러서야 여권 신장, 양성 평등 등 여성 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여성의 지위에 대한 사회적 반성과 토론이 시작된 단계다. 그러나 수천년간 기울어진 운동장-남성 우위의 사회- 같은 뿌리 깊은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번에 읽은 책 ‘성서 속 성 심리’는 지난 80년대 중반 ‘야훼의 밤’으로 이름을 알린 조누가(본명 조성기)의 신작이다. 아니 더 장확히 말하면 전작 ‘성서 속의 성’(2005년. 동아일보사)을 다시 쓴 것이다. 저자는 성서에 기록된 성에 관련된 기록을 중심으로 그 당시의 계층, 문화, 신분제 등의 시대상황 속에서 성에 대한 인식들을 풀어낸다. 에피소드 곳곳마다 소설가다운 상상을 가미하여 읽는 맛을 더해 준다.

하나님은 성을 거룩하게, 남과 여를 동등한 격으로 세웠다. 그러나 모두에 언급한 계급화와 가부장제도의 확립 이후 하나님이 지은 창조 질서는 훼손되었다. 가부장적인 사회 문화 가운데 성서에 기록된 역사가 펼쳐졌다. 때문에 남성 위주의 관점으로 성서도 기록되었고, 여성의 시각과 입장은 소외되었다. 저자는 단편적인 성서의 기록들을 찾아서 유추한다. 하나님이 지은 창조 세계는 인간의 탐욕과 권력에 의해 왜곡되었다. 여성에게 과도한 정절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그러하다. 또한 금욕을 강요했던 한 시대의 유행 또한 또다른 정치, 경제적 목적 때문이었다는 것을 보면 인간사가 참으로 복잡다난함을 알 수 있다.

책을 읽다보면 그간 교회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이 성에 대해서 금기 또는 터부시 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성서의 배경이 되는 시대가 남성 중심 사회였고, 창조 질서가 무너져 성에 대한 가치 또한 왜곡되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는 어떤 관점으로 남은 생을 살아내야 하는가?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존재임을 먼저 알아야 한다. 기득권을 내려 놓은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종교적 헤게모니 또한 마찬가지다. 먼저는 가정에서부터 창조 질서로 돌아가는 작은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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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 하나님이 창조한 것이고 그러므로 창조하신 목적대로 사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인간들이 성을 창조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문제를 야기하게 되었었다. 성서의 인물과 사건들을 통해 성 심리를 살펴봄으로써 인간 이해와 성서 이해를 좀 더 깊게 하고 우리 자신과 현대 사회를 성찰하고자 한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성서에 대한 편견과 성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점을 돌아보고 교정하고자 한다.(12p)

성과 남녀의 교합은 원해 하나님이 인간을 비롯한 생물들에게 내려 준 축복으로 신성한 것이다. 너무도 신성하기에 더럽혀서는 안 되는 것이지 그 자체를 더러운 것으로 꺼려할 필요는 없다. (2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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