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친절한 세계사 -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김진연 옮김 / 미래의창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간만에 세계사 책을 잡았다. 제목에 이끌려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세상 친절한’ 세계사였다. 일주일 동안 자투리 시간을 쏟아 부었다. 방대한 역사를 350쪽 정도에 담아내는 일은 무리일 수 있다. 그럼에도 장점 또한 분명하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흐름과 맥락을 잡아준다. 이 책에서 한 줄 또는 한 단어로 설명한 부분은 다른 자료를 이용해서 보충했다. 일테면 269쪽에서 소개한 보어전쟁 파트를 읽고서 너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찾아 보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지하자원-금, 다이아몬드-을 확보하기 위해 강대국들의 쟁탈전이 계속되었다. 그 와중에 원주민인 흑인들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백인 위주의 역사 기술에는 이런 부분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은 동양인의 시각으로 저술되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저자 미야자키 마사카츠는 1942년생이다. 사학을 전공한 그는 일본이 벌인 태평양 전쟁을 잘못된 세계 정세 판단의 결과로 보았다.  시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청과 조선은 열강의 먹잇감이 되었지만, 일본은 명치 유신으로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진짜 제국주의를 실행했다. 조선은 대한제국을 대외에 선포했지만 허울뿐이었다. 대항해 시대 이후 바다를 통한 불공정(!) 무역으로 가격혁명과 산업 혁명을 한 서구 열강은 새로운 원료 공급과 값싼 노동력, 시장 확보를 위해 필사적인 경쟁을 했다.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대륙에서 먼저 패권 전쟁을 마친 그들은 멀리 태평양 너머 아시아까지 넘봤다.
(저자는 기후변화나 경제적 이해관계가 세계사의 변곡점이 되는 것을 간결하게 설명한다. 여기에 종교나 문화를 활용하는 것은 덤)

2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한반도와 중동, 베트남, 동유럽 등지에서 국지적인 전쟁이 계속되었다. 한국과 베트남에서 벌어진 전쟁은 냉전시대의 이념 전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구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미국의 걸프전 등은 이념보다는 석유 자원 확보가 우선인 명분이 약한 전쟁이었다. 그렇지만 강대국의 경제권에 속해 있는 사람들의 속내는 그럴 것이다. 아무렴 어때. 내가 잘 먹고 잘 살면 되지. 이것은 마치 원시 시대부터 이어오는 약탈 경제의 민낯을 보는 것 같다. 돈 때문에 배신과 살인조차 주저하지 않는 세태를 보면 어쩌면 개인이나 국가나 도긴개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포고복을 바라는 육신의 본능에만 머물러 있고 싶진 않다. 사람은 동물과 다르게 본능을 뛰어 넘는 이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야자키 마사카츠 선생이 단권으로 서술한 세계사를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긴장하지 않고 힘을 기르지 않은 개인이나 국가는 강한 자에게 침탈을 당한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이었다. 역사는 반복된다. 반 세기를 살아보니 이 말을 실감하고 인정한다. 선거 때마다 선량이 되기 위해 공약을 내세우지만 정작 대중들은 잊고 만다. 한국 영화 ‘내부자들’은 냉혹하고 비정한 권력자들의 행태를 보여준다.  개와 돼지 취급을 받지 않으려면 잊지 말아야 한다. 저들이 행한 일과 내뱉은 말을 기억해야 한다. 저들을 믿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나를 만만하게 보지 않도록 두 눈 부릎뜨고 있어야 한다.  한국사나 세계사나 인간 사는 군상과 행태는 비슷하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서가에 두었다가 잊을만하면 다시 꺼내 읽어야겠다.


기마유목민의 활약은 7세기에 비잔티움 제국, 사산 왕조를 무너뜨리고 지중해 및 대건조지대를 통합한 아라비아 반도의 아랍유목민 이후에 본격화되었다. 그들이 세운 이슬람 제국은 그때까지 세계사에 없었던 유라시아 규모의 거대한 제국(유라시아 제국)으로 성장했다.
이후 유라시아 제국은 아랍인->터키인->몽골인으로 주역을 바꿔가며 7세기부터 14세기까지 약 700년 동안 지속되었다. 영국의 역사가 아놀드 토인비는 이 점에 주목하여 기마유목민에 의한 유라시아 제국시대를 ‘유목민 폭발 시대’라 명명했다. (117p)

<1초 리뷰>
세계사는 연동되어 움직인다. 이슬람 세력의 지중해 정복이 서유럽 세계 형성의 배경이 되었다는 점을 알아두어야 한다. 유럽 중심의 서양사는 이러한 관계를 간과하고 있다. (1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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