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준비교육 20강 - 삶이 행복해지는 죽음이해, 돌봄에 대한 가르침
김옥라 외 지음 / 샘솟는기쁨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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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남의 일이거나 먼 장래의 일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모든 인간이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다’는 명제만큼 공평하고도 자명한 것이 없다. 세상의 많은 것이 아무리 불확실해도 인간이 죽는다는 사실 만큼은 확실하다. (265p)

애도는 분명히 지속적인 슬픔을 포함하고 있지만, 애도의 과정은 또한 우리가 잃은 것으로 인해서 생긴 지속적인 공허감을 안은 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배우는 것도 포함된다. (304p)



살아가면서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과 잠시 이별하거나, 떨어져서 사는 것도 힘든 일인데 하물며 영원한(?) 이별인 죽음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간 많은 책과 미술, 음악 등의 장르에서 죽음을 다뤘다. 이는 동서양이 다르지 않다. 왜냐면 죽음의 문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통의 당면 과제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시험이나 중요한 일을 대비해서 공부를 하거나 심혈을 기울여 준비를 한다. 미팅이나 면접을 앞두고 있는 사람의 심정을 헤아려 본다면 금새 공감할 수 있다. 그런데 반백년 인생을 돌아보니 그간 진지하게 생각해보거나, 준비해 본 적이 없는 영역이 있었다. 바로 죽음이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은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지난 날과 오늘 이 순간을 살아왔고, 살아 있다. 그래서 당연히 내일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사람은 망각을 하기에 죽음을 잊는다. 상가를 찾아 조문할 때는 죽음이 언젠가는 내게도 찾아올 것이라 생각하지만, 금새 일상의 분주함 속에 나를 감추곤 했다. 갑작스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는 것도 나와는 상관 없다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점점 죽음의 때는 다가오고 있다. 청장년기를 거쳐서 점차 노년을 향해 가면서 죽음을 겸손하게 받아 들이며 준비해야 한다. 이번에 읽은 책 ‘죽음준비교육-20강’은 죽음에 대한 이해와 죽음을 앞둔 사람을 어떻게 돌볼 것인지에 대한 전문가 20명의 글이다. 4개 장별로 5명이 기고를 했다. 종교와 철학이 각각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동서양의 사람들은 문화, 인류학적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수용했는지를 1장에서 다룬다.

2장에서는 언제 다가올 지 모르는 죽음에 대응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언을 해 준다. 연령대별로 죽음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에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이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 궁금할 때 읽어볼만하다. 제3장은 잘 죽기 위한-웰다잉- 현실적인 문제와 법제도, 문화, 예술 등을 다룬다. 마지막 4장에서는 죽음을 앞둔 본인과 가족들이 연습하고 챙겨야 할 체크리스트를 제시한다. 죽음의 신체적 증상과 어떻게 돌봐야 하는 문제부터 상실과 애도 상담, 죽음 이후의 용서와 회복의 문제 등을 다룬다.

이 책 ‘죽음준비교육’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군대 교본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드 매뉴얼(FM)과 같은 이 책은 서가에 꽂아두고서는 삶이 교만해질 때마다 다시 꺼내 읽어야 하겠다. 부귀와 권력을 추종하는 맘몬이 팽배하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적어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죽음을 항상 염두에 두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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