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 1~2 - 전2권
이철환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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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두 권의 책을 단숨에 읽었다. 단숨에 읽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호흡이었다. 등장인물의 대화가 평범하지 않다는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다. 그 이유를 2권 말미에 저자가 직접 설명해 준다.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작가는 너무 자주 언급되어  지겹다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된 세태 속에서도 할 말은 해야겠다고 작심한 듯 보인다.

소설 속에 직접 언급 되지는 않았지만 아무개 공사 직원들의 일탈 행위가 자칭 언론을 뜨겁게 달군다. 식자는 말한다. 그 사람들이 그동안 잘 하다가 갑자기 그런 것도 아닌데 검찰과 언론이 사회 정의를 위해(?) 시의 적절하게 한 건 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소설 전개는 어느 소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나는 지방이란 표현을 피하고 싶다. 왜냐면 나 또한 서울 지방에 살고 있기 때문.  아무튼 어느 건물에 세든 중화요리집이 이야기의 중심지가 된다. 남자 주인공 용팔은 독특한 캐릭터다.  요리는 물론 오토바이 운전과 욕을 잘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의 내뱉는 일상 대화는 동서 고금과 문사철을 넘나든다.

용팔의 범상치 않는 내공은 10년 넘게 독서 동아리 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힘든 식당일 하면서 그게 가능할까 싶기도 하다. 설정상 그렇다고 생각하고 넘어간다. 용팔과 그 주변 인물들의 입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묵은 문제들이 낱낱이 벗겨진다. 사람보다 돈이 먼저가 되는 세상. 경쟁을 당연시 하는 입시와 교육 제도. 땅과 건물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알량한 권력으로 타인을 억압하는 속물들. 이런 것들이 따뜻한 이미지의 작가가 펼친 흰 도화지에 너무나 선명하게 드러낸다.

책을 읽고 나니 숙제를 받은 느낌이다. 저자가 용팔과 지인들의 입을 통해 소개한 인물들의 책, 음악, 영화를 찾아 봐야 할 것 같은. 거기에 또 있다. 소설가를 꿈꾸는 요리사 용팔은 찰나의 생각을 윗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스프링 수첩에 적는다. 그가 적은 아포리즘 같은 짧은 글을 읽는 맛이 쏠쏠하다.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서 말하고 싶어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인간됨을 포기하지 말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면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

(제1권)
어둠은 어둠이 아니었다. 어둠이 감추고 있는 빛의 실체가 있었다. 카를 구스타프 융은 그것을 ‘어둠의 빛’이라 명명했다. 캄캄한 시간을 통해서만 깨닫게 되는 것이 있었다. 오직 어둠을 통해서만 인도되는 빛이었다.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  (107p)

자족감이 주는 충만을 나는 사랑한다.  결핍이 주는 열망을 나는 더욱 사랑한다. 문제아를 만드는 문제어른들이 가득한 나라, 대한민국
그러나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 (167p)

제2권

“철학적 토대가 없는 내면은 빈곤하기 짝이 없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빈곤한 내면을 감추기 위해 아파트나 차나 돈과 같이 눈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들로 외면을 장식한 거 아닌가요?” (93p)

저 멀리 가로등 불빛이 내려 앉은 남한강은 불빛으로 출렁거렸고 소백산 봉우리마다 달빛이 고요했다. 용팔은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밤하늘의 별들이 가득한 날이면 세상 바닷가의 모래알 수를 모두 합한 것보다 별이 더 많다는 이야기가 용팔의 가슴속으로 성큼 다가왔다. 별똥별 하나가 밤하늘을 그으며 소백산 너머로 떨어지고 있었다.
용팔은 윗주머니에 있는 스프링 수첩을 꺼냈다. 옥탑방 지붕 위로 쏟아지는 달빛을 모아 용팔은 방금 전 떠오른 생각들을 수첩 위에 가지런히 써내려갔다. (30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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