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행복
김미원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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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부터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시집과 수필을 잘 읽지 않게 되었다. 아마도 바쁜 일상에 쫓겨서 그나마 읽는 것이 자기계발서나 실용서적, 아니면 한창 유행을 타던 인문학 입문서를 뒤적이곤 했다. 시나브로 100년 인생 후반전을 시작하고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그간 멀리했던 에세이와 소설, 시집을 애써서 찾아야겠다 싶었다. 지난 삶을 돌아보고 남은 생을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 지 타인의 경험과 지혜를 활자로 이체받고 싶기 때문이다.


신작 에세이집 ‘불안한 행복’의 저자 김미원 작가는 독서와 여행으로 단련된 수필가로 정평이 나 있다. 그의 글은 우리가 학창 시절에 배웠던 표현 그대로 붓 가는대로 쓰는 수필 그 자체이다. 그러나 자세히 집중해서 보면 허세와 가식을 찾기 어렵다. 생활 그 자체를 담담하고 정결한 필체로 담아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저자와 나는 10살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독일 작가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를 읽었다는 공통점이 공감지수를 높여준다. 학창시절 니나 부슈만은 사고의 지평을 넓혀 준 창과 같았다.


다른 한편으로 저자는 여행지를 활자로 옮겨서 그림처럼 보여 준다. 요즘은 사진과 동영상이 대세이지만 글로 묘사된 거리와 사람들의 풍광 또한 묘하게 매력이 있다. 40년 전 계림문고로 읽었던 ‘벡경’의 배경지를 소개한다. 미 메사추세츠스주 뉴베드퍼드가 그곳이라 한다. 저자가 여행한 그곳은 한 때 세계 제일의 포경산업 항구였다고 한다. 그곳 한산한 항구 예배당에 들러 만선을 기원하던 100년 전 선원들의 기도를 상상하고 있는 저자의 모습을 나 또한 그려 본다.


이 에세이집의 제목이기도 한 ‘불안한 행복’은 불확실성이 가득한 현대인의 일상을 천연하게 보여 준다. 이 땅의 여성들은 1인 다역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살았다. 아내와 엄마, 딸과 며느리 이전에 그는 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는 엄마와 아내로 힘에 부친 삶을 오늘도 살아낸다. 그러나 이것은 끌려가며 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기 안에서 화수분처럼 분출되는 사랑을 나눠줌이다. 이런 자존감이 있고 없고에 따라 삶의 만족 또한 차이가 나는 것 아닌가 싶다.


새싹이 움트는 봄날, 한적한 시간을 만들어서-스마트한 단말들은 잠시 잠재우고- 불안한 행복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현관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들이 돌아왔다. 이 밤, 가족들 모두 돌아와 집에 누웠다. 평안하다. 감사하다. 이렇게 오늘 하루 평범하게보냈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감사하다. (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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