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볼 건 다 해봤고, 이제 나로 삽니다 - 15인의 여성 작가들이 말하는 특별한 마흔의 이야기
리 우드러프 외 지음, 린지 미드 엮음, 김현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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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내밀한 속마음이나 삶을 궤적을 궁금해 하는 것은 인지상정인듯하다. 최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구미나 서구 각국은 다시 출입 통제를 시작했다고 한다. 자연환경과 풍습, 생활과 사고방식이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지 보는 것은 불확실한 오늘과 내일을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작업이 아닌가 한다.

 

간만에 가벼울 것 같은 책을 골랐다. 미합중국(USA)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15명이 쓴 에세이를 엮었다. 모두 남성 작가가 아니다. 40대에 접어들거나 넘어선 작가들이 자신의 삶과 일상의 단상을 활자로 새겼다. 워낙 다른 배경과 삶을 사는 작가들이라 에피소드가 다채롭다.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역시 우리와는 사는 방법이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물론 인간 본능과 본성에서는 겹치는 영역이 많다. 그럼에도 미합중국은 넓고, 다인종 사회임을 알 수 있다.

 

우리와는 다르게 미합중국 등은 전세가 아닌 월세를 산다. 계약 방식 또한 우리와 많이 다르다. 이들은 소송이 일상이고, 그만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일이 많다. 저자들은 자기 책을 낸 작가들이다. 또한 그들은 아내와 엄마, 딸과 며느리의 역할을 겸하고 있다. 이것은 현대 여성들이 공감하는 지점으로 보인다. 이렇게 멀티 인생을 삶면서 겪은 여러 단상을 담담하게 펼쳐 낸다. 때문에 태평양 건너 한국에서 미합중국 어느 가정의 고민에 경청과 공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저자들이 치열한 2~30대를 보내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보니, 40 줄에 접어든 자신들을 돌아보며 쓴 글들이 국적과 성별에 구애 없이 공감을 주는 것을 보면 사람 사는 모양새는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가족과 주변 관계를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갖지 못하고 호구지책을 위해 앞만 보고 사는 인생이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저자들은 일인 다역을 감당하는 이 세대의 여성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람 나이 30은 이립(而立)이라 하여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흔들림이 없어야 하고, 나이 40은 불혹(不惑)으로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15명의 저자들은 이제 삶의 전성기를 시작했다. 가족과 이웃, 동료와 함께 가는 전성기이다. 15편의 에세이는 평소 무심한 나를 비롯한 남성들이 한번은 읽고 자신은 어떠한가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특히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수진 림이 그린 '해볼 건 다 해봤고 이제 나로 삽니다' 꼭지는 이 책의 백미가 아닌가 한다.

 

 

마음속에는 나는 아직도 마흔이다. 여전히 젊은 엄마, 가족과 친구들엑 둘러싸여 갓 태어난 쌍둥이 아가들을 안고 뒷마당에서 생일파티를 하던 그 여자, 그러나 시간은 은근슬쩍 활동하는 도둑이다. 유리창에 비친 반영을 보고 얼마 지나고서야 '아, 저게 나구나'하고 느낄 때가 있듯이 내 삶의 스냅 사진들에 시간이 붙잡힌 순간들을 볼 수 있다. 수평선도 우리가 다가갈 때마다 어느새 위치를 바꾸지 않던가. (2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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