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시간 - 40일을 그와 함께
김헌 지음 / 북루덴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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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사회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잃었을 때만큼 안타까운 일을 없을 거라 생각한다. 힘든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소망을 갖고 찾아가는 곳이 종교가 아닌가 한다. 그럼에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년차에 접어든 요즘 종교, 특히 개신교는 한국 사회에서 지탄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재의 수요일’이라 불리는 2021년 2월 17일(수)부터 어김없이 사순절은 시작되었다. 교회나 성당을 나가지 않는 사람은 ‘사순절’이 무엇인지 잘 모를 것이다.

사순절은 인류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했다가 3일만에 부활한 나사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를 기념하는 절기이다.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하여 부활절까지 주말을 뺀 40일 동안을 사순절이라 한다. 이 기간 동안 성도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행적을 기념하고, 구원 받은 사람으로서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처럼 이웃 사랑을 실천하기로 결단한다. 그동안 바쁜 세상살이에 치어 앞만 보며 살던 사람이 잠시 멈춰 서서 자기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온전히 느껴보는 것이다. 또한 자신만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죄가 없음에도 자신의 모든 것을 드린 예수의 본을 따라 남은 생애를 살아내야 한다. 자기 맘대로 아니라 성경에 기록된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성도들에게 사순절 기간 동안 함께 할 수 있는 양장본 신간이 나왔다. 서양 고전문헌을 연구하는 학자 김헌의 신간 ‘질문의 시간’이다. 그는 말한다. 일 년에 한 번쯤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이다. 저자는 십자가 형벌을 받기 전까지 예수와 그 제자들의 행적과 관련된 성경의 기록들을 바탕으로 오늘을 사는 독자들이 스스로 질문을 하게끔 한다. 2천년 전의 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오늘 내 삶에서도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는 헌신과 희생이 일어나야 한다. 기독교가 다시금 생명과 영혼을 살리는 순기능을 회복하려면 이런 각성이 있어야 한다.

하나님의 아들로 이 땅에 온 예수는 세속적인 왕이 되는 길을 거절했다.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초라한 모습으로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했다. 그러나 그는 부활했고, 죽음의 권세를 이겼다. 예수는 세상 재물과 하나님 나라를 동시에 소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자 청년은 좌절했지만, 악독한 세금 징수원 삭개오는 잘못된 길에서 돌이켰다. 오늘 내게 질문한다. 나는 어떤 길을 걸어갈까? 사순절 기간 동안 한 장씩 넘겨가며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그는 세속적 권력을 얻기 위해 악에 굴복하지도, 순응하지도, 타협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세속적 권력을 전복하려는 죽창같이 서슬 퍼런 혁명 의지를 보여주지도 않았다. 그는 악마의 세력에 굴복하고 타협할 수밖에 없는 '이 땅의 왕국'에 초연했다. '이 땅의 왕국'이 요구하는 '황제의 논리', '황금의 논리'에서 마음을 단호히 돌려 오직 신이 다스리는 '하늘의 왕국'만을 갈망했다. 그것은 의식의 혁명적 전환이었다.  (65p)

그가 하늘나라와 영생을 말한다고 하자 청년은 그것이 탐났다. 청년이 원한 영생은 현세에서 누리는 것들의 영원한 지속을 의미했다. 그것을 박탈당하고 영생을 누리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지금의 진수성찬을 하늘나라에서도 먹고, 지금의 값진 옷을 그곳에서도 입어야 했다. (124p)

하지만 삭개오는 반대였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긁어모았던 재물이 궁극적인 것이 될 수 없음을 그와의 대화를 통해 깨달았다. 자신이 추구하던 가치가 잘못된 것임을 인정하고 생각과 가치관을 바꾸고 지난날의 과오를 회개했다. 앞으로는 세리로서의 임무를 정직하게 수행하고 가난한 자를 외면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마음의 탐욕을 버리고 가난한 마음을 갖자 삭개오는 천국에서 사는 것처럼 행복했다.  (1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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