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수문장
권문현 지음 / 싱긋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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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인생과 일을 2~3시간을 들여서 들여다 보는 것은 가성비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44년째 호텔리어의 삶을 살고 있는 저자 권문현의 회고록 성격의 신작 '전설의 수문장'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이다. 그는 1970년대 후반에 호텔에 입문한 이래 정년 퇴직 후에도 호텔리어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방송과 신문 인터뷰도 할 정도로 그 분야에서는 잘 알려진 베테랑이라 할 수 있다.


'전설의 수문장'은 호텔의 꽃인 도어맨을 지칭하는 말이다. 호텔을 찾는 사람에게 처음과 마지막 인상을 책임지는 중요한 보직이 도어맨이다. 저자는 수백 개의 자동차 번호와 고객 이름과 얼굴, 특징을 외운 다음 응대를 했다. 호텔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기억해 두었다가 말하지 않아도 챙겨주는 직원이 있는 곳에 다시 투숙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저자는 40년 넘는 세월 동안 힘든-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나, 육체적, 정신적으로- 호텔리어의 삶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응원해 준 가족과, 자신의 서비스를 받고 행복해하는 고객들 때문이라 말한다.


이제 아들뻘되는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저자가 강조하는 것이 있다. 바로 30분 먼저 출근하라는 것이다. 여유를 갖고 출발을 하면 교통 체증도 피하고,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도 있다. 또한 다른 사람과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라는 것이다. 작은 신뢰가 쌓여 돈독한 관계를 맺어갈 수 있다. 


이것은 비단 호텔리어에게만 해당 되는 충고는 아니다. 회사를 다니든, 개인 사업을 하든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최근 골목식당을 찾아가서 컨설팅을 해 주는 방송을 보면서도 느끼는 바다. 내가 만드는 음식을 맛있게 드시는 것을 보며 행복을 느끼는 그런 사장이 될려면, 먼저 주방 청소를 깨끗이 해야 한다. 이런 마인드 없이 그저 단기간의 성과를 바란다면 그 곳은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44년 경력의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느낀 점도 호텔리어로서 기본을 잘 연마하고, 거기에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을 읽는 재미가 있다. 요즘은 호캉스라 해서 호텔의 문턱이 조금 낮아졌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7~80년대 호텔과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는 마치 역사 다큐를 보는 듯하다. 또한 호텔리어의 눈으로 본 고객들의 천태만상은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이라면 한 번은 읽어볼 일이다.


 꼭 호텔리어가 아니더라도 사람과 부대끼는 일터에서 어떤 마인드로 살아내야 하는지 잘 말해 주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살아진다는 어느 노랫말처럼.


출근 시간이든 다른 사람과의 약속이든 말 그대로 미리 정해둔 거니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 하루하루가 쌓여 어느새 44년이 되었다. 1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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