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의 교양 - 한 권으로 세상을 꿰뚫는 현실 인문학 생각뿔 인문학 ‘교양’ 시리즈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엄인정.김형아 옮김 / 생각뿔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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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인생을 살다보면 지나왔던 길을 돌아보게 된다. 이것을 마치 소가 되새김질 하는 것과 같다고 반추(反芻)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반추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을 되풀이하여 음미하고 생각함'이라고 한다. 사람이 짐승과 다른 점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짐승은 본능에 따라 사는 것이 이성적인 인간과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간혹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란 말을 듣기도 한다. 이는 짐승도 하는 어미와 새끼 간, 동족 간에 서로 챙기는 것조차 못하는 패륜적인 사람을 지목하는 말이다. 그런데 왜 이런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는 걸까? 요즘 살기도 힘든데 언론에서는 반인륜적, 패륜적인 범죄자를 대서특필한다. 이런 안타까움을 안고 읽은 책이 조금은 생뚱맞지만 '괴테의 교양'이다. 


괴테는 누구나 인정하는 독일의 문호(文豪)이다. 그는 파우스트, 젊은 베르트르의 슬픔 등 명작을 비롯해 일생 동안 시와 소설, 희곡 뿐만 아니라 다수의 산문을 남겼다. 의외인 것은 그가 젊은 시절 법학을 전공했다는 점이다. 그가 이후 문학가의 길로 저변을 넓히는 데는 법학 이외에 지질학, 광물학, 미술, 자연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것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평생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습득하고, 관심의 영역을 넗혀갔다. 또한 그는 평생 사랑의 여정을 멈추지 않았다. 뜨거운 사랑을 했고, 이별의 아픔을 여러번 겪었다. 그 경험은 그의 펜 끝에서 작품으로 거듭났다. 


'한 권으로 세상을 꿰뚫는 현실 인문학'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괴테의 교양'의 저자는 괴테 자신이다. 물론 두 명의 편역자가 괴테의 작품에서 주옥같은 대목을 주제별로 발췌하고 거기에 나름의 주석을 달았다. 편역자들은 괴테가 남긴 빛나는 성취 중에 깊은 울림을 주는 주옥 같은 잠언들을 간추려 모았다고 말한다.(9쪽 서문). 이 말은 괴테(1749-1832)의 통찰이 현대인들에게도 유효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편역자들은 괴테의 작품 속의 잠언들을 8개의 주제로 나눠 소개한다. 그 주제를 살펴보면 오늘 우리 자신이 고민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아성찰과 인간, 인간의 감정, 고통과 위로/조언, 의지와 용기, 사랑과 우정, 이별, 인간의 삶, 자연과 신. 이 주제들은 인간의 생로병사 모든 과정을 아우르고 있다. 과연 괴테가 대문호라 불리는 이유를 짐작하겠다. 편역자들은 주제별로 괴테의 작품 속 구절들을 적절히 발췌했다. 주로 파우스트와 젊은 베르트르의 슬픔에서 인용을 했다. 거기에 편역자의 감상과 주석을 실어 무게를 더했다.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는 각 주제 서두에 괴테와 그 주변인을 더욱 깊이 알 수 있게 사진과 해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각 장 말미에 '괴테가 ~에 관해 말을 전하다'란 부록을 더해서 본문을 다시 음미할 수 있게 배려한다. 


물론 이 한 권의 책으로 괴테를 모두 담아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독자들은 편역자의 수고로 괴테가 이뤄놓은 인간과 인생, 자연과 신에 대한 통찰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은 독서인의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봄을 기다리며, 아니 우리네 고단한 삶의 해빙과 상춘을 기다리며 서가에 앉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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