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보는 법을 잊어버린 나에게 - 나를 보는 연습으로 번아웃을 극복한 간호사 이야기
장재희 지음 / 나무와열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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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기운이 느껴지는 날 낙엽이 떨어지는 길을 걷다 보면 웬지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과 양장본 에세이 한 권과 함께 하고 싶어진다. '나를 돌보는 법을 잊어버린 나에게'는 이런 날 읽기 딱 좋은 책이다. 뭔가 해야 할 일에 파묻히거나 쫓기듯 사는 일상에 허덕이며 자신을 돌아볼 시간과 여유을 갖지 못하고 있다면 저자의 진솔한 삶의 경험에 귀를 기울여볼 일이다.

 

간호사로 일하는 저자는 3교대 등 절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우리 의료 환경의 최일선에서 그야말로 서비스를 제공하느라 정작 자신의 몸과 마음이 쇠진해 가는 것은 돌보지 못한 어리석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물론 사람 나름 아니겠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간호인력 문제는 알고면서 개선이 쉽지 않은 현안임에 분명하다. 아무튼 생명을 살리는 일을 천직으로 삼고 섬기며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는 초심은 얼마 후 쏟아지는 격무와 정신 없는 일상에 파묻혀 반복적인 업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 되고 만다. 그러면서 저자를 비롯한 수많은 젊은 간호사들이 번아웃의 수렁에 빠지고 만다. 한마디로 삶의 무기력증에 빠진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진정한 나'와 남에게 보여지는 '껍데기의 나'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자자신을 바로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나 자신의 모습을 바르게 볼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것을 위해 자극적인 음식을 줄이고 대신 따뜻한 차를 마시는 삶의 변화를 시도했다. 아울러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 버리기 위해 작은 것부터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자 감사 노트를 쓰기 시작했다.


또 다른 한편으로 스트레칭을 생활화하여 몸의 유연성을 길러줬다고 자신의 경험을 담담히 들려준다. 이런 일련의 변화 시도를 통해 그는 번아웃을 극복하고 자기 자신의 심신이 건강함을 지키면서 암환자 등의 상담업무를 이전과 다른 마음으로 하고 있다. 그전에는 심신이 탈진된 상태에서 업무로써 환자들과 상담업무를 하다가 자기 자신을 태워 먹은(번 아웃) 것이다. 저자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과 노력을 할 것을 자신의 경험을 들려 주면서 부드럽지만 강력하게 권한다. 


이론만 내세운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의 경험을 한 권의 작은 양장본 에세이로 보여준다. 가을이 지나가기 전에 차 한 잔 마시고 이 책을 일독할 것을 권하는 이유다.

 

나는 살면서 종종 과거로 가서 나를 비난하고 다그치는 것에 에너지를 쏟았다. 또 어떤 때는 미래로 가서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 에너지를 쏟았다. 나는 지나간 날을 후회하느라 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느라 현재를 놓치고 있었다. 나는 언제나 내가 있는 곳에 있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현실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나는 느낄 수 없었다. 57p

 

나는 나에게 나타나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사람을 통해 '아, 나 혼자서는 가능한 게 아니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도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도 모두 나를 성장시켜 주는 사람이었다. 사람을 통해 나를 보고, 사람에게 위로 받으며, 사람과 함께 나누면서 나는 많은 것을 받았다. 18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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