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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 진중권의 철학 매뉴얼
진중권 지음 / 씨네21북스 / 2011년 9월
평점 :
1. 다양한 철학의 개념을 읽으며 느끼는 것은, 내가 동의한다or동의하지 않는다 이거나 옳다or그르다로 나누게 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의견을 낼 거리가 많은데 그렇지 않고 별 흥미가 없거나 어떤 관점에 대해서도 그러려니 생각되는 분야에 관해서는 나의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고 의문조차도 잘 안 생긴다.
2. 행정학(나의 전공)적으로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은?
여성학(나의 흥미)적으로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은?
나름 공부했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물어보니 딱히 대답할 논리가 떠오르지 않는다. 파타피직스야말로 '논리'를 제대로 갖고 있어야 뭐라도 다룰 수 있겠다. 나에게는 논리가 부족해서 가지고 놀기에 한계를 느낀다.
3. 이번 나꼼수 비키니 시위 논란을 범주오류로 생각해보았다. 이에 대해 분노하는 입장과 옹호하는 입장은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전자의 경우 분노의 이유는 여성을 정치적 동지로 보지 않았고 계몽의 대상, 성도구적인 시각으로 보았다는 것인데, 후자의 주장은 진보세력은 비키니 사진좀 보면 안되냐? 이런 말을 한다.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는 두 집단이 어떻게 합의점을 찾을 수 있겠는가.
또한 범주오류를 의도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보수(혹은 수구꼴통..)집단이 진보집단에 대해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리는 것이 그것이다. 진보와 대북관점은 전혀 다른 문제인데 말이다.
4. 지적하고 싶은 것은 '페미니스트는 사회를 두개의 성으로 나눈다.'는 부분. 마침 지난주에 페미니즘 관련 책을 읽기도 해서. 굳이 태클을 걸자면 페미니스트는 성을 다양하게 나눈다가 맞지 않나 싶다. 그래서 권력의 대부분을 소유한 특정 성(남)으로부터의 억압과 폭력에 저항하는 것이 페미니즘. 쓰고보니 사회운동의 뿌리는 역시 여성주의인 듯 하다.
5. 배트맨이 있기에 조커도 있는 것. 이제 권선징악이라는 우화스럽고 비현실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어떻게 악이 만들어지는가 에 대해서 관심이 생긴다.
6. 논피니토. 심리학 수업에서 들은바, 사람들은 이루지 못한 사랑을 더 오래 기억한다고 했다. 미완성 예술품도 안타까움과 애틋함의 정서를 자극하고, 상상을 풍부하게 만들기에 더 예술적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