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해줘

사랑을 말해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월

우리의 일상에서 소리가 없어지면 어떨까? 우리는 종종 '한 번 생각해보고 말을 해' 라는 말을 한다.
이는 말은 한 번 내 맽으면 취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료코는 말을 할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사람이고, 슌페이는 소리와 영상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이다.
어쩜 이들은 서로 겹쳐지는 부분이 없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
슌페이는 말을 하지 못하는 료코를 만나 처음에는 신비로운 그녀의 매력에 빠지는 듯한다.
메모를 해서 필담으로 대화를 하거나 눈짓이나 천천히 입모양을 정확하게 하면서 짧은 대화를 나눈다.
그런 것들이 이제까지 슌페이가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어서인지 마냥 새롭게 다가오고 그럴 수록 그녀에게 매력을 느낀다.
그러다가 일이 바빠지고 슌페이는 그녀에 대한 배려를 잊어버린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연락을 끊고 사라진 료코.
료코가 사라진 뒤에야 슌페이는 그녀가 얼마나 많이 자신의 일상에 물들어 있었는지, 그러나 자신은 그녀에 대해서 얼마나 몰랐는지 깨닫는다.
문자를 보내고, 기다리고, 료코의 집을 며칠 동안 찾아다니며 전에 느끼지 못했던 조급함, 불안함을 느끼기도 하고,
그녀에 대한 자신의 마음도 알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을 할 수도 있고 들을 수도 있다. 그래서 연인사이에서는 '사랑해'라는 표현을 듣기를 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서로의 관계가 악화될 때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나중에는 후회할 말을 하기도 한다.
여기 나오는 슌페이가 료코에게 하는 것처럼  하고 싶은 말을 머리속에서 문장으로 바꾸어 말을 한다면
말한마디에 상처를 받고 헤어지는 연인은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잔잔하고 여린 감성을 자극하는 일본연애소설이었다.

사랑하고 있다고, 하루키가 고백했다

사랑하고 있다고, 하루키가 고백했다 - 말의 권위자 다카시가 들여다본 일본 소설 속 사랑 언어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윤정 옮김 / 글담출판 / 2008년 12월

이책의 제목만 보고서도 나는 마음이 설레였다.

누군가에 사랑을 고백받는다는 사실은 생각만 해도 가슴 떨리는 일일 것이다.

물론 나도 상대방을 사랑하고 있다면 더 없이 그럴 것이고 설사 별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도

내게 고백을 해온다면 그사람을 다시한번 더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무라카미하루키의 작품속 사랑에 대한

글들로 채워져있다.

 

그 중 내가 읽어본 작품은 상실의 시대, 지금 만나러 갑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이 세 작품 뿐이라서 안타까웠다. 실제 작품을 읽고 이 책을 접했다면 더 가슴으로 느끼고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

 

상실의 시대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고독을 좋아해요? 라고 하며, 혼자서 여행하고,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떨어져 앉아 강의를 드든게 좋은지.

대답은, 고독을 좋아하는 인간은 없는 법이고, 억지로 친구들 만들지 않을 뿐이며, 그런 짓을 해봐 살망할 뿐이라고.

지금 내 마음과 너무 같다고 느꼈다. 이렇게 하루키의 작품에는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이 가는 글들을 무심하게

쓴 것처럼 툭툭 나온다. 그게 매력이 아닐까 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세사으이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책으로 지금 내 책장에 꽂혀있고,

영화관에서 영화로도 만난 작품이다. 우리나라 로맨스영화와는 또다른 매력이 있는 일본 소설, 일본 영화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책을 읽으며 본작품을 읽어봐야겠다고 가장 강하게 느낌이 왔던 것은 마지막 장에 있는 전차남이다.

화염방사기로 단번에 숲을 태우는 불꽃같은 사랑이 아닌, 한그루 한그루 묘목에 불을 붙여나가듯,

천에 물이 스며들듯, 그런 사랑을 이야기한 작품.

사람들은 불꽃같은 사랑을 그리워하는 동시에 그 불꽃이 한순간 꺼지면 어떻하나라고 불안해해서,

천천히 물듯이 인식하지 못하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사랑을 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너무도 자연스러워 내가 사랑을 하는지 인식하지 못하게되면,

불꽃같은 사랑을 그리워하며, 자신의 사랑을 버리기도 한다.

 

일본소설속의 사랑에 대한 정의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고, 특히

여기에 나왔던 작품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하루키의 대단한 팬이라면 필독서가 되지 않을까 한다.

 

오븐엔조이 홈베이킹

쉽게 따라하는 오븐엔조이 홈베이킹 - 파워 블로거 네 여자의 따끈따끈 비밀 레시피
미애 외 지음 / 미호 / 2008년 11월

요즘은 멜라민이나 각종 첨가제로 인하여 안심하고 음식을 사먹기 힘든 시기가 되었다.

그래서 엄마들이 아이들 간식을 직접 만들어주는 집이 늘어났다고 한다.

나는 아직 미혼이지만 요리도 잘 하진 못하지만,

상상속에서 행복한 가정 모습속에는 항상 즐거운 표정으로 남편과 아이를 위해 요리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제껏 기본적으로 쉽게 풀어쓴 요리책을 몇 권 보았는데, 이번에는 베이킹 책을 접하게 되었다.

 

웬지 베이킹이라고 하면 어려울 것 같고, 사용하는 도구들도 낯설 것 같아서 걱정이되었지만,

책의 제목 그대로 쉽게 따라는 오븐엔조이 홈베이킹이다.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첫장부터 각종 조리도구와 기본적인 반죽법에 따라서 안내되어있다.

베이킹 방법도 단계별로 사진과 그 과정마다의 팁을 책 구석구석에 적어놓아 초보자에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해본 베이킹은,

베이킹이라고 하기는 좀 어설프지만 새싹참치샌드위치였다.

통조림 참치도 집에 있었고, 새싹은 비빔밥을 해먹고 남은 것이 있었던 것이다.

생각보다는 맛있고 색달랐다. 나도 만들 수 있구나 하고 신기한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이 책에는 내가 평소 좋아하는 단호박치크케이크나 녹차케이크 만드는 방법도 있어서

평소 사먹던 케이크들이 이런 방법을 통하여 만들어지는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을 위해 손수 케이크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았다.

요리에 솜씨가 없어도, 베이킹에 ㅂ도 몰라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
조진국 지음 / 해냄 / 2008년 11월

원래 로맨스 소설이나 사랑이야기를 쓴 책은 그다지 좋아지 않았지만,

겨울도 되고, 점점 감정에 무뎌지는 나를 느끼는 것 같아서 읽어보았다.

그리고 전작이 고마워요 솔메이트라는 베스트셀러였기도 하여 기대가 큰 작품이었다.

 

여기의 주인공인 희정이라는 여성은 나와 참 많이 닮아있다.

무뚝뚝한 성격과 얼굴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며,  사랑표현에도 서툴다.

소설의 내용은 희정이라는 여성이 경진이라는 옛남자를 만나기 위해 그들이 늘 가던

북카페에서 그를 기다리며 회상하는 내용과 초록고양이라는 그의 후배를 만나게 되어 이야기를 나눈다.

그녀가 회상한 그와의 연애시절은 나름대로 알콩달콩한 면도 있었고, 무뚝뚝한 그녀에 비해

그는 긍정적이고 밝은 미소가 멋진 청년으로 그려진다.

결말에 부분이 확실하지 않아서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녀는 그를 만났을까?

그녀와 그 사이 끼어든 그의 후배 초록고양이가 방해꾼이고 귀찮은 존재로 생각되었는데,

알고보니 그녀보다 그를 훨씬 더 이전부터 사랑해왔고, 지켜봐왔음을 알게 되었을 때 그녀의 기분이란..

 

그녀의 독백글들은 여자인 내가 정말 공감가는 내용이 많았다.

그리고 그녀가 회사를 그만두고 훌쩍 친구가 있는 파리로 갔을 때의 독백이 제일 기억이 남는다.

그녀의 친구 은정이는 좋은 회사에 다니고 외모도 아름답다.

그러나 그녀의 동거남이자 그녀를 사랑하는 기철은 은정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말곤 내세울 것이 없다.

은정에게 멋진 벤츠 자동차도 태워줄 수 없고 돈도 없고 앞날도 불투명하다.

그런 그의 처지를 그 스스로 화가 나서 힘든 청년.

은정은 이제 멋진 수트차림으로 벤츠자동차로 회사앞까지 마중나와주는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

기철 또한 그런 은정을 모르지 않지만 얘써 모른 척하고 있다.

이런 처지에서 희정은 친구인 은정보다 기철에게 더 맘이 간다.

희정에 기철에게 독백처럼 한 말이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였다.

 

[기철아, 네가 더 사랑해서 그런거야. 더 사랑하는 사람은 덜 사랑하는 사람이 무심코 흘려버리는 것까지

뒤에서 다 주워서 안고 가야 하기 때문에 무겁고 힘든 거야. 지치지 말고 힘내!]

남가몽

남가몽, 조선 최후의 48년
박성수 지음 / 왕의서재 / 2008년 10월

남가몽은 조선 최후 48년간의 기록을 담은 서책의 이름이다.

기록한 자는 정환덕이라는 사람이다.

이 책을 읽기전 인터넷을 통하여 알아본 바로는 이 사람은 무당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마흔이 되던 해에 한양으로 상경하여 1902년 11월 시종원 시종으로 임명받아

고종황제가 주무실때까지 하루 12시간 이상을 옆에서 시종하였다.

조선왕조실록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을 보고 듣지 않았을까

그런 정환덕이 후세를 위하여 남긴 책이 남가몽이다.

 

우리에게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등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없고

각각의 시기를 우리는 중고시절에 국사책을 통하여 꾸준히 배운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근세의 역사가 아닐까

그래서 기록도 잘 남아있지 않는 조선 최후 48년의 이 기록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한다.

 

양반과 상민이라는 신분제도 파기된 시점에서 궁궐에서도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났을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제일 흥미로웠던 것은 명성왕후께 뱃사공에게 금반지를 빼어주시면서까지

피난을 가셔야 했다는 것과 심한 불면증을 앓으면서도 부국강병한 나라를 만들고자 하였던 고종황제의 고충은

절절히 느껴졌다. 물론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군함제조의 사기극에 휘말려 국고만 축내고

결국 1905년 11월에 을사조약의 국치를 겪게 되고, 말없이 눈물을 흘리며 강제퇴위해야만 했지만.

또한가지 조선왕조실록같은 곳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고종황제의 가정생활도 엿볼 수 있었다.

중전인 명성왕후가 잠든 사이 지밀상궁과 밀애를 나누거나 엄비와 부부싸움을 하여 엄비가 졸도한 사건 등은

고종황제도 한 나라의 군주이기 이전에 한 가정의 가장이며 남자였음을 알게 해주어 새로웠다.

 

그러나 고종황제가 강제퇴위하고, 순종에게 황위를 물려주었고, 결국은 조선이라는 나라가 사라지고,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야만 했던 조선의 종말을 함께 했던 불행한 황제였다는 점에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