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lave Husband Wife: An Epic Journey from Slavery to Freedom (Paperback) - <주인 노예 남편 아내 > 원서, 2024 퓰리처상 전기 부문 수상작
Ilyon Woo / Simon & Schuster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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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일연 작가님의 [주인 노예 남편 아내]

작가는 이 이야기를 1848년에서 1852년에 일어난 '저항과 자유를 향한 희망의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노예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는 미국에서 두 노예가 추운 겨울 자유를 향해 탈출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미국 남부 조지아주 메이컨, 로버트 콜린스라는 한 백인의 집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의 집 한편 흑인 노예, 엘렌과 윌리엄이 있다. 그들은 이동, 교육, 결혼, 재산소유의 자유가 없다. 그저 콜린스家에 있는 개, 돼지, 닭, 식탁, 의자와 같은 재산 목록의 일부일 뿐,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노예제'라는 허구에 빼앗겨버렸다.

엘렌과 윌리엄은 서로를 사랑했고, 자유를 갈망했으며,
자신의 아이들이 자유의 땅에서 태어나 교육받기를 원했다.

결국 엘렌은 백인 남성으로, 윌리엄은 주인을 모시는 흑인 노예로 위장한 채 메이컨을 떠난다.

1,600km(메이컨~필라델피아)의 고되고 힘든 여정을 서로에게 의지하며 앞만 보고 나아간다.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도처에 도사리는 위기와 고난도 그들의 지혜와 용기, 자유를 향한 강건한 의지 앞에 길을 내어준다.
달리 표현하면 자유에 대한 그들의 속 깊은 응어리가 그 모든 어려움을 보잘것없게 만들었는 지도 모른다.
목표는 생존! 살아서 '자유'에 도달하는 것이었다.

그들을 짓밟는 시대의 모순을 비웃기라도 하듯 엘렌은 백인 남성을 연기한다. 윌리엄은 그의 충직한 노예로서 그리고 그녀의 남편으로서 임무를 수행한다.

컴컴한 어둠 속으로 내딛는 그들의 발걸음은 지금 우리가 책을 통해 보는 시공간의 이동과는 완전히 다른 무엇이었을 것이다.

성공해도 법의 테두리에서 평생을 도망자로 살아야 했으며, 실패한다면 가혹한 고문과 이별만이 그들을 기다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내디딘 무거운 발걸음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한다. 죽음을 불사한 그들의 여정이 자유를 향한 그것과 일치한다는 잔혹한 역설을 느껴보려 노력한다. 누군가의 소유물로서 존재한다는 가학적인 개념을 머릿속에 욱여넣어서라도 그 아픔을 헤아리려 시도한다.




19세기 미국은 노예제를 기반으로 한 경제 시스템으로 자본시장을 돌렸다. 그들이 탈출을 감행한 시기는 미국이 '신의 뜻(Manifest Destiny)'에 따라 영토를 확장하던 때였고, 이는 각 지역들 간의 정치적, 사회적 갈등을 야기시켰다. 마침 남부와 북부는 노예제 찬반을 놓고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었으며, 그러한 역사의 변곡점에 엘렌과 윌리엄이 있었다.

그들의 탈출은 "인간의 존엄을 누가 정의할 수 있는가?"라는 거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우생학, 골상학, 홀로코스트, 상놈과 양반, 귀족과 천민, 백인과 흑인, 순종과 잡종을 나누는 인간의 허구는 스스로를 얼마나 잔인하게 변모시킬 수 있는가?"를 돌아보게 한다. 계층의 피라미드 그 꼭짓점에 서려는 이기적인 탐욕을 과학과 종교, 법이라는 껍데기로 칭칭 싸매 그 속에 은신하려 했던 역사 속 인물들을 상기하게 만든다.

책 속에 소개되는 노예 고문 장소인 '슈거하우스'는 주인의 요청에 따라 고문 방법, 횟수, 시간 등을 주문받는다. 그중 가장 악명 높은 '영원한 계단'은 고속으로 돌아가는 쳇바퀴 위에서 노예가 끊임없이 내달리는 고문으로 만일 지쳐 떨어지면 팔다리가 찢겨나갔다고 한다. 도처에서 열리는 노예시장은 경제 논리로 인간을 사고팔았던 탐욕적인 장소를 대표한다.

"경매인 두 명이 탁자에 올라가 있었다. 한 명은 망치를 들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입찰가를 불렀다. 그들 뒤와 아래에 팔릴 사람들이 서 있었다. 혼혈 여성이 올라왔다. 그녀는 노란색 두건을 쓰고 앞치마를 걸치고 있었으며, 두 자녀와 함께 있었다. 아기가 그녀의 품에 안겨 있었다. 또 다른 아이는 그녀의 치맛자락을 쥐고 있었다. 어머니의 시선은 양옆을 빠르게 오갔다."

도덕성과 공감능력을 상실한 당시 백인들의 모습은 집단적 광기를 띠고 있었다. 아이들의 초롱한 눈망울은 피부색에 가려졌고, 두려움에 떨고 있던 가족의 외침은 편견에 침묵되었다.

1776년 미국의 독립선언문은 다음과 같이 천명한다.

“우리는 다음의 진리를 자명한 것으로 믿는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그들은 창조주로부터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받았다. 그 권리에는 생명, 자유, 그리고 행복의 추구가 포함된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근간이 평등과 자유, 그리고 행복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1848년 흑인에겐 실체 없는 허상이었다.

법과 원칙, 우리를 둘러싼 사회적 안전장치가 중립적이어도 인간의 삶은 여전히 아름답고 평화로울 수 있음을 그 당시 백인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 같다.

노예제 폐지에 반대했던 <캘훈>의 말을 통해서도 남부 백인들의 생각을 쉽게 알 수 있다.

"간단히 말해, 우리는 그들과 처지를 바꾸게 될 것이다. 여태껏 자유롭고 개명된 사람들에게 닥친 그 어떤 모욕보다 큰 모욕이자, 우리로서는 탈출할 수 없는 모욕이다. (중략) 우리 자신과 조상들의 집으로부터 도망치고, 우리의 땅을 과거 우리가 부리던 노예들에게 넘겨줌으로써, 이곳은 무질서와 무정부주의, 가난, 비참함, 불행이 영원히 사는 곳이 될 것이다."

엘렌과 윌리엄은 자유주인 필라델피아에 도착하면서 윌리엄 스틸, 로버트 퍼비스, 바클레이 아이빈스, 윌리엄 웰스 브라운과 같은 굵직한 반노예 활동가들을 만나게 된다. 그로부터 크래프트 부부의 개인적인 불편과 자유에 대한 욕망은 '노예제 폐지'라는 거대한 명분으로 변모했다.

시대를 풍자하는 그들의 모험정신과 믿을 수 없는 임기응면, 그리고 강렬하고도 책임감 있게 서로를 아끼는 모습은 북부의 수많은 흑인 공동체들을 열광케 했다.
자연스럽게 그들은 '자유'의 상징이며, 유색인종의 '미래'가 되었다.

'백인이 속박했던 흑인'의 역사가 아닌,
'흑인이 인내했던 백인'이라는 관점으로 역사를 돌이켜 보자면,

흑인에게 백인은 어쩌면 알량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노예제'라는 거대한 범죄를 저지른 사악한 인종이지 않았을까?

손에 쥔 것을 잃을까 두려워 채찍과 사슬, 법과 과학을 들이대며 어떻게든 '빈 껍데기 허상'을 지켜내려 조급해하는 힘없는 존재로 보이지는 않았을까?

흑인이야말로 인종이 다른 인종을 속박하는 데 있어 그 어떤 명분이나 이유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음을 이미 알고 있었던 너그러운 존재는 아니었을까?

라는 헛헛한 상상을 하게 된다.

크래프트 부부는 자신들의 투쟁이 어디서 어떻게 끝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세상에 널리 퍼져 있는 유색인종들의 소망과 갈망에 공명하듯 더 높은 가치를 위해 그 위에 당당히 섰다.

어쩌면 세상은 누가 더 큰 울림으로 공감을 얻느냐에 따라 그 방향이 정해지는가 보다. 엘렌과 윌리엄이 결국 자유를 얻어냈으며, 오늘날 그의 후손들이 더 많은 자유와 평등을 누리며 세상을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마틴 루서 킹 주니어의 유명한 말 중, "도덕적 우주의 호선은 길지만, 결국 정의를 향해 굽어진다."는 뜻 역시 인간 본성이 마땅히 지향하는 방향은 그 무엇도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맥락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하지만 누구나 그 맥락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주인 노예 남편 아내]는 우리에게 깊은 성찰을 제공한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엘렌과 윌리엄의 탈출기는 번역가가 후미에 밝힌 것처럼 책을 뚫고 나와 심장을 진동하고 일상을 파열시킨다.

오늘의 나는 감히 그들이 느꼈을 감정을, 절박했던 상황을, 만끽했을 기쁨을 상상한다. 140여 년이 흐른 지금 크래프트 부부의 탈출이 도덕적 호선의 방향을 얼마나 틀어놓았는지를 가늠한다. 그들에게 이 엄중한 임무를 일임받은 것처럼 말이다.

우일연 작가님의 [주인 노예 남편 아내]는 한 노예 부부의 탈출기를 통해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기 인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이 스스로 만든 허구 속에서 응축하고 폭발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진보하는 도덕적 존재임을 넌지시 비춘다.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이 수많은 사람들의 저항과 투쟁위에 세워진 '자유 시대'임을 상기시킨다.

번역가 강동혁 님의 말씀처럼, 이 이야기를 접한 나는 그 이전과 같을 수 없다. 세상을 나누는 수많은 기준들에 대해 다시 한번 떠올려 본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도덕과 윤리가 특정집단에게만 호의적이지는 않은지 따져보아야 한다. 우리가 도덕적 우주의 호선,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항상 점검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 어딘가에서는 또 다른 크래프트 부부의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으니까 말이다.

#주인노예남편아내 #크래프트부부 #우일연 #퓰리처상 #퓰리처상수상작 #피카출판사 #서평단 #가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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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의견일 뿐이다 - 불확실한 지식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진짜를 판별하는 과학의 여정
옌스 포엘 지음, 이덕임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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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스 포엘의 [사실은 의견일 뿐이다]

'사실'을 의심해본 적 있으신가요?

우리가 접하는 정보 속에는 '사실'이란 이름의 '의견'이 생각보다 많이 존재하며, 자연스럽게 그것들을 믿고 따르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우리가 100% 진실이라 믿고 있는 과학의 영역 역시 이러한 현상이 존재한다고 하니 약간의 배신감마저 느끼게 됩니다.

독일의 인지심리학자인 옌스 포엘은 우리가 믿고 있는 많은 ‘사실’이 실제로는 의견에서 출발했으며, 언제든 변할 수 있는 잠정적 결과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이 지닌 생물학적 특성을 기반으로 진실을 추구하려는 노력은 인류의 탄생 이래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력이란 신뢰도가 떨어지고 시간이 흐르면서 외부 환경에 의해 왜곡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저자가 제시한 로프터스의 "목격자 증언 심리"를 살펴보면 인간의 기억력이 얼마나 나약하고 보잘것 없는지 알 수 있답니다. 인지구조와 심리적 영향으로 인해 얼마든지 조작 가능한 것이 우리가 얘기하는 '그 날의 진실' 인지도 모른다는 얘깁니다.

이런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인간은 과학을 만들었으며, 여러가지 과학적 기법이 생겨났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관찰과 측정인데, 이는 자연과학의 기초로서 현상에 대한 반복적인 기록을 통해 패턴을 연구하고 소정의 결과를 도출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있는 케플러의 "행성 운동 법칙"이나, 여기서 발전한 "지동설" 등은 별다른 장비 하나 없이 온전한 관찰로 이뤄낸 위대한 업적입니다.

이처럼 과학의 발전은 의견을 측정하고 검증함으로써 인류에게 '사실'적인 정보를 제공하게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과학의 영역에도 정치적 의견이 개입되어 왔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실험자의 설계, 피실험자의 특성, 학계의 권력관계, 모집단의 설정, 표본 추출 방식, 대조군 선정 등 매우 다양한 요인에 따라 인간의 편향이 개입되어 왔다고 합니다.

특히 성공한 사례만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실폐한 사례는 간과하는 논리적 오류, 즉 "생존편향"에 얽힌 2차 대전 당시의 <폭격기 방어 전략>과 <강철 헬멧>에 대한 통계는 보이는 것이 사건의 전말이라고 생각하는 편향의 대표적인 사례로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저지르는 오류 중 하나라는 점에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옌스 포엘은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기 위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검증하라고 강조합니다.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사실이 언젠가는 새로운 발견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또한 과학이라는 분야가 인간의 사고체계, 인지편향, 사회, 경제, 정치적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따라서 내가 접하는 '사실'이 누군가의 편향된 의견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고, 여러 자료를 비교하며, 그래프와 숫자가 무엇을 보여주고 또 무엇을 가리고 있는지를 "묻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비록 정보의 홍수 속에서 모든 정보의 진실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정보를 대하는 데 있어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지양하고 비판적이고 분석적인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포엘은 후반부에 바람직한 과학적 모델을 설명하며 호킹의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합니다. 이는 '과학적 진리'의 가변성과 인류라는 존재가 '진리'라는 점근선에 가까워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존재임을 시사합니다.

(199)
"모델과 독립된 현실에 대한 고찰은 존재하지 않는다."
(_스티븐 호킹)

이 이야기를 우리 일상을 포함한 더 광범위한 의미로 풀이하자면, 사실이란 우리에게 허용된 지식이나 기술, 정치/문화적 환경의 능력범위에서 협의된 잠정적 사건의 기술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가설의 반복된 검증을 거쳐 협의된 이론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사실이라 부릅니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세계에서 '사실'이란 역동적인 지식이라고 이해해야 합니다.

따라서 어려운 일이겠지만 우리가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사실이 아닐 수 있으며,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개방적이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어쩌면 의심과 수용이 만든 스펙트럼 위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며 이 시대가 허용한 진실을 추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존재일 것입니다.

**본 리뷰는 [흐름출판]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옌스포엘 #사실은의견일뿐이다 #흐름출판 #도서협찬 #확증편향 #생존편향 #통계 #과학지식 #비판적시각 #독서 #독서기록 #독서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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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나를 사랑하는 마음 - 홍성남 신부님의 인생 구원 상담소
홍성남 지음 / 김영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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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생각도 많이 하고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신부님처럼 따뜻한 손길을 내어주시는 분이 계셔서 다시 힘내고 일어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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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나를 사랑하는 마음 - 홍성남 신부님의 인생 구원 상담소
홍성남 지음 / 김영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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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님의 [나를 끝까지 사랑하는 마음]

나는 우울증 환자다.

그들은 세상의 전부였고 내 삶의 뿌리였다. 내 몸에는 여전히 그들의 피가 흐르고 있지만 지금은 만나지 않는 사이가 됐다.

처음 5년, 그리고 다시 2년의 단절은 서로를 낯설게 만들었다. 그들과 나 사이에 마치 공백(空白) 만큼의 거리가 존재하듯 길고 먼 시간은 우리를 갈라 놓았다.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은 5년 간 나를 괴롭혔다.
내 삶은 좀 먹은 과일처럼 듬성듬성 구멍나고 말라 비틀어져 생기를 잃었더랬다.

시간이 보약인지 아니면 그간의 노력으로 마음이 정화된 때문인지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신부님의 책을 만난다는 건 어딘가에 있을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일일 수도 있으며, 어쩌면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을 해결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홍성남 신부님의
[끝까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은 꼭 만나고 싶은 책이었다.

신부님은 어린 시절의 솔직한 고백들과 자신을 억누르던 '괴물'과의 조우, 그리고 깨어남, 마침내 해방까의 일련의 과정을 자신의 깊숙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자신을 믿고 사랑해야만 세상의 편견과 불안,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단단한 조언이 의지가 됐다.

자신에게 소홀한 많은 이들에게 "나를 사랑하라"고 선포한다. 자기 비난과 도덕적 강박이 만든 내면의 괴물과 싸워 이기라고 응원한다.

그가 전하는 생생한 증언과 깨닳음의 지혜는 읽는 내내 가슴을 전율시키지만, 진심을 전하는 그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꾸밈없다.

특히 마지막 챕터에는 홍성남 신부님이 심리상담가로서 내담자들과 상담한 내용들이 실려있다.
묘한 것은 그들이 말하는 고민과 고통이 나의 경험과 매우 닮아있다는 점인데, 덕분에 이야기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만 이런가?" 싶었던 고통의 경험들이 어쩌면 많은 이들이 겪는 '보통의 감정'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나를 다시 '보통의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힘들었던 과거의 기억을 갖고 있거나 지금 고통 속에서 헤매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그들의 용기있는 고백을 통해 마음껏 울고, 위로받기를 추천 드린다.

"끝까지 나를 사랑하라!"
삶의 뿌리인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이 기본적인 규칙을 우린 너무 쉽게 잊고 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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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뎀 이론 - 인생이 ‘나’로 충만해지는 내버려두기의 기술
멜 로빈스 지음, 윤효원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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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 로빈스의 [렛뎀이론]

멜 로빈스의 [렛뎀이론]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이 이론은 나와 나를 둘러싼 수많은 관계 속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에 대한 '처세술'이라고 할 수도 있고 더 근본적으로는 치열하고 복잡한 관계 속에서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생존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렛뎀이론의 목적이 단순한 생존은 아니다.
'관계'의 뿌리인 내가 행복하고 활력있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품고 있는 상태, 즉 내가 평화로울 수 있는 나의 경계를 존중함으로써 관계 속에서 살아남는 것을 의미한다.

그녀가 말하는 '생존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Let Them(내버려두기)이다.
잘못 해석하면 포기나 체념으로 오해할 수 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거나 관심이 없어서 그대로 두라는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녀의 렛뎀은 나의 힘이 닿지 않는 주변 사람(상황)들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라는 의미다.
멜은 우리가 관계 속에서 타인의 말, 생각, 행동, 기대 등에 신경쓰느라 과도한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특성은 인간의 고유한 본성 중 하나인 "통제하고 싶은 욕구"에서 기인하는데, 즉 우리가 우리를 둘러싼 변수에 대해 통제권을 쥘 때 편안함과 안전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주위에 있는 사람(상황)을 포함한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는 한 개인이 다른 사람이나 상황에 대한 통제권을 가질 수 없다는 데 있다. "세상만사 뜻대로 되는 게 없다."는 습관적 탄식은 100% 팩트이자 진리다. 우리는 매번 제멋대로 흘러가는 상황에 부딪히고 넘어지고 상처받으면서도 여전히 그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다.

렛뎀(내버려두기)의 핵심은 타인과 자신의 경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보호하고 건강하게 유지함으로써 타인에게 갈망했던 사랑, 수용, 승인 등의 가치들이 자신을 기점으로 다시금 퍼져나가게 하는 데 있다. 즉, 가치를 갈구하던 존재에서 가치를 나누는 존재로 변모함을 의미한다.

여기서 두 번째 '생존기술'인 Let Me(내가 하기)가 등장한다.
렛미는 렛뎀의 다음 단계로서 [렛뎀이론]을 완성하는 퍼즐이다.
이는 관계에서 진정한 힘으로 작용하는 '나'에 대한 주도권을 내가 쥠으로써 타인에 대한 반응을 결정할 수 있는데, 이 때 결정은 반드시 타인의 시선이나 판단이 아닌 '스스로 자랑스러울 수 있는 결정'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멜은 묻는다.

"당신의 결정이 타인을 기쁘게 하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을 기쁘게 하는 것인가?"                  

렛뎀(내버려두기)과 렛미(내가 하기)는 타인과 환경으로부터 나를 해방시킬 뿐 아니라 나 스스로를 사랑하고 타인을 수용하며 그들과 공감하는 마법의 주문과도 같다.    

과거에 얽매여 환경과 조건을 탓하고 미래의 욕망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했던 시간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인생이 원래 불공평하며,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르게 생겨난 것에 왜 그리도 집착했었는지 쓴 웃음이 새어나왔다. 내가 가진 것을 하찮게 여기고 없는 것을 좇느라 늘 절망과 후회 속에서 살았던 지난 날을 반성하게 되었다.

멜은 이 책의 후반부인 3부에서 [렛뎀이론]을 실생활에 적용한 사례들을 소개하는데, 가족, 우정, 연인, 동료 등 우리가 속한 네트워크에서 이 이론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나의 감정상태와 막연함에 늘 포기했던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진면목을 느낄 수 있었다.
모두 다 너무 좋은 얘기라서 전부 소개하고 싶지만, 그러려면 책을 모두 필사해야 하기때문에, 그 중 가장 감명깊었던 두 이야기만 소개하려 한다.

첫째,
[제6장 까다로운 상대, 가족을 바라보는 법]에서
멜은 과거 자신이 현재의 배우자와 결혼할 당시 어머니에게서 느꼈던 서운한 감정을 고백한다.  
30여년 이 지난 지금 그녀는 어머니 역시 한 개인인 동시에 자식의 보호자로서 그녀만의 생각과 관점을 가질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이번 생은 어머니에게도 인간으로서 처음 사는 삶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덧붙여 만약 자신의 부모님이 그들 자신을 이해하고 과거를 치유하며, 자신의 감정을 관리해본 경험이 없다면, 그들은 결코 당신이 누려야 할 방식으로 행동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나도 모르게 울컥하고 후회되는 많은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삶의 유한성과 인간의 우매함이 우리 삶을 얼마나 얄궂게 만드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누군가의 마음을, 그리고 입장을 이해한다는 건 한 번 뿐인 인생을 통틀어 결국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우리는 너무도 늦게 깨닫는다.
멜은 어머니의 '준거틀'에서 그녀를 이해하려 노력했으며, 자신이 누려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서 자신을 분리해냄으로써 어머니와 좋은 관계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둘째,
[14장 인간은 마음이 끌려야 바뀐다]와 [15장 당신에게는 영향력이 있다]에서는 타인의 변화를 바라는 마음과 실제 그 대상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한 세부적이고도 실용적인 방법들을 제안하고 있다.
'ABC루프' 는 관계의 대치상태를 해결하는 공식으로 실제 관계에서 바로 적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A. 사과한(Apologize) 다음 개방형 질문을 한다(Ask).
B. 물러서서(Back off) 그들의 행동(Behavior)을 관찰한다.
C. 계속변화(Change)를 보여 주고 발전을 축하한다(Celebrate).
주의할 점은 상대와 대화하기 전에 무엇이 당신을 짜증나게 하는지, 왜 그들을 바꾸고 싶은지 아주 명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으로 이 과정은 다른 사람에게 솔직해지기 전에 먼저 자신에게 솔직해지기 위한 방법이다.  
같은 주제에 대해 반복적으로 질문함으로써 자신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진실과 마주하는 작업이다. 당신은 '관계의 대치'가 결국 자신에게 숨겨진 타인에 대한 통제욕에서 비롯됨을 발견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이를 가리켜 '5Whys?" 기법이라 부른다.

나 역시 이 기법을 통해 사춘기 아이들과 겪는 감정의 대치가 나의 그릇된 욕심에서 비롯됨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가족이라는 관계를 내세워 아내나 아이들에게 나의 생각을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왜 이 행동 또는 상황이 나를 괴롭게 하는가?" : 답1
"왜 나를 괴롭게 하는가?" : 답2
"왜 나를 괴롭게 하는가?" : 답3
"왜 나를 괴롭게 하는가?" : 답4
"왜 나를 괴롭게 하는가?" : 답5

이 다섯 번의 질문으로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으니 여러분도 꼭 해보시길 추천한다.

ABC루프는 대화의 한 기법으로 개방형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상대로 하여금 현재 행동과 실제로 원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인식케 하고 그것을 갈등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도 대화중 잊지 말아야할 포인트다.(절대 흥분 금지!, 자신의 생각 강요하지 않기!)

멜은 타인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ABC루프와 같은 기법들을 이용해 그들이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는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타인의 생각과 상태를 수용하며, 사랑으로 응원함으로써 그들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돕는 원리다.

이처럼 멜이 제시하는 사례들은 뭉툭하지 않으며 깊숙한 심연을 건드리는 통찰을 제공한다. 독자가 나처럼 유사한 경험을 갖고 있다면 훨씬 몰입하기 좋겠지만 혹여 경험이 없더라도 인간의 본성과 깊은 연관이 있는 사례들은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된다.

끝으로 멜은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관계의 본질이며, 침범받아서는 안될 소중한 영역이다.
따라서 자신에게 주는 사랑, 존중, 배려가 인생에서 모든 관계의 기준을 설정한다고 주장한다.
의미없는 관계에서 스스로 떠날 만큼 자신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의 인정을 뒤쫓는 것을 멈추고 자신을 존중하며, 나의 행복과 평화에 집중하고, 희망과 영감을 주는 건강한 관계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렛뎀이론]은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가이드와 같다.
타인과 나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자신의 영역에 집중함으로써 자기 삶에 대한 주권을 되찾기를 바란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단 1초도 낭비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이제 우리의 가치있는 삶과 세상의 충만한 에너지를 만끽하기 위해 내버려두고 내가 하자!

이 책은 인간관계의 모든 형태를 아우르는 이론을 제시한다. 관계에서 막막한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을 비춰준다.

마흔 여덟 두 자녀를 둔 아빠로서 [렛뎀이론]을 만난 것은 행운이며, 저자인 멜 로빈스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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