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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뎀 이론 - 인생이 ‘나’로 충만해지는 내버려두기의 기술
멜 로빈스 지음, 윤효원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8월
평점 :
멜 로빈스의 [렛뎀이론]
멜 로빈스의 [렛뎀이론]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이 이론은 나와 나를 둘러싼 수많은 관계 속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에 대한 '처세술'이라고 할 수도 있고 더 근본적으로는 치열하고 복잡한 관계 속에서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생존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렛뎀이론의 목적이 단순한 생존은 아니다.
'관계'의 뿌리인 내가 행복하고 활력있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품고 있는 상태, 즉 내가 평화로울 수 있는 나의 경계를 존중함으로써 관계 속에서 살아남는 것을 의미한다.
그녀가 말하는 '생존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Let Them(내버려두기)이다.
잘못 해석하면 포기나 체념으로 오해할 수 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거나 관심이 없어서 그대로 두라는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녀의 렛뎀은 나의 힘이 닿지 않는 주변 사람(상황)들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라는 의미다.
멜은 우리가 관계 속에서 타인의 말, 생각, 행동, 기대 등에 신경쓰느라 과도한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특성은 인간의 고유한 본성 중 하나인 "통제하고 싶은 욕구"에서 기인하는데, 즉 우리가 우리를 둘러싼 변수에 대해 통제권을 쥘 때 편안함과 안전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주위에 있는 사람(상황)을 포함한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는 한 개인이 다른 사람이나 상황에 대한 통제권을 가질 수 없다는 데 있다. "세상만사 뜻대로 되는 게 없다."는 습관적 탄식은 100% 팩트이자 진리다. 우리는 매번 제멋대로 흘러가는 상황에 부딪히고 넘어지고 상처받으면서도 여전히 그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다.
렛뎀(내버려두기)의 핵심은 타인과 자신의 경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보호하고 건강하게 유지함으로써 타인에게 갈망했던 사랑, 수용, 승인 등의 가치들이 자신을 기점으로 다시금 퍼져나가게 하는 데 있다. 즉, 가치를 갈구하던 존재에서 가치를 나누는 존재로 변모함을 의미한다.
여기서 두 번째 '생존기술'인 Let Me(내가 하기)가 등장한다.
렛미는 렛뎀의 다음 단계로서 [렛뎀이론]을 완성하는 퍼즐이다.
이는 관계에서 진정한 힘으로 작용하는 '나'에 대한 주도권을 내가 쥠으로써 타인에 대한 반응을 결정할 수 있는데, 이 때 결정은 반드시 타인의 시선이나 판단이 아닌 '스스로 자랑스러울 수 있는 결정'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멜은 묻는다.
"당신의 결정이 타인을 기쁘게 하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을 기쁘게 하는 것인가?"
렛뎀(내버려두기)과 렛미(내가 하기)는 타인과 환경으로부터 나를 해방시킬 뿐 아니라 나 스스로를 사랑하고 타인을 수용하며 그들과 공감하는 마법의 주문과도 같다.
과거에 얽매여 환경과 조건을 탓하고 미래의 욕망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했던 시간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인생이 원래 불공평하며,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르게 생겨난 것에 왜 그리도 집착했었는지 쓴 웃음이 새어나왔다. 내가 가진 것을 하찮게 여기고 없는 것을 좇느라 늘 절망과 후회 속에서 살았던 지난 날을 반성하게 되었다.
멜은 이 책의 후반부인 3부에서 [렛뎀이론]을 실생활에 적용한 사례들을 소개하는데, 가족, 우정, 연인, 동료 등 우리가 속한 네트워크에서 이 이론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나의 감정상태와 막연함에 늘 포기했던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진면목을 느낄 수 있었다.
모두 다 너무 좋은 얘기라서 전부 소개하고 싶지만, 그러려면 책을 모두 필사해야 하기때문에, 그 중 가장 감명깊었던 두 이야기만 소개하려 한다.
첫째,
[제6장 까다로운 상대, 가족을 바라보는 법]에서
멜은 과거 자신이 현재의 배우자와 결혼할 당시 어머니에게서 느꼈던 서운한 감정을 고백한다.
30여년 이 지난 지금 그녀는 어머니 역시 한 개인인 동시에 자식의 보호자로서 그녀만의 생각과 관점을 가질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이번 생은 어머니에게도 인간으로서 처음 사는 삶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덧붙여 만약 자신의 부모님이 그들 자신을 이해하고 과거를 치유하며, 자신의 감정을 관리해본 경험이 없다면, 그들은 결코 당신이 누려야 할 방식으로 행동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나도 모르게 울컥하고 후회되는 많은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삶의 유한성과 인간의 우매함이 우리 삶을 얼마나 얄궂게 만드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누군가의 마음을, 그리고 입장을 이해한다는 건 한 번 뿐인 인생을 통틀어 결국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우리는 너무도 늦게 깨닫는다.
멜은 어머니의 '준거틀'에서 그녀를 이해하려 노력했으며, 자신이 누려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서 자신을 분리해냄으로써 어머니와 좋은 관계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둘째,
[14장 인간은 마음이 끌려야 바뀐다]와 [15장 당신에게는 영향력이 있다]에서는 타인의 변화를 바라는 마음과 실제 그 대상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한 세부적이고도 실용적인 방법들을 제안하고 있다.
'ABC루프' 는 관계의 대치상태를 해결하는 공식으로 실제 관계에서 바로 적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A. 사과한(Apologize) 다음 개방형 질문을 한다(Ask).
B. 물러서서(Back off) 그들의 행동(Behavior)을 관찰한다.
C. 계속변화(Change)를 보여 주고 발전을 축하한다(Celebrate).
주의할 점은 상대와 대화하기 전에 무엇이 당신을 짜증나게 하는지, 왜 그들을 바꾸고 싶은지 아주 명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으로 이 과정은 다른 사람에게 솔직해지기 전에 먼저 자신에게 솔직해지기 위한 방법이다.
같은 주제에 대해 반복적으로 질문함으로써 자신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진실과 마주하는 작업이다. 당신은 '관계의 대치'가 결국 자신에게 숨겨진 타인에 대한 통제욕에서 비롯됨을 발견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이를 가리켜 '5Whys?" 기법이라 부른다.
나 역시 이 기법을 통해 사춘기 아이들과 겪는 감정의 대치가 나의 그릇된 욕심에서 비롯됨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가족이라는 관계를 내세워 아내나 아이들에게 나의 생각을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왜 이 행동 또는 상황이 나를 괴롭게 하는가?" : 답1
"왜 나를 괴롭게 하는가?" : 답2
"왜 나를 괴롭게 하는가?" : 답3
"왜 나를 괴롭게 하는가?" : 답4
"왜 나를 괴롭게 하는가?" : 답5
이 다섯 번의 질문으로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으니 여러분도 꼭 해보시길 추천한다.
ABC루프는 대화의 한 기법으로 개방형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상대로 하여금 현재 행동과 실제로 원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인식케 하고 그것을 갈등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도 대화중 잊지 말아야할 포인트다.(절대 흥분 금지!, 자신의 생각 강요하지 않기!)
멜은 타인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ABC루프와 같은 기법들을 이용해 그들이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는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타인의 생각과 상태를 수용하며, 사랑으로 응원함으로써 그들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돕는 원리다.
이처럼 멜이 제시하는 사례들은 뭉툭하지 않으며 깊숙한 심연을 건드리는 통찰을 제공한다. 독자가 나처럼 유사한 경험을 갖고 있다면 훨씬 몰입하기 좋겠지만 혹여 경험이 없더라도 인간의 본성과 깊은 연관이 있는 사례들은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된다.
끝으로 멜은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관계의 본질이며, 침범받아서는 안될 소중한 영역이다.
따라서 자신에게 주는 사랑, 존중, 배려가 인생에서 모든 관계의 기준을 설정한다고 주장한다.
의미없는 관계에서 스스로 떠날 만큼 자신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의 인정을 뒤쫓는 것을 멈추고 자신을 존중하며, 나의 행복과 평화에 집중하고, 희망과 영감을 주는 건강한 관계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렛뎀이론]은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가이드와 같다.
타인과 나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자신의 영역에 집중함으로써 자기 삶에 대한 주권을 되찾기를 바란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단 1초도 낭비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이제 우리의 가치있는 삶과 세상의 충만한 에너지를 만끽하기 위해 내버려두고 내가 하자!
이 책은 인간관계의 모든 형태를 아우르는 이론을 제시한다. 관계에서 막막한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을 비춰준다.
마흔 여덟 두 자녀를 둔 아빠로서 [렛뎀이론]을 만난 것은 행운이며, 저자인 멜 로빈스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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