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기독교의 사회경제사상
마르틴 헹엘 지음, 이영욱 옮김 / 감은사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왜 이 책을 소개하려는가? (목적)

헹엘은 친숙한 학자다. 그는 기독교/유대교와 관련된 제2성전기 연구와 헬레니즘 연구에 큰 업적을 많이 남겼다. 그의 책들 중, “유대교와 헬레니즘”, “신구약 중간사” 등이 한글로 번역되어 있고, 이는 그의 관심 분야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해 준다.


 그의 여러 책들 중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현대에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사회경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관점으로 사회경제를 바라보아야 할까?” 에 대한 질문을 가지고 이 책을 썼다. 마찬가지로 현대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궁금해하는 이 질문에 대해서 헹엘은 답을 찾아보려고 시도하기에 우리에게 의미있는 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2. 저자의 관점이 기존의 방법이나 이론에 비해 무엇이 특별한가?

 헹엘이 완벽한 해결 방법을 제시해 주는 것은 아니다. 저자도 말하다시피 이 책을 쓸 때는 앞으로 이와 관련된 주제가 계속 연구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선구적 역할을 했다. 언급하기 쉽지 않았던 사회, 경제의 문제를 헹엘에 의해 서론적 연구가 나오게 된 것은 분명 큰 의미가 있다. 이 책은 초기 기독교(신약성서, 초대 교부들)에 등장하는 “재산”에 관련한 내용들을 다루는 아주 특별한 책이다.


3. 내용 정리

 헹엘은 구약성서도 다루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초기 기독교에 집중되어 있다. 시대를 따라 그의 설명을 간략히 요약해 보겠다. 구약성서에서는 적법한 재산 소유가 가능했지만(예, 십계명), 재산에 대한 권리는 약자를 돌보는 의무에 속해 있었다. 그들의 중심에는 희년 제도를 통해 빚과 노예의 해방과 땅의 재분배라는 사상이 녹아 있었다. 구약성서의 세상에서 소유주는 오직 하나님 한 분뿐이었다.


예수는 사람들이 재산을 가지고 있는 것을 비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재산의 오용에 대해서는 비판했다. 인간이 부를 탐하고 매이며, 부정한 방법으로 증식하고, 권력의 도구로 오용하는 모든 곳에서 재물은 숭배를 받는다고 경고하셨다. 이것은 하나님의 나라를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예수의 메시지와 연결되어 있었다.


바울서신에는 가난과 부, 재산과 무소유 등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 그러나 바울은 당시 공동체의 빈부의 격차속에서 가난한 자들을 도와야 한다는 구약성서의 메시지는 유지하고 있었다. 또 한편으로 예수의 메시지처럼 종말론적 성격을 가진 공동체로서 재산을 가져야 하는 중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이 상실된 것 같아 보였다.


초대교회는 예수의 말씀을 따라 살았다. 개인의 소유는 공동체의 뜻과 목적에 따라 자유롭게 사용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사회적 격차는 사라지고, 가난한 자들은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좋은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지는 못했다. 주후 40년 이후에, 체계적인 경제 생산에 관심이 없었던 그들은 금전적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당시 그리스도인들을 ‘가난한 자들’이라고 불렀던 이면에는 경건한 자들을 위한 명예로운 호칭임과 동시에 실제로 빈곤함을 겪고 있던 현실이 있었다.


고대 교부들도 사유재산은 인간 불화의 근원이라고 정의했고, 당시 사람들은 기술에 억압되지 않고, 사유재산이 필요하지 않은 평화의 시대(거의 원시 시대에 가까운)를 소망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생각은 기독교인들만의 고유한 생각이 아니었고, 고대에 널리퍼져있던 신화적 역사에 대한 사유였다.


분명한 것은 초대 기독교 공동체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는 일에 대한 권리를,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은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2-4세기 기독교인들은 교회 공동체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의 빈곤함에도 관심을 가지며 적극적으로 자선을 행했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에 대한 호감도는 더욱 상승하는 시기가 이 때였다. 어느 종교 공동체나 그 외 모임에서도 이렇게 행하는 곳은 없었기에 더욱 그랬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부와 그리스도인의 삶이 공존할 수 있는가였다. 그래서 헹엘은 소유를 포기하는 급진적 입장, 자족에 대한 철학적-금욕주의적 모티브, 효과적인 균등에 대한 세 가지 입장을 모두 정리해 준다. 세 입장을 정리한 후, 효과적인 균등을 제시하면서도 다른 성격을 가진 두 인물을 소개한다.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는 묵시적 세계관이나 엄격한 금욕주의적 이상이 아니라, 로고스를 통해 인도될 수 있으며 궁핍한 이웃에게 몫을 충분하게 나누어주는 이성적이고도 규율적인 절제를 강조했다. 카르타고의 키프리아누스는 사유 재산에 대해서는 반박하지 않았지만, 그는 엄격한 금욕주의와 공로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헹엘은 오늘날과 초기 기독교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10가지 사항을 제안한다. 그 중에서 중요한 제안은 재산은 특정 조건 아래에서 인간을 타락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며, 공적인 통체력으로 권력의 오용을 막아야하고, 의무적으로 이웃들의 안녕을 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결단코 재산 모으는 능력에 달려있지 않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4. 평가

헹엘의 입장은 “낭비와 가난이 공존하는 이 세상에서 소비를 거부하고 사치를 포기하려는 마음”을 기독교 전통으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 때 유명한 구호였던 “초대 교회로 돌아가자”, “본질로 돌아가자”가 중요하지만, 그 때로 돌아갈 수도 없을뿐더러 그 때로 돌아가는 것이 좋은 결과를 이루어낼 수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체성의 재점검이다. 헹엘은 서론에서 ‘시대 정신(Zeitgeist)’을 선도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작업을 해야할 필요성에 대해서 언급한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기독교인들이 자신들의 근원을 바로 알 때에 사회적, 정치적 영역에서 확신에 찬 바른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정체성”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을 살아가는 시대가 혼란스러울 때, 기독교인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서 혼동되는 부분이 있을 때, 우리는 정체성을 다시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체성을 바로 알 때 확신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좋은 점검을 제시해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