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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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아래의 인용문에 스스로를 대입해서 읊조리고 있을 것이다.

내가 평범한 40대 남자였다면 끝내 알지 못했을 것이다. ... 나는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특히 아이가 있는 여자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사실 출산과 육아의 주체가 아닌 남자들은 나 같은 특별한 경험이나 계기가 없는 한 모르는 게 당연하다.(p.170)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는 주인공 김지영씨의 일대기를 빠르게 훑어가는 일대기를 그린다. 본문 중간중간 각주가 달려있는데 흥미롭게도 각종 보고서나 연구결과 혹은 관련 서적이다. 가상의 김지영씨와 그녀를 둘러싼 가족의 일대기를 그리면서 여성의 삶을 아주 보편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실은 별 볼일 없는 한 편의 보고서가 탄생해야 하는데 흥미로운 소설이 되었다.

 

그녀의 삶은 멀리서 보면 나무랄 데 없이 평범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꽤나 험난하다. 에피소드는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데 부딪치는 세상살이의 고단함이 묻어난다. 유년기 부분에서는 주인공의 어머니 삶을 배치하면서 이 소설은 2대에 걸친 시대의 변화 속 여성의 삶을 묘사한다. 어머니는 남자형제들의 학비를 보조하기 위해 공장에서 일하는 전형적인 산업화시대의 여공이었다. 결혼 후에는 김지영 씨를 비롯해서 언니와 동생을 갖는데, 실은 둘째와 셋째 사이에 낙태의 경험이 있다. 요즘 화제에 오르는 EBS의 <까칠남녀>에서도 관련된 내용을 들었는데, 낙태를 하는 비율은 보통 미혼이 많을 거라는 통념과 달리 기혼이 더 높다고 한다.

... 성 감별과 여야 낙태가 공공연했다. 1980년대 내낸 이런 분위기가 이어져 성비 불균형의 정점을 찍었던 1990년대 초, 셋째아 이상 출생 성비는 남아가 여아의 두 배를 넘었다. ... (p.29)

보편을 묘사하는 소설이 충격을 주는 지점은 이런 데 있다. 모든 중간값을 넣으면 지극히 평범해야 하지만 얼마나 많은 평범함을 우리는 모르고 사는 것일까. 소설이라는 분류표에 들어간 보고서는 이처럼 뜨악한 평범함을 그려낸다.

 

주인공의 성장기는 한국에서 여성이 겪을 수도 있는 문제들을 그린다. 특히 직장에서, 결혼 후 가정에서 주인공이 겪는 어려움은 절절하게 다가온다. 주인공 김지영 씨는 어쩌면 복에 겨운 생활을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녀를 잘 이해해주는 회사 동료와 상사. 그리고 남편이 있다.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도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다. 이런 환경에서도 어김 없이 마주하는 어려움은 결국 사회의 문제로 남는다. 직장에서 여성은 환영받지 못한다. 개인으로서의 여성은 결혼 후에나 출산, 육아기에는 일터를 떠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회사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다. 같이 입사한 동기들은 성별에 따라 임금을 다르게 받는다. 핵심 업무는 점점 남성에게 집중되어 간다.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중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다. 2014년 통계에 따르면, 남성 임금을 100만 원으로 봤을 때, OECD평군 여성 임금은 84만 4000원이고 한국의 여성 임금은 63만 3000원이다. 또 영국 <이코노미스트> 지가 발표한 유리 천장 지수에서도 한국은 조사국 중 최하위 순위를 기록해, 여성이 일하기 가장 힘든 나라롤 꼽혔다.(p.124)

결혼 후엔 2세를 얼른 보라는 주변 어르신들의 채근과 압박을 받고 임신을 하면서 직장을 포기한다. 육아를 하면서 동시에 부업을 알아본다. 공원에서 유모차를 세우고 벤치에 앉아 1,500원 짜리 커피를 마시는 자신을 향해 직장인들은 맘충 팔자가 상팔자라고 한다. 이쯤 되면 소설에서 그리는 한국의 여성문제를 '겪을 수도 있다'면서 가정법으로 퉁치기 무색해진다. 오히려 이 소설의 빠른 호흡때문에 실제 한국여성이 겪는 문제들은 많이 생략되어 있고,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은 너무 착하다고 생각했다.

 

 주인공인 김지영씨는 특별히 모나거나 별난 인물도 아니다. 그 반대로 무척 신중하고 조금은 내성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녀가 유별난 순간은 별안간 다른 인물로 빙의하는 이상증세를 보이는 때다. 이러한 그녀를 진단하는 40대 남성 정신과 의사는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하는 세상이 있다'고 하면서 이 소설이 말하고픈 주제를 우회적으로 들려준다. 소위 미친 사람을 통해 미처 보지 못한 세상이라는 것이 사실은 멀쩡한 여성들이 살아내고 있는 일상의 세상이라는 점이다. 소설의 마지막 장에는 주인공을 진단하는 의사의 삶을 짤막하게 실었다. 의사는 아내를 통해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을 조금씩 이해한다. 그러나 직장에서는 병원 운영을 고려해서 상담사의 후임을 미혼 여성으로 알아봐야 겠다고 생각한다.이를 통해 저자는 여성문제를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여전히 진행중인 문제라고 이중의 암시를 남긴다.

  나는 아내가 그보다 더 재밌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 그거밖에 할 게 없어서가 아니라 그게 꼭 하고 싶어서 하는 일. 김지영 씨도 그랬으면 좋겠다.(p174)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라도 육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여직원은 여러 가지로 곤란한 법이다. 후임은 미혼으로 알아봐야겠다.(p.175) 

 

사회문제는 한 개인에게만 해당하는 특수한 성격의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 문제나 사회적 문제를 가리지 않고 어떤 문제에 직면하는 개인은 그 문제를 짊어지고 있는 주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개인이 겪는 문제에서 이것은 사회적 문제라고 똑부러지게 골라내기는 어렵다. 이런 이유로 어떠한 문제제기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특수한 개인의 불만이나 잘못으로 치부하기 쉽다. 여성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만 봐도 이런 틀은 어김없이 작동한다. 문제제기를 하는 이들에게 '꼴페미'나 '메갈'이라는 틀로 가두면 끝나버린다. 페미니즘은 큰 틀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성별로 인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불이익은 공평하지 않기 때문에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82년생 김지영>을 읽으면 이런 주장에 많이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어떤 특별한 경험이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여성문제를 더이상 한 개인이 해결해야 할 일이 아니라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며 시대에 따라 모습을 달리했을지언정 보편적으로 여성에게(마찬가지로 남성에게) 사회적인 문제점으로 작동했다고 생각한다면, 그만큼 이 소설이 인용하는 평범한 여성들(과 남성들)의 삶이 달라질 것이고 그 끝은 이렇게 달라질 것이다.

후임은 이 선생처럼 훌륭한 직원으로 알아봐야겠다, 라고. 

 

 

ps.

  <82년생 김지영>은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소설의 정의에 부합한다. 통계치의 표준적인 삶이니만큼 삶도 표준적이다. 흔히 표준의 함정은 분포도나 밀도를 가리는 데서 발생한다. 이 소설의 함정이라면 삶에 표준이 어딨냐는 항변보다는 극적인 부분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이상증세를 보이는 주인공을 묘사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너무도 평범한 일상이다. 다만 주인공이 여성이기에 겪는 생애 주기별 에피소드일 따름인데 사회학적 보고서 혹은 구술사가 되었다. 어쩌면 소설 자체로는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워보인다. 그러나 소설을 통해 말하고픈 내용을 잘 드러내면서 화두를 던지고 있는 점에서 평가를 하고 싶다.

  한국소설은 더 이상 새롭지가 않다는 말을 들었다. 이미지를 묘사하는 능력은 섬세하지만 이야기를 직조해내는 데 힘이 부친다면서. 소설 자체를 거의 읽지 않는 입장으로서는 이러한 평가가 적절한지 알 길이 없다. 다만 최근의 소설이 그려내는 이미지가 현실의 반영이라고 한다면 하나의 가정을 해보고 싶다. 지금은 이야기가 불가능한 사회라고.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어느 곳에 뿌리내리기 보다 부유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수시로 개발하고 변신해야 하는 주체에게 세상은 서사보다 묘사로 포착하는 감각이 발달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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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의 정치사상 세트 (전3권) (반양장) - 전체주의의 기원 + 인간의 조건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나 아렌트 지음, 이진우.박미애.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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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의 사상을 접할 수 있어서 반갑습니다. 아렌트의 다른 저작도 같은 판형으로 출간하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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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정치 - 밀과 토크빌, 시대의 부름에 답하다
서병훈 지음 / 책세상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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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상반기 책세상 독서단으로 활동하게 되어 서평을 남깁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대한민국 정치의 풍경은 헌법재판소의 2017년 3월 10일자 판결로 그 모습이 바뀌었다. 국내 헌정 사상 첫 탄핵이 인용되었고 보궐 성격의 대선은 5월에 치러진다. 지금 한국은 때이른 정치의 봄기운이 만연하다. 이렇게 정치의 계절을 앞당긴 것은 박근혜의 실정 때문이다. 헌재의 구성원들은 대부분 보수적이었고, 판결문도 보수적 입장을 기초로 한다. 즉, 명백한 범법 행위를 하지 않고서는 추상적인 헌법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하기 힘들었다. 그리나 박근혜는 대통령 직무가 요구하는 헌법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헌재는 판단했다. 동시대의 사람들에겐 이 사건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긴 시간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지역구 의원들에게 압박을 하면서 높은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며 이뤄낸 성과로 기억될 것이다. 추운 겨울에 광장으로 미처 나가지 못한 이들은 집에서 정해진 시간에 소등하면서 함께 했다. 냄비근성을 가진 국민들을 오래 들끓게 만들었던 원료 역시 박근혜와 최순실 및 주변의 권력형 비리 덕분이었다. 어쩌면 통치의 목적을 상실한 지도자의 행태 때문이라고도 생각한다. 김기춘과 조윤선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건으로 구속되었다. 반대파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은 민주주의와 공화정체가 정확히 지양하는 것이다. 일상에서는 대부분의 이슈가 대선으로 휩쓸려 가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민주주의 자체에 약간의 불씨를 살려두고 싶다.

 

민주주의를 공부하면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다. <자유론>의 존 스튜어트 밀과 <미국의 민주주의>의 알렉시 드 토크빌. 이 둘은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특히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는 학부생때 원문을 가지고 매주 페이퍼를 제출했던 추억이 있다. 이들을 한 데 모아서 쓴 책이 <위대한 정치>다. 민주주의를 이해하고 만들어가는 데 사상적인 이정표를 세웠던 지식인이면서도 현실정치에 참여했다는 이력이 밀과 토크빌을 비교하기 좋은 구도로 만들어준다. 같은 시대를 살며 서신을 주고 받을 정도의 사이기도 했다. 저자는 이들의 발자취를 통해서 당대의 지식인들에게 말을 걸고 싶어한다.

 

내가 19세기를 대표하는 사상가 밀과 토크빌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이 시대, 특히 한국의 지식인들이 보여주는 비지성적 행태에 대한 실망 때문이다. 배웠다는 사람들일수록 상업주의 시류에 영합하느라 더 정신이 없다. 이제 이 시대 이땅의 지식인들은 삶의 가치나 역사의 응보에 대한 관심을 잃어버렸다.(p.15-16)

결국 두 사람 다 자신의 정치 생활을 되돌아보며 동일한 회한에 잠겼고, 지식인은 역시 글을 써서 역사에 보답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해주었다. 그들은 사회에 진 빚을 갚되 '강단'에 충실하라고 했다. 그것이 지식인의 숙명에 부합한다고 했다. '참여 지식인' 밀과 토크빌의 말이었다.(p.22)

한국의 지식인들이 '교육과 연구'의 본분에만 충실해도 세상은 적잖이 달라질 것이다.(p.386)

 

요약하자면 '지식인으로서 책무를 되새기고 본분에 충실하자'. 내가 독해한 바로는 '교수님들, 정치권 어설프게 기웃거리지 마시고 교육과 연구부터 제대로 하시는 게 어떨까요'. 수미상관으로 저자가 건네는 말이다. 

 

책의 나머지는? 밀과 토크빌을 덕후처럼 조사한 내용이다. 두 인물의 삶을 삶/글/우정/정치이론/정치활동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삶의 궤적을 보여주면서 각 장의 주제에 집중한다. 문학을 독해할 때 내재적 접근과 외재적 접근으로 나누어 분석한다. 이 책은 일종의 외재적 접근법을 취한다. 덕분에 밀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아내 해리엇의 영향력. 밀은 공리주의 개혁가였던 아버지를 통해 조기영재교육을 받은, 지금으로 치면 신동이었다. 그랬던 그가 사랑에 빠진 해리엇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 밀의 대표작 <자유론>의 헌사를 그녀에게 바쳤는데, 사랑과 존경 그리고 그리움이 뚝뚝 묻어나는 글이다. (해리엇은 당시 명을 달리했다) 해리엇의 생전에 밀의 모든 저작이 그녀의 손을 거쳐갔다는 점은 그녀의 영향력을 가늠케 한다.

토크빌은 프랑스의 정치권력이 급변하던 시기에 살았다. 토크빌이라는 명문가에서 태어나 혁명과 반혁명의 와중에 그는 민주주의를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으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특유의 귀족적 탁월함을 구현하기 어려운 민주주의의 단점도 같이 고민한다. 토크빌의 명민함은 민주주의의가 걸음마를 떼는 순간에 신생아가 마주할 어려움을 같이 보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의 저작인 <미국의 민주주의>1권은 당시에 엄청나게 팔렸다. 1835년에 펴내고 1848년엔 12쇄를 찍으며 서론을 다시 썼고, 보급판 4천부도 그 해 2쇄를 찍는다. 이쯤에서 나는 또 한국의 19세기를 떠올린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가 왜 세계사적인 의미를 갖지 못하는가. 구텐베르크 혁명을 통해 지식이 보급된 서양에 비해 동양은 지식 정보를 독점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양반층에게도 책은 귀한 물건이었다고 하니 지식은 자유롭게 흐르기 힘들었을 것이다.

 

첫 단락 말미에 살려둔 불씨를 가져오려고 한다. 밀의 정치이론은 오늘날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뼈대를 형성한다. 4부 정치이론에서 밀의 정치사상적 얼개를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주권, 즉 최고 권력이 국가 구성원 전체에게 귀속되어야 한다. 둘째, 모든 시민이 ... 정부의 일에 직접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참여를 늘려나가면 사람들의 사고가 바뀐다. 자신이 사회의 한 구성원이라는 소속감을 가지면서 사회 전체의 이익이 곧 자기 자신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생각을 품게 된다. ...... 둘째, 참여는 사람들의 지적 수준도 높여준다.

 

이처럼 밀은 참여를 사람을 변화시키는 '교육의 장'으로 받아들였다. ...... 그는 계급 이익을 극복하지 못하면 대의민주주의가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특히 노동자 대중이 다수의 힘으로 자신들의 당파적 이익을 관철할까 봐 두려움이 컸다. 밀은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은 다를 것이라고 믿었다. 그들은 지성과 교양의 힘으로 전체 이익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따라서 밀은 식자 계급이 정부 안에서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p.236-242 발췌)

 

밀은 다수에 대한 소수의 지배 가능성이 있는 직접민주주의가 아닌 대의민주주의를 옹호했다. 민주주의가 가진 약점은 다수결 제도에 내재해 있다. 다수의 의견이라고 해서 더 낫다고 보증할 수 없다. 그래서 밀은 보통의 시민들보다 뛰어난 판단을 할 수 있는 지식인을 찾는다. 그러면서도 보통의 시민이 온전한 인간성을 발휘하기 위한 조건을 고민한다. 그는 참여를 통해 시민이 정치적으로 성숙해 나간다고 보았다. 그 중간에서 지식인은 좋은 정치의 토양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밀은 지식인으로서 의회에 선출되어 현실정치에 참여했다. 그가 행했던 의회에서의 활동은 그가 평소 가졌던 생각과 다르지 않다. 자서전에서는 이 때의 활동 중 선거 개혁, 여성 참정권, 아일랜드와 자메이카 문제를 주로 거론했다.(p.296) 하지만 이런 급진적 원내활동은 뜻을 펴지 못한다. 책의 앞 장에는 1928년 영국의 여성참정권 법안이 의회를 통과해서 여권 운동가들이 밀의 동상에 헌화하는 사진자료가 있다. 그가 얼마나 시대에 앞서 문제를 제기했는가, 또한 당시의 현실적인 장벽은 얼마나 높았던 것인가 알 수 있는 단면이다. 이후로 시간이 흘러 대중교육이 일반화되고 민주주의는 대세가 됐다. 하지만 밀이 민주주의의 바탕을 이룰 시민이 참여를 통해 성숙해져야 한다는 아이디어는 지금도 유효하다.


박근혜 정부의 탄생은 보통선거를 통해 엄연히 민주적 절차를 거쳤다. 다수의 선택을 받은 이 정부는 정말 보잘것 없는 정치를 보여줬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묘사하던 한국의 정치지형을 순식간에 역전시키는 기적을 행하였다. 정치와 기적의 간극은 밀이 경계했던 민주주의의 모습을 보여준다. 정치권력을 주었던 이도, 잘못된 권력사용을 이유로 다시 회수한 이도 시민이다. 이번 탄핵이 있기까지 광장의 역할을 스스로 마음껏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 집단지성 같은 말은 좋아하지 않지만 광장에서 보여준 차분함은 여론의 역풍까지도 고려한 집단적인 인내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투표는 참여를 보장한다. 투표를 하면서 시민들은 민주주의의 실천을 배운다. 광장은 참여를 보장한다. 광장에서 시민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정치적 역량을 가늠한다. 대의제와 참여와 관련된 문제의식은 오늘날에도 완성된 정답이 없다. 그래서 사회적 현실에 맞게 민주주의를 변화시킬 동력을 밀은 시민의 참여에서 찾고있는 지도 모른다.

 


덧1.이 책은 보조자료로도 활용가치가 높을 것 같다. 저자가 밀의 저작을 많이 번역했고, 밀의 전집을 준비하고 있다 하니 기대가 된다. 이미 밀의 저작을 다수 번역하셨더라. 

 

덧2. 잊혀진 이슈긴 하지만 민주주의와 관련해 국정원과 군의 선거개입은 정말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 특히 작금의 국정원은 설립취지에 걸맞는 임무를 수행하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측면이 적기 때문에 반대로 대리인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지 않아도 될 유인은 많아진다. 감시하고 평가할 제도적 장치가 거의 없다고 보인다. 보수주의자를 자청하는 이들이 이 사건을 두고 나라가 무너질 것처럼 걱정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한국의 자칭-보수주의가 얼마나 사상적 뿌리가 약한지 보여주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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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입자 - 우주가 답이라면, 질문은 무엇인가
리언 레더먼 & 딕 테레시 지음, 박병철 옮김 / 휴머니스트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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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머니스트 출판사의 서평단에 선정되어 서평을 올립니다

 

한 달 전 쯤 강유원 씨의 <숨은 신을 찾아서>를 읽고 글을 남겼다. 함축적인 글이라서 저자의 생각만큼이나 내 생각도 끼어들 공간이 많았다. 저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곡해나 오독을 맘껏 했으리라. 그런데 이번에도 읽은 책이 하필 <신의 입자>!! 제목만 보면 창조의 비밀을 파해치는 종교서적으로도 손색 없지만 과학을 다룬다. 그것도 입자물리학을 연구하는 실험물리학자의 눈으로 본 과학개설서. 물리를 돌이켜보면 생각나는 공식이 F=ma인데, 힘은 질량과 가속도에 비례한다고 설명할 수도 있다. 그리고 관련 문제를 열심히 풀었던 기억이 난다. 일상은 물리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적어도 저러한 물리문제는 잊고 산 지가 오래다. 그런 내게 과학이라니, 물리라니. 생각하지 마라. 외우고 풀고 오답노트를 만들어야 하나.

 

다행히도 이 책은 문제집이나 논문이 아니다. 물리학의 역사를 다룬다. 총 9장 구성에서 전반부인 5장까지가 물리학의 최소단위인 원자를 찾기까지의 여정을 과학사의 큼지막한 발견들로 잘 버무려냈다. 6장부터 9장까지는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한 신의 입자를 찾아낸 과정을 그린다.(이 책의 전체 여정을 초간단 역사로 정리한 표가 p.590-591 에 있다. p.589 도 참고.) 저자는 700 쪽에 가까운 이야기를 꽤나 유려하게 풀어낸다. 중간에 나오는 저자의 유머 덕분에 책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이런 부분은 과학책에 대한 장벽을 그나마 낮춰주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과학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눈길을 끈다.

 

대중은 결코 나약한 집단이 아니다. 정치인이나 사회평론가가 조금이라도 이상한 발언을 하면 가차 없이 융단폭격을 퍼붓고 잘못을 바로잡는다. 그러나 '과학'이라는 간판을 내걸면 대중은 한없이 나약해진다. ...... 가장 큰 요인은 과학을 불편하게 생각하거나 과학이 발전해나가는 과정을 잘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대중은 과학을 '확고한 법칙과 신념으로 건조된 난공불락의 요새'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 그러나 내가 장담하건대, 과학은 그 어떤 분야보다 유연하다. 과학의 목적은 현상유지가 아니라 혁명이기 때문이다. (p.352-353)

 

미안하게도 저자가 직접 관여한 신의 입자를 찾는 원정단에서 길을 잃었다. 정말이지 저자는 자기가 몸담고 있는 입자물리학의 현재를 최대한 쉽게 쓰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최신의 물리학은 내 기준에서는 너무나도 많은 발견을 했다. 나는 고전물리학조차 버겁다. 그래서인지 가장 재밌게 읽었던 부분이 고전물리학을 설명하는 전반부다. 물리교과서에서 실험하는 내용이 먼 옛날 갈릴레이 갈릴레오가 했던 실험이었고, 주기율표로 친근한 멘델레예프 이름도 보인다. 그냥 익숙한 이름이 나와서 재밌다기보다 물리학의 발견이 법칙으로 정립되기까지의 에피소드를 들려주다보니 꼭 옆에서 같이 발견해 낸 공식같기만 했다. 과학 공부를 이렇게 역사 속에서 설명해주면 훨씬 흥미롭지 않을까. 전반부의 물리학 역사원정대를 따라 여행하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이다. 후반부는 이론물리학자들과 대비되는 실험물리학자의 삶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막간c에서 저자가 성공했던 실험을 들려주는 대목은 특히 흥미로웠다. 그간의 정립된 물리법칙에 위배되는 증거를 찾아낸 실험은 저자의 푸념처럼 생고생하는 현장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성공했기에 훈훈하게 끝났지만, 실패했던 실험들은 훨씬 많았을 것이다.

 

책을 읽어나가는 내내 마음 한 켠이 씁쓸하기도 했다. 근현대에 이룩해놓은 물리학의 혁혁한 성과들을 접하면서 그 시기에 조선-한국은 어땠나 비교를 해보면 뭔가 아득해지는 느낌이다. 서양의 네트워크 내에서 성과들만을 기술한 것이 아닌가 의심도 해보지만 과학 분야는 이론이나 실험의 결과물이 사상에 따라 바뀐다고 볼 수는 없기에 서양이 주도권을 갖고 있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책을 통틀어 내가 찾은 한국인은 벤 리(이휘소) 한 명이다. 과학에까지 국적놀이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기초과학이 무너진다는 걱정을 들은 지 오래다. 일본에서 과학 분야의 노벨상을 꾸준히 받을 때마다 국내를 되돌아보는 뉴스가 한가득이다. 만성 걱정으로만 끝나지 않고 과학의 발견이 주는 기쁨을 많은 이들이 누리는 환경을 만들 때는 언제인가. 이런 과학책을 뒤적거리는 일도 하나의 실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덧. 저자가 물리학자(과학자)로 사는 즐거움을 말하는 대목이 인상깊었다.

다른 사람이 발표한 아름다운 이론을 어느 순간 갑자기 이해하면서 기쁨과 성취감을 느낄 때도 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강렬한 순간은 우주의 비밀을 스스로 발견했을 때이다. 상상해 보라. 당신이 새벽 3시에 연구실에 혼자 남아 방정식과 씨름을 벌이다가 문득 심오한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그 순간, 당신을 제외한 70억 명의 인류 중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이 얼마나 짜릿하고 강렬한 경험인가!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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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미래 - 인구학이 말하는 10년 후 한국 그리고 생존전략
조영태 지음 / 북스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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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과거의 일을 회상하면서 그때 이러했다면 지금은 더 나았을텐데 하는 종류의 아쉬움을 갖는다. 미래는 알 수 없다고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예전부터 축적된 결과물이 미래라는 말이 단순한 말장난은 아니다. 축적물들 중에서 그나마 숫자로 파악하기 쉬운 분야가 인구다. 인구추이는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변화상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미래의 추이를 얼추 예상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나는 유일하게 구독하는 팟캐스트인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에서 저자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인구로 설명하는 미래의 모습이 흥미로웠고 결국 책까지 손이 갔다.

 

이 책의 앞에서 저자는 형식인구학과 사회인구학을 간단히 설명한다. 흔히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인구지표가 전자라면 후자는 이 데이터의 원인과 결과를 연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인구 관련 통계청의 조사는 무척 높은 수준의 신뢰도를 가지고 있단다. 그렇다면 이 원(raw)데이터를 가지고 해석하는 영역의 사회인구학자 시각이 궁금해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구학'으로 보는 한국사회는 저출산, 노령화 그리고 인구규모의 축소가 예상된다. 바꿔 말하자면 이러한 미래는 정해져있다. 현재 정부의 저출산 대책들이 쏟아진다고 해도 이미 '가임기 여성'의 규모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들이 성공한다고 해도 현상유지 수준의 인구규모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해석이다. 저출산, 고령화 정책 자체도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나 이후의 정부에서 축소되거나 부분적으로 살아났던 부침을 겪었다. 없는 것보다야 낫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정책으로 다뤄야 한다는 점은 쉽게 수긍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끝이라면 이 책은 정부정책이나 언론이 다루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책에서 다루는 분야만 해도 교육, 결혼, 육아, 직업, 노동, 기업경영, 소비자, 국방, 부동산, 세대갈등, 이민, 외국인노동자, 해외투자, 복지 등에 이른다. 목차를 확인하셔도 좋다. 사실상 거의 모든 사회적 현상들을 인구학적 사고를 통해 다룰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인구 변화가 사회 각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한 저저의 '해석'이다. 하나를 꼽자면 노동에 관한 부분이다. 노동시장 유연화는 앞으로도 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은퇴시기에 가까워온 이들은 노후복지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재취업을 시도하게 되고 이들이 진입하는 노동시장은 대부분 비정규 분야다. 구직자들의 입장에선 노동유연화를 선호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린다. 이미 많은 비정규직 고용이 이루어지고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기업이 적극적으로 원하는 노동유연화를 역으로 구직자들(특히 은퇴자들)이 원하게 된다는 해석은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다양한 분야를 다루다보니 각각의 이슈에 대한 큰 얼개만을 그려놓은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이런 시각은 많은 생각의 여지를 남긴다. 이미 비정규직 고용 비중은 노동시장 전체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통계치마다 차이가 있지만 비정규직은 사회에서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관행이 되어가고 있다. 과거에 평생고용-평생직장이라는 생각은 이제 공무원 직에서나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공무원시험 열풍도 이런 현상을 반영한다. 정규직 일자리를 확산하고 강화하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바라는 일이겠지만 정부기관의 11개월 계약(퇴직금 방지)은 세금으로 직접 일자리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결국 기업의 역할이 중요한데 비용절감의 욕구는 정부보다 더하기 때문에 핵심 인력들을 제외하고는 비정규직화 또는 하청 등으로 작고 발빠르게 변화하는 조직으로 조직설계를 할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노조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강한 고용보장을 주요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노동조합으로서는 당연한 과제다. 그런데 노조 조직률은 하락하고 양대노총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비정규 부문 노동자들은 점점 증가한다. 연차가 쌓이면 임금을 많이 받는 모델은 평생고용 모델에서나 가능했다. 연차라는 것은 결국 나이에 따른 직급 나누기인데 직급이 올라갈수록 급여는 오르지만, 오르는 급여에 걸맞게 일을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은 얼마나 될까? 적어도 내가 보고 듣는 경우엔 아랫사람들이 죽어라 일해놓고 윗사람들이 성과를 챙기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나 젊었을 땐 그보다 더했어 라는 말을 대대손손 물려주기엔 현재의 상황이 버티질 못한다. 노조 측에서도 비정규직 이슈에 적극적이지만 정규직 보호가 우선이다. 핵심 조직역량은 대기업-정규직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 아래에서 미래의 노동자들을 위한 어떤 과제가 필요할까. 나는 신자유주의, 임금피크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비정규직 등의 이슈에 줄곧 부정적이었지만 이 책은 이러한 이슈가 피하기 어려운 흐름이 되어간다고 이야기한다. 다만 이 흐름을 인구학으로 바라본 미래이기 때문에 다른 변수들도 개입할 여지가 많다. 즉 현재는 변할 수 있다. 인구학적 시각은 결국 인구의 규모와 구성비에 따른 해석학이기도 해서 정해진 미래를 미리 준비하고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인구학적 '해석'에서는 다양한 사회과학 및 기술과학이 동시에 접근 가능하다.

 

 

덧1 :

최근에 들었던 팟캐스트 중 <정치, 알아야 바꾼다>에서 주진형씨가 했던 이야기를 들었다. 청문회에서 재벌들의 행태는 조폭같다고 말한 그분이다. 그 전에 이분은 구조조정 칼잡이로 유명했다. 대뜸 다니는 일자리에서 잘린다니 누가 좋아하겠는가. 하지만 팟캐스트에서 들으면서 나름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 경제 전반의 주제가 있으니 관심주제를 골라 한 번 들어도 좋을 듯하다.(경제 알아야 바꾼다.... 로 검색하면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다) 

 

덧2 :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제13차 인구포렴이 2017년 2월 24일에 있었다. 주요 저출산대책의 성과와 향후 발전방향이 논의의 주제다. 여기서 원종욱 선임연구원의 "결혼시장 측면에서 살펴본 연령계층별 결혼결정요인 분석"이라는 발표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분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 인구영향평가센터 센터장이다. 통계결론을 바탕으로 국가정책의 기조와 시행방향 및 세부전략을 수립하는 기관인데, 연구결과는 센터장이라는 스펙이 쓸 데 없이 높은거 아니냐는 조롱까지도 필요 없을 정도다.

고햑력 여성이 결혼율이 낮은 통계적 결론을 두고 저출산 대책을 내놓았는데 충격적이다. 혼인율을 끌어 올려 출산율을 높인다는 게 주요 골자다. 스펙쌓기에 오랜 시간 몰두하면 채용에 불이익을 줘서 빨리 노동시장에 진입하도록 유도하고, 혼인율이 낮은 고학력 여성이 눈을 낮춰 저학력, 저임금 남성들과 결혼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제안도 있다. 이 기관의 원장 인사말에는 저성장 기조에 맞춰 지출을 효율화가 절실하다는 대목이 있다. 이런 기관에서 저런 센터장의 연구결과를 보고 있노라면 그들이 말하는 지출효율화라는 게 무엇인지 의문이다.누군가는 국민들을 개, 돼지로 보는 것이 고위관료들의 기본소양이 아니냐고 말한다. 같은 결과값을 두고 해석과 해결방안은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혼인율 제고를 위한 사회정책을 위와 같은 시각으로 접근할 때, 우리는 무엇으로 불려야 하는가. 특히 여성들은.

 

(관련기사 : http://v.media.daum.net/v/20170224210505356)

(보도자료 : https://www.kihasa.re.kr/web/news/report/view.do?menuId=20&tid=51&bid=79&ano=10592) 보도자료 마지막 장을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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