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미래 - 인구학이 말하는 10년 후 한국 그리고 생존전략
조영태 지음 / 북스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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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과거의 일을 회상하면서 그때 이러했다면 지금은 더 나았을텐데 하는 종류의 아쉬움을 갖는다. 미래는 알 수 없다고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예전부터 축적된 결과물이 미래라는 말이 단순한 말장난은 아니다. 축적물들 중에서 그나마 숫자로 파악하기 쉬운 분야가 인구다. 인구추이는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변화상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미래의 추이를 얼추 예상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나는 유일하게 구독하는 팟캐스트인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에서 저자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인구로 설명하는 미래의 모습이 흥미로웠고 결국 책까지 손이 갔다.

 

이 책의 앞에서 저자는 형식인구학과 사회인구학을 간단히 설명한다. 흔히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인구지표가 전자라면 후자는 이 데이터의 원인과 결과를 연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인구 관련 통계청의 조사는 무척 높은 수준의 신뢰도를 가지고 있단다. 그렇다면 이 원(raw)데이터를 가지고 해석하는 영역의 사회인구학자 시각이 궁금해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구학'으로 보는 한국사회는 저출산, 노령화 그리고 인구규모의 축소가 예상된다. 바꿔 말하자면 이러한 미래는 정해져있다. 현재 정부의 저출산 대책들이 쏟아진다고 해도 이미 '가임기 여성'의 규모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들이 성공한다고 해도 현상유지 수준의 인구규모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해석이다. 저출산, 고령화 정책 자체도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나 이후의 정부에서 축소되거나 부분적으로 살아났던 부침을 겪었다. 없는 것보다야 낫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정책으로 다뤄야 한다는 점은 쉽게 수긍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끝이라면 이 책은 정부정책이나 언론이 다루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책에서 다루는 분야만 해도 교육, 결혼, 육아, 직업, 노동, 기업경영, 소비자, 국방, 부동산, 세대갈등, 이민, 외국인노동자, 해외투자, 복지 등에 이른다. 목차를 확인하셔도 좋다. 사실상 거의 모든 사회적 현상들을 인구학적 사고를 통해 다룰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인구 변화가 사회 각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한 저저의 '해석'이다. 하나를 꼽자면 노동에 관한 부분이다. 노동시장 유연화는 앞으로도 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은퇴시기에 가까워온 이들은 노후복지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재취업을 시도하게 되고 이들이 진입하는 노동시장은 대부분 비정규 분야다. 구직자들의 입장에선 노동유연화를 선호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린다. 이미 많은 비정규직 고용이 이루어지고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기업이 적극적으로 원하는 노동유연화를 역으로 구직자들(특히 은퇴자들)이 원하게 된다는 해석은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다양한 분야를 다루다보니 각각의 이슈에 대한 큰 얼개만을 그려놓은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이런 시각은 많은 생각의 여지를 남긴다. 이미 비정규직 고용 비중은 노동시장 전체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통계치마다 차이가 있지만 비정규직은 사회에서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관행이 되어가고 있다. 과거에 평생고용-평생직장이라는 생각은 이제 공무원 직에서나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공무원시험 열풍도 이런 현상을 반영한다. 정규직 일자리를 확산하고 강화하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바라는 일이겠지만 정부기관의 11개월 계약(퇴직금 방지)은 세금으로 직접 일자리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결국 기업의 역할이 중요한데 비용절감의 욕구는 정부보다 더하기 때문에 핵심 인력들을 제외하고는 비정규직화 또는 하청 등으로 작고 발빠르게 변화하는 조직으로 조직설계를 할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노조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강한 고용보장을 주요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노동조합으로서는 당연한 과제다. 그런데 노조 조직률은 하락하고 양대노총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비정규 부문 노동자들은 점점 증가한다. 연차가 쌓이면 임금을 많이 받는 모델은 평생고용 모델에서나 가능했다. 연차라는 것은 결국 나이에 따른 직급 나누기인데 직급이 올라갈수록 급여는 오르지만, 오르는 급여에 걸맞게 일을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은 얼마나 될까? 적어도 내가 보고 듣는 경우엔 아랫사람들이 죽어라 일해놓고 윗사람들이 성과를 챙기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나 젊었을 땐 그보다 더했어 라는 말을 대대손손 물려주기엔 현재의 상황이 버티질 못한다. 노조 측에서도 비정규직 이슈에 적극적이지만 정규직 보호가 우선이다. 핵심 조직역량은 대기업-정규직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 아래에서 미래의 노동자들을 위한 어떤 과제가 필요할까. 나는 신자유주의, 임금피크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비정규직 등의 이슈에 줄곧 부정적이었지만 이 책은 이러한 이슈가 피하기 어려운 흐름이 되어간다고 이야기한다. 다만 이 흐름을 인구학으로 바라본 미래이기 때문에 다른 변수들도 개입할 여지가 많다. 즉 현재는 변할 수 있다. 인구학적 시각은 결국 인구의 규모와 구성비에 따른 해석학이기도 해서 정해진 미래를 미리 준비하고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인구학적 '해석'에서는 다양한 사회과학 및 기술과학이 동시에 접근 가능하다.

 

 

덧1 :

최근에 들었던 팟캐스트 중 <정치, 알아야 바꾼다>에서 주진형씨가 했던 이야기를 들었다. 청문회에서 재벌들의 행태는 조폭같다고 말한 그분이다. 그 전에 이분은 구조조정 칼잡이로 유명했다. 대뜸 다니는 일자리에서 잘린다니 누가 좋아하겠는가. 하지만 팟캐스트에서 들으면서 나름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 경제 전반의 주제가 있으니 관심주제를 골라 한 번 들어도 좋을 듯하다.(경제 알아야 바꾼다.... 로 검색하면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다) 

 

덧2 :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제13차 인구포렴이 2017년 2월 24일에 있었다. 주요 저출산대책의 성과와 향후 발전방향이 논의의 주제다. 여기서 원종욱 선임연구원의 "결혼시장 측면에서 살펴본 연령계층별 결혼결정요인 분석"이라는 발표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분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 인구영향평가센터 센터장이다. 통계결론을 바탕으로 국가정책의 기조와 시행방향 및 세부전략을 수립하는 기관인데, 연구결과는 센터장이라는 스펙이 쓸 데 없이 높은거 아니냐는 조롱까지도 필요 없을 정도다.

고햑력 여성이 결혼율이 낮은 통계적 결론을 두고 저출산 대책을 내놓았는데 충격적이다. 혼인율을 끌어 올려 출산율을 높인다는 게 주요 골자다. 스펙쌓기에 오랜 시간 몰두하면 채용에 불이익을 줘서 빨리 노동시장에 진입하도록 유도하고, 혼인율이 낮은 고학력 여성이 눈을 낮춰 저학력, 저임금 남성들과 결혼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제안도 있다. 이 기관의 원장 인사말에는 저성장 기조에 맞춰 지출을 효율화가 절실하다는 대목이 있다. 이런 기관에서 저런 센터장의 연구결과를 보고 있노라면 그들이 말하는 지출효율화라는 게 무엇인지 의문이다.누군가는 국민들을 개, 돼지로 보는 것이 고위관료들의 기본소양이 아니냐고 말한다. 같은 결과값을 두고 해석과 해결방안은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혼인율 제고를 위한 사회정책을 위와 같은 시각으로 접근할 때, 우리는 무엇으로 불려야 하는가. 특히 여성들은.

 

(관련기사 : http://v.media.daum.net/v/20170224210505356)

(보도자료 : https://www.kihasa.re.kr/web/news/report/view.do?menuId=20&tid=51&bid=79&ano=10592) 보도자료 마지막 장을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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