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와 철학하기 - 소유에서 존재로, 넘버원에서 온리원으로, 진리에서 일상으로
김광식 지음 / 김영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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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와 철학하기>는 BTS와 철학, 자세히는 현대철학을 함께 다룬다. 하지만 저자가 도입부에서 언급했듯 이 책은 'BTS의 철학'을 말하는 책이 아니라 'BTS와 철학의 만남을 엿보'는 책이다. BTS의 곡별로 카테고리를 나누고, 각각의 곡들 속에 담겨있는 현대철학적 모티브를 찾아보고, 해당 현대철학에 대해 설명을 하는 형식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여기 나오는 곡들을 다 알기 때문에 굳이 읽지는 않았지만, 각 곡의 가사가 챕터 들어가는 첫장마다 기재되어 있기 때문에 혹시 곡을 모르시는 분들도 편하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았다.


‘BTS가 알면서도 삼켜버린, 너무 달콤해 더는 도망갈 수 없게 만드는 독이 든 성배는 무엇일까? 자유다. 내가 하는 모든 생각과 행동이, 경험하는 느낌이 오로지 나로부터 말미암은 자유로운 삶이다. 스스로 창조하는 삶이다.’ - 30


케이돌의 노래가 좋은 점은 가사에 메타포가 많고 해석의 여지가 다양하다는 점인데, '피 땀 눈물'이란 곡에서 화자가 마시는 독이 든 성배가 '자유'라는 해석은 처음 접해보는 거라 신선했다. 니체의 초인철학과 이어지는 부분인데 저자에 따르면 이 노래에서 화자는 '자유로운 삶'를 삼킨다. 하지만 그건 독이 든 성배다. 이 챕터에서 '자유는 저주받은 은총이다.'라는 표현도 나온다. 나도 동의한다. 자유는 얼핏보면 가벼운 성질인 듯 보여도 실상은 아주아주 무거운 존재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온전히 내가 내린 선택의 결과로 나의 삶이 만들어진다는 건 꽤 무서운 일이다. 하지만 인간은 이 자유를 원하게 되어 있다. 아주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애타게 원한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로맨틱하다는 느낌이 있다. '피땀눈물' 뮤직 비디오에서도 영상 내내 멤버들이 애타게 원하고 있는 것이 다름아닌 '자유'라고 생각하고 보면 영상이 더 낭만적이게 보인다.


인간의 작고 구체적인 고통과 억압이 인간을 통해 줄어들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연대하는 평범한 작은 사람들이 바로 참된 영웅이다. 의미를 부여하는 주체와 대상이 서로를 만들어나가듯 공동체도 서로가 서로를 만들어나가는 연대로 형성된다. 태양이 아닌 너에게로 다가가는 마음으로.’ - 222


'네가 준 이카루스의 날개로, 태양이 아닌 너에게로' '작은 것들을 위한 시'의 가사다. BTS의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인데 그 이유 중 제목도 큰 몫을 가지고 있다. 평소 작고 소소한 것들을 찬양하는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 챕터에선 내게는 조금 낯선 '리처드 로티'라는 현대철학자가 등장한다. 로티는 철학이 해야 하는 일은 절대적인 진리의 발견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대신 작은 것들에 더 집중한다. 물음과 대화, 연대같은 것들이다. BTS의 가사를 빌리자면 '태양' 대신 ''에게 다가가는 길에 더 집중한다. 내가 지금껏 이 철학자를 한 번도 접하지 못했다는게 이상했다. 간략히만 설명을 읽어도 나와 너무 잘 맞는 철학가인데... 이 기회를 통해 로티에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다. 나도 이미 너무나 개인이 되어버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나의 태양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향해 다가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 현재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있으면서 BTS를 모르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물론 그럴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아티스트의 곡들로 현대철학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다양한 곡을 다루는 만큼 하나의 철학만을 깊게 파고 들지는 않지만, 그 덕분에 책의 전체적인 난이도가 낮아 부담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관심가는 철학이 생기면 관련 철학서를 찾아보며 독서를 확장시켜보는 것도 좋겠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인문 철학서를 찾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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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추얼의 종말 - 삶의 정처 없음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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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추얼의 종말>은 철학가 한병철이 우리가 모두 겪어 나가고 있는 '현재'라는 문제에 집중해서 적은 책이다. 철학서이다 보니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들 (주거, 경제, 범죄... ) 보다 더 깊숙하게 안 쪽의 이야기를 한다. 그 모든 겉 문제들의 근원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그 근원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리추얼의 종말' 이다. 참고로 독일에서 (이 책의 원문은 독일어이고, 저자는 재독 철학가이다.) '리추얼' '의례, 예식, 잔치' 의 의미로 사용된다고 한다. 나는 읽으면서 문장에 맞춰 여러 의미로 리추얼을 받아들였는데, 그 중에서도 '형식' '축제'의 의미를 가장 많이 떠올린 것 같다.

[리추얼은 세계관련을 매개한다. 반면에 진정성 강제는 모든 것을 주관적으로 만든다. 그럼으로써 진정성 강제는 나르시시즘을 심화한다. 오늘날 나르시시즘적 장애들이 증가하는 것은 우리가 자아의 경계 바깥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한 감각을 점점 더 잃어가기 때문이다.] -35

저자는 현대의 우리는 '공동체 없는 소통'을 한다고 말한다. 이전의 우리는 조금 더 '소통 없는 공동체'에 가까웠다고도. 말의 앞뒤 순서만 바뀌었는데 의미가 많이 달라지는 이 개념은 현대 사회에 대한 좋은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소통은 점점 더 그 한계를 잃어가는데, 이상하게 우리는 점점 더 혼자가 된다. 세상은 한 시도 쉬지 않고 시끌벅적한데 이상하게 우리는 점점 더 외로워진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진정성 강제 사회가 우리를 계속해서 분자화하는 것이 원인이다. 언제 어디에 쓰여도 긍정적인 의미로 생각되는 '진정성'이란 단어 뒤에 '강제'가 따라오니 신선한 느낌이 드는 것이, 지금껏 한 번도 진정성이라는 걸 의심해 본 적이 없구나 싶었다. 이 시대에서는 나의 감정, 나의 느낌 - 진정성이라 불리는 것들- 만이 중요해지고 형식, 그러니까 리추얼은 딱딱하거나 외면적인 것들로 생각된다. 이런 사회 속에서 나는 걷잡을 수 없이 ''가 된다.

[삶이 외적인 목적에 종속되지 않고 삶 자신과 관련 맺을 때, 삶은 놀이의 성격을 되찾는다. 되찾아야 할 것은 관조적 휴식이다. 삶이 관저족 요소를 완전히 빼앗기면, 사람은 행위에 빠져 질식한다. …(중략) 자본주의는 고요를 사랑하지 않는다. 자본주의에게 고요란 생산이 0인 지점, 탈산업적 시대에는, 소통이 0인 지점일 터이다.] -63

우리 시대가 잃어가는, 혹은 이미 잃어버린 단어 중 하나가 '관조' 아닐까 싶다. 저자의 말처럼 자본주의 시대에 관조란 참으로 무용하다. 아무것도 생산해내지 않으니까 말이다. 이 문장에서 '행위에 빠져 질식한다' 는 부분이 유난히 굵게 느껴졌다.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불멍'(캠핑을 가서 화로에 불을 키고 멍을 때리는 것), '바다멍'(바다를 보면서 멍 때리는 것)이 유행처럼 일고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어쩌면 우리는 점점 잃어가는 '행위멈춤' 의 시간을 무의식적으로 그리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의미도 행위도 생산해내지 않는 시간. 생산성을 절대법처럼 귀하게 여기는 이 사회에서 우리가 행위에 빠져 질식하지 않도록 겨우 찾아낸 시간이 바로 불멍, 바다멍 아닐까. 하지만 그마저도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갖지 못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저자는 서두에서부터 <리추얼의 종말>이란 책이 과거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책이 쓰인 뒤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나의 주장은 우리가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는 우리가 공동의 행위와 놀이의 새로운 형태들을 발명해야 한다는 것을 옹호합니다.' 라고 쐐기를 박았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건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역자가 말했듯 이 책은 진단서와 가깝다. 현대 사회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한 진단을 저자가 스스로 내린 결과가 바로 이 책, <리추얼의 종말>인 것이다.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는 책이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아주 만족했다.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고, 의아한 부분이나 뼛속까지 깊게 이해되는 부분도 모두 있었다. 하지만 이게 철학의 묘미 아닐까.. 저자가 책에서도 이야기했듯 철학도 하나의 고전적인 '놀이'이다. 또 역자의 말처럼 철학가 한병철은 '시적인 철학가'. 시를 보듯, 놀이를 하듯, 그렇게 읽어보면 좋을 듯 싶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건데?' 보다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해보며 말이다.

<리추얼의 종말>은 제목부터 고전 철학서처럼 어딘가 모르게 웅장한 느낌을 준다. 덕분에 읽기 전에도 요즘 많이 나오는 철학 입문서라든지, 인문철학서처럼 일반 대중도 쉽게 읽을 수 있게 철학을 이야기해줄 것 같지는 않았다. 이러한 내 예상처럼 앞쪽 20페이지 정도 읽었을 때는 아! 쉽지 않다, 고 생각했다. 읽는 데에 시간 좀 걸리겠구나~ 하는 예상도 들었다. 하지만 요 예상은 빗나갔다. 나는 이 책을 3일도 안 돼서 완독했다. 심지어 중-후반부는 책장을 어렵지 않게 넘겼다. 그렇다고 난이도가 갈수록 쉬워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앞 부분에서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려고 하는 큰 주제를 이해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읽는 것이 좀 수월해진다. 결론은 (나처럼) 겁 먹지 말고 차근차근 읽어보셨으면 좋겠다는 말. 또 서두와 부록으로 있는 인터뷰, 역자의 말까지 전부 읽어야 이 책을 다 읽었다고 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 대해 기발하고 조금은 파격적인 주장을 살펴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책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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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로에게 구원이었을 때
박주경 지음 / 김영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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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우리가 서로에게 구원이었을 때> 20년차 베테랑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삶을 체험하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기록해 놓은 책이다. 저자가 기자로서 가지는 명료한 통찰력과, 인간으로서 가지는 다정한 마음이 한 데 묶여 잘 드러나는 책이었다. 읽는 동안에 '그래 내 말이 이 말이야' 라든지 '제발 사람들이 이 부분 좀 의무적으로 읽었으면 좋겠다' 같은 생각을 내내 했다. 평소에 사회를 지켜보며 내 머릿속에서 어지럽게 섞여 있던 생각들을 누군가 (완벽히 논리적인, 그러나 지나치게 회의적이지는 않은 문장으로) 정리해서 말해주니 속이 시원했다.

또 따뜻한 이야기, 머리 끝까지 화가 나는 이야기, 슬픈 이야기들을 두루 다루면서도 다정한 시선을 놓지 않는 저자의 태도가 정말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연하게나마 내가 저널리스트가 된다면 극단적인 회의주의자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나약하고 말랑한 나의 마음을 고려해봤을 때.....) 누구보다 현대 사회의 현실을 가까이서 지켜봐야 한다는 건 괴로울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었다. 그래서 저자의 이러한 태도가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나는 다정한 사람은 마음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는 정말 마음이 강한 사람 같아 동경하게 된다. 어떤 이야기를 하든 마지막에 '희망'을 얘기할 수 있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그걸 해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멋져 보이는지 모른다.

 

사회/정치 부문 기사만 읽어도 스트레스를 받아 종종 사회로부터 도망치고 싶어지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우리가 서로에게 구원이었을 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한 발짝 최근의 현실을 들여다 보면서도, 저자의 따스한 마음이 스트레스의 안전망 역할을 해준다.

 

덧붙여 적어도 이 책 전반부를 읽을 때는 '인류애'라는 것이 다시 살아 움직이는 걸 느꼈다. 집단이 아무리 곪아 있더라도 그 속에는 얼마든지 개개인의 따스함이 존재한다는 것을 상기했다. 그 따스함이 오래도록 보호받고 유지될 수 있기를, 이 사회도 구성원들에게 더 다정한 존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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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늙어버린 여름 - 늙음에 대한 시적이고 우아한, 타협적이지 않은 자기 성찰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 지음, 양영란 옮김 / 김영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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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늙어버린 여름>은 저자 자신이 늙음을 인지한 순간의 경험과, 그 당시의 감정들을 무서울만치 명료하게 이야기한다. 부정적 감정의 미화 같은 건 전혀 허락하지 않는 문장들로 말이다. 그렇다고 그저 나이 듦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책은 아니다. 성공한 직업여성, 교육자, 자녀, 아내, 친구, 페미니스트로서 그가 걸어온 길들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자신이 느낀 두려움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나는 이러한 저자의 태도가 고마웠다.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여성의 두려움을 들을 수 있는 곳이 (내가 아는 한) 없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누군가가 툭 까놓고 늙는다는 건 어떤 기분인지 이야기해 주길 바랐다. 그로 인해 내가 늙음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모두 잘 알아 두기를 바랐다. 어느 쪽의 감정이 먼저 찾아와도 내가 너무 들뜨거나 너무 가라앉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러한 나의 갈망을 정확하게 채워주었다.

 

늙고 싶어서 늙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그런 의미에서 인간에게 늙음이란 수동태가 더 잘 어울린다. 우린 '늙는다'기 보다 '늙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늙음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더 자주, 더 다양한 곳에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두에게 닥쳐올 경험에 대해 우리는 너무 말을 아껴왔던 것 같다. <내가 늙어버린 여름>과 같은 책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이러한 이야기야 말로 삶의 기로에서 우리의 방어막이 되어주고, 발판이 되어주는 존재다. 아마 나는 이 책을 책장에 고이 모셔두고 나의 늚음을 인지한 어느 여름에 몇 번이고 다시 꺼내 볼 것이다. 그리고 그로 하여금 지금의 나는 상상도 못할 만큼의 위로를 느낄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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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세계 - 인간 우주의 신경생물학적 기원
미겔 니코렐리스 지음, 김성훈 옮김 / 김영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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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내가 뼛속까지 문과 인간이라는 걸 알리고 싶다. 이런 나도 무려 600쪽이 되는 분량의 뇌과학 책을 완독했으니 이 글을 보는 나 같은 순혈 문과들도 두려워할 필요 없다. 읽으려면 읽어낼 수 있다. 그리고 그 값어치를 한다!

 

 

<뇌와 세계>의 저자 미겔 니코렐리스는 저명한 신경생물학 교수이다. 그는 이 책에서 뇌가 어떻게 인간 우주의 만물을 창조해냈는지 그 진화 과정과 방법, 그리고 위대함을 소개한다. 책의 초중반에 저자가 직접 실험한 여러 내용들과 결과들을 통해 착실하게 우리의 뇌가 얼마나 훌륭한 존재인지 확인하고 나면, 후반부에 나오는 '인간의 뇌보다 뛰어난 디지털 컴퓨터는 현재에도 앞으로도 나올 수 없으나, 인간의 뇌가 퇴보해 디지털 컴퓨터에 굴복하는 것은 가능하다'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앞의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어도 착실하게 읽는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값어치를 한다!

 

<뇌와 세계>가 현대 사회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뇌가 만들어낸 정신적 추상들이 인간의 위에서 날뛰고 있는 요즘, 저자가 주장하는 '뇌 중심적 관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리는 우리의 뇌가 얼마나 훌륭한지 알아야 한다. 또한 너무도 훌륭한 나머지 우리의 뇌가 만들어내는 매우 정교한 정신적 추상들도 인지해야 한다. 그래야만 혼란스러운 이 시기에 정말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정의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놀라울 정도로 뇌와 세계에 대한 나의 관점을 바꿔놓았다. 앞서 말한 '값어치를 한다'의 값어치가 바로 이것이다. 물론 이 책 한 권을 읽는다고 갑자기 뛰어난 신경 생물학자가 되거나 뇌과학자가 되는 건 아니지만 (애초에 그럴 목적으로 쓰인 책도 아니지만), 저자의 파격적이고 설득력 강한 주장은 내 인식의 틀을 크게 확장해주었다. 해당 분야의 전공자들뿐만 아니라 나와 같은 일반 독자들도 <뇌와 세계>를 읽어보고 열띤 토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저자의 '뇌 중심적 관점'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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