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누군가를 돌볼 수 있을까? - 청소년을 위한 첫 돌봄 수업 ㅣ 사계절 1318 교양문고
최유나 외 지음 / 사계절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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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누군가를돌볼수있을까 #최유나_조기현_이해령_오현아 #사계절출판사 #사뿐사뿐 #서평

나도 누군가를 돌볼 수 있을까?. 최유나 조기현 이해령 오현아. 사계절출판사. 2026.
_청소년을 위한 첫 돌봄 수업

'청소년을 위한'이 붙어 있는 책은 더 한번 눈길이 간다. 이 말은 청소년을 위해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는 뜻이면서, 청소년이 꼭 알아야한다는 의미도 함께 담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에게 다가갈 때는 나름 조심스러운 지점이 있다. 무작정 어른의 입장에서 어른의 말이 다 맞다고 다그칠 수가 없다. 또 너희의 이야기가 다 옳다고 덮어놓고 두둔할 수도 없다. 어떨 때는 맞지만 어떨 때는 고민이 깊어지기도 하고, 생각보다 바른 방향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때에 따라서는 그 방향에 조언이 필요할 때도 있다. 고지식하게 밀어붙이는 말이 전부가 아닌, 오히려 다양한 여러 관점을 두루 살필 줄 아는 안목을 키워주는 것이 더욱 중요한 때가, 청소년 시기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늘 청소년을 앞에 놓고는 말을 고른다. 생각을 입으로 바로 뱉지 않고, 어떤 단어와 문장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더 나을지 늘 고민하게 된다.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책이면서도 쉽지만은 않았다. 어쩌면 돌봄에 대해 처음 접하는 청소년은 생소하고 어려우면서도 개인에 따라 놀라운 내용일 수 있을 것이다. 돌봄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거나, 특히 경험이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는 분명,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 속 '나'가 자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보지 못했다면, 이 이야기가 돌봄에 대해, 나에 대해, 가족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돌봄은 공적이고 사회적인 것이며,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중요한 행위라는 점에서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간은 본래 취약한 존재여서 생존을 위해서는 반드시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합니다.(161쪽)

나의 돌봄에 대한 관심은 코로나19의 팬데믹 때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당시는 사회의 가장 약한 지점에서부터 문제가 발생될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런 가장 약한 지점에 돌봄이 있었다. 그러면서 내내 외쳤었다. 아무도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지 않아도, 늘 이야기하곤 했다. 돌봄이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되어서는 안 된다고. 아직도 여전히, 돌봄의 책임이 가족, 여성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는 그런 가족과 여성에서 책임과 의무라는 단어로 족쇄를 채운다. 당연히 그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지점은 없다. 마치 자신에게까지 그 영향이 미치지 않기를 바라며 거리를 둔다.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돌봄의 무임승차권'(89쪽)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는 돌봄 시민 교육을 제안합니다. 돌봄 시민 교육은 나도, 타인도, 세상도 더 잘 돌볼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돌봄은 그저 이타심이나 선의에 의한 행위로 보지 않고,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덕목으로 바라보자는 뜻에서 돌봄 '시민' 교육이라는 이름을 붙여 보았습니다.(129-130쪽)

몰라서 생기는 문제라면 알면 된다. 시민 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이 전적으로 동의다. 청소년에게만 국한된 교육이 되어서도 안 된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시민 교육,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갖춰야하는 태도, 사회적 합의로서의 돌봄 시민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교통규범과 질서를 잘 지켜야 사람과 차가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는 것처럼, 돌봄이 인식이 바르게 정립되어야 '돌봄 제공자'에 대한 인식의 폭이 확대될 수 있고, 이 사회가 안전하게 움직여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때 필요한 것이 '돌봄 역량'이고 말이다.

'돌보는 역량'과 '돌봄받는 역량'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돌봄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영 케어러가 해내고 있는 돌봄 또한 오롯이 영 케어러만의 역량은 아니겠지요?(...) 돌봄을 주고받는 사람의 역량이 서로 멋진 하모니를 이룬다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183쪽)

그래서 '자기 돌봄'이 중요한 시작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을 먼저 들여다보고 돌봐야 하고, 이 모든 것들이 자연스레 연결될 수 있기 위한 '돌봄의 대화'가 중요하겠구나 싶었다.

이처럼 서로의 마음을 함께 조율하며 연결되는 것이 좋은 관계입니다. 저는 이런 연결을 도와주는 말을 '돌봄의 대화'라고 부르고 싶어요.착하고 다정한 말이라기보다는 내 마음을 지키면서도 상대의 마음을 함부로 침범하거나 섣불리 짐작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대화에 가깝습니다.(...) 서로가 적절히 숨 쉴 수 있는 거리에서 마음과 마음을 잇는 말이 바로 돌봄의 대화입니다.(266쪽)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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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뿌리 - 제2회 주니어김영사 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정은경 지음, 임나운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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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뿌리 #정은경_글 #임나운_그림 #주니어김영사 #가제본서평단

공기뿌리. 정은경 글/임나운 그림. 주니어김영사. 2026.

공기뿌리가 무슨 뜻일까 궁금했다. 어떤 맥락에서 나오는 말일까. 분명 뿌리니 나무나 식물과 관련된 내용일 것 같았는데, 이야기를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이게 식물과 관련된 게 뭐야, 하는 궁금증이 더 커지기만 했다. 그러다 알게 됐다. 아, 공기뿌리. 음, 나무에도 그리고 사람에게도 공기뿌리가 필요하겠구나. 공기뿌리 덕분에 또 살아갈 수 있겠구나. 마음이 정비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가질 수 있겠구나. 힘들어도, 지치고 어려워도 잠시 숨고르기 할 수 있겠구나. 한결 마음이 단단해질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겠구나. 혼자 생각하며 크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낙우송은 겉과 속이 다릅니다. 잎이 뾰족해서 소나무처럼 사계절 내내 푸를 것 같지만 가을이면 낙엽이 집니다. 또 물가에서 자라지만 물 때문에 숨을 쉬려면 뿌리를 땅 밖으로 내밀어야 합니다. 그러니 겉만 보고 괜찮을 거라 여기지 말아요. 공기뿌리가 필요해요.(82쪽)
"궁금해서 더 찾아봤는데 낙우송은 말고도 공기뿌리를 가진 식물이 있더라. 숨 쉬려고 공기뿌리를 만들기도 하고 줄기를 지탱하려고도 만든대. 맹그로브도 있고 인도고무나무랑 담쟁이덩굴도. 아, 담쟁이덩굴은 공기뿌리를 다리처럼 쓴대. 벽이나 바위에 붙어서 자라는 거지. 이것도 알았어?"(85쪽)

나는 몰랐다. 그런데 이렇게 알아보고 설명해주고, 또 대화할 줄 아는 풍경이가 대견하고 기특했다. 나도 다 하지 못하는 걸 풍경이는 이미 벌써 할 줄 아는구나, 나 자신은 부끄러우면서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풍경이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성장 과정이 납득이 안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분명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당연하다. 다른 친구들과 다른 환경에 놓이게 되면 처음에는 이해보단 의문이 먼저 들고, 자신만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쉬우니까. 그럼에도 잘 이겨내고 견뎌왔다.
공기뿌리. 다른 면으로 생각해보면, 어떻게든 살아내기 위한 몸부림의 흔적이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으니까. 물론 이 모든 전제에는 살아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바탕에 깔려있는 것이다. 살기 위해 자신을 세우기 위한 방식, 공기뿌리. 나무나 식물이 보여주는 공기뿌리는 이렇게 뿌리니 줄기의 형태로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에게 있어서의 공기뿌리는? 겉으로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드러나지는 않지만 각자 자신만의 공기뿌리를 꼭 쥐고 살아낼 방도를 찾는 것이다. 풍경이도 또 낙우도.
분명 견디기 힘든 순간이 찾아온다. 풍경이에게는 그런 순간이 여러 번 찾아왔다. 그리고 이럴 때 이 순간들을 견디기 위해 필요한 것은? 누구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대화나눌 수 있는 존재. 할머니, 호일이, 사랑그룹홈 시설장 김쌤, 그리고 다정이 소미 해강이, 낙우까지. 어쩌면 아빠도 그런 존재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지금 풍경이 주변에 있는 모두가 풍경이에게는 매우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들이다. 그리고 그런 존재들 덕분에 풍경이가 그 다음을 살아낼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컸다.

"내가 져 준 거야. 져도 괜찮다는 걸 배우는 중이거든."(88쪽)

물론 앞으로 자신이 얼마나 많은 상황에서 스스로 자신을 돌봐야하는지, 어느 누구도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분명 풍경이에게도 또 다른 어려움이 닥쳐오게 될 것이다. 그럴 때마다 웅크리고 앉아 울고만 있을 수는 없다. 각자 살아내기 위한 공기뿌리를 만들어, 스스로 자신의 문제에 맞서면 된다. 늘 옳은 결정만을 내리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설 줄 아는 용기만 있다면 충분히 최선의 결정들이 될 것이고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밑바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풍경이에게서 한 수 배웠다. 나도 나의 공기뿌리를 쥐고 힘차게 그 다음으로 나아갈 준비를 해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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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히, 휩쓸리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 - 흔들리는 시간을 지혜롭게 건너는 마음의 철학
나디 미리안 지음, 김지유 옮김 / 북파머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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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히휩쓸리지않고살아간다는것 #나디미리안 #북파머스 #북로망스 #서평

단단히, 휩쓸리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 나디 미리안 지음/김지유 옮김. 책 읽어주는 남자. 2026.
_흔들리는 시간을 지혜롭게 건너는 마음의 철학

고통. 아마 아무도 고통 속에 놓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삶에서 고통은 빠질 수 없는 숙명이기도 하다. 고통 없이 삶이 건재할 수는 없으니까. 언제나 늘 고통 속에서 삶을 견뎌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삶이 고통과 근접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고통을 삶의 한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받아들이고 이를 어떻게 함께 끌어안고 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수밖에. 그렇다고 너무 괴로워하거나 힘들어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고통을 어떻게 나의 것으로 인정하고 그 안에서 잘 다스려나갈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내내 하게 되었다. 이 책이 하는 역할이 이런 거 같다. 고통이라고 그 안에서 정신 못 차리고 허우적거리며, 고통이 이끌어가는대로 끌려가는 수밖에 없는 삶이 아니라, 기꺼이 고통도 나의 삶의 한 몫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그 몫의 책임과 과정에 당당히 맞서는 것. 그런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품고 살아가는 것. 이것이 우리가 진짜, 산다는 것이란 생각을 했다.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다면.

그리고 잠시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서 벗어나, 나 자신의 고통을 마주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자. 그렇게 한다고 해서 세상의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면 나의 감정을 자세히 들여다 볼 기회가 생긴다. 그 기회를 통해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을 다루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100쪽)

그렇다고 고통이 나의 삶을 잠식하도록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까. 나의 감정, 나의 고통, 나의 상태를 점검하고 들여다보며, 자신의 고통을 어느 수준으로까지 다룰 수 있을지를 스스로 가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나의 고통을 가만히 바라보며 그 고통을 나의 또 다른 힘으로 회복 가능할 수 있도록 나를 조절하는 것이다. 내가 조절당할 것인가, 내가 나를 조절할 것인가. 그 선택은 순전히 나 자신이 나를 어떤 모습으로 어디까지 데려갈 수 있을 것인가의 그 단단한 힘에 달려있을 것이다.

따라서 고통스러운 상황에 직면하는 것은 아주 의미 있는 일이다. 일단 직면하고 나면, 두려움을 피하지 않고 마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두려움이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반면, 두려움을 계속해서 회피하면, 그것은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213쪽)

예전에 잃었던 그래픽노블에서 트라우마를 이와 유사하게 다루었던 기억이 있다. 트라우마를 떨쳐내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그런 트라우마마저도 소중한 나의 모습으로 인정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품어 바라볼 수 있을 때 진정 마음의 괴로움이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고통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나의 것으로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 나의 두려움을 마주하고 그 마주한 모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그 다음 극복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완벽하게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어느 일정 부분 고통이 나의 삶과 함께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다.(...) 중요한 것은 고통이라는 파도 속에서 언제 숨을 참고, 언제 다시 떠오를지를 아는 것이다.(269-270쪽)

이제 우리가 해야할 일이다. 나 자신을 믿는 것, 나에게 그만한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충분히 발휘하는 것, 그리고 딱 필요한 때에 발을 굴러 나의 몸을 위로 밀어올리는 것. 이만하면 고통으로부터 '단단히, 휩쓸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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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탈 ㅣ 팡 그래픽노블
박서영 지음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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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배탈 #박서영 #주니어RHK #그래픽노블

배탈. 박서영 글그림. 주니어RHK. 2026.

[2차 미션]
_나의 몸 속에도 세포가 살고 있다면?
(& 책 속 최애 장면 소개)

나의 몸 속에 세포가 살고 있다면, 어떤 세포가 나도 모르는 사이 묵묵히 자신의 일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을까? 나의 생존을 위한 세포들이야 인간의 몸 속 시스템에 따라 아주 정교하게 제 역할들을 하고 있을테니 그 세포들 말고, 나의 몸 상태를 점검하고 조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세포들에 무엇이 있을지 상상해보면 무엇이 있을까?
우선, '선택'의 순간에 왔을 때 나의 결정에 도움을 주는 세포들이 있을 것이다. 늘 선택의 어려움을 겪고는 하고, 또 그 선택 후 후회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모든 결정이 늘 좋은 결과를 만들어주지는 않는다.하지만 그렇다고 선택을 안 할 수는 없다. 매 순간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큰 일까지 선택의 순간 앞에서 시간을 들여 생각하고 고민하게 된다. 이때, 낸 몸 속 세포들이 바쁘게 움직이겠지. 앞뒤 상황을 살피고, 결정의 경우의 수를 확인한 후 어떤 선택이 앞으로의 상황에 더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계산하고 확인해줄 것이다. 물론 굉장히 급박하고 순간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는 더욱 바삐 움직이겠지.
예를 들어, <배탈> 그림책 속 상황에서처럼 운전 중 어떤 길을 선택해 갈 것인가, 지금 저 노란불 신호에서 멈출 것인가, 2차선으로 갈지 3차선으로 갈지 등. 그 외에도 오늘 출근 때 머리를 풀까 묶을까, 점심은 뭘 먹을까, 뜨아 아니면 아아, 이번 지하철을 타기 위해 뛸까 아니면 다음 걸 탈까 등. 그리고, 이번 시험에 서류 제출을 할까, 저 사람을 만나도 좋을까, 사랑고백을 할까, 거절을 할까 등. 무수히 많은 상황들 속 결정이 마치 나 혼자의 생각 속에 이루어지는 듯 보이지만 이 모든 것이 상황실 속 세포들의 활동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상상하면, 한편으로는 혼자 결정하지 않으니 안심이 되기도 하고 또 든든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수면'을 조절할 때에도 몸 속 세포들이 움직일 것 같다. 불면의 시간들이 길어질 때 얼마나 많은 세포들이 분주히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을 자지 않고 있는 몸을 보며 세포들의 안타까움이 얼마나 커질지, 어떻게든 잠을 재우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다 써보며 애쓰고 있을 세포들을 떠올려보면, 미안하기까지 하다. 어쩌다 방법이 성공해서 몸이 잘 자게 된 그 순간, 세포들이 얼마나 기뻐할지 상상해보면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세포들의 움직임을 그림책 속 '상황실'에서의 모습을 통해 연상해볼 수 있다. 위기 상황이 만들어졌을 때는 놀라면서 해결하기 위해 바삐 뛰어다니고,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어갈 때는 뿌듯한 마음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안정감을 찾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한편으로는 나의 몸 속 상황실도 이런 모습이겠지 싶고, 이 상황실이 잘 움직이며 나를 든든하게 조력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면 더 자신감이 생기는 듯도 하다. 물론, 브레인 같은 세포는 빨리 퇴출! 도움이 안 되고 욕심만 부리고 합리적인 판단보다는 이기적인 욕망을 불태우는 세포는 내보내고 싶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브레인의 내 몸 속에 없을까? 솔직히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분명 내 몸 속에 이기심과 욕심으로 똘똘 뭉쳐진 세포가 자리하고 있어 순간순간 나에게 영향을 주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내 것만 중요하게 여기고 남이 잘 되는 것에 시기 질투하고, 가끔 나쁜 마음을 먹기도 할 때가 있으니 아무래도 브레인이 내 몸 속에 숨어 있다가 때때로 존재감을 발휘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나의 세포들이 이런 브레인의 잘못된 판단을 잘 막아주면 좋을텐데 말이다.

영화 '인사이드아웃'이 연상됐다. 상황실의 장면도 그렇고 각 세포들이 분주히 바삐 움직이는 것이 모두 한 사람을 위한 노력이라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감동적이고 뿌듯하기까지 했다. 나는 나 한 사람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무수히 많은 노력과 움직임이 합쳐져야만 나 한 사람의 삶이 가능하다는 것이니까. 누구든 자기 혼자 잘나서 온전히 살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이런게 어떤 면에서는 고마운 일이다.
단순히 몸 속 상황에서만 고마운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도저히 혼자의 힘으로는 살아낼 수 없는 지점들이 많다. 나의 삶이란 무수히 많은 요소의 결합과 도움을 통해 지탱하게 되는 것이니 나 혼자 잘난 맛으로 살아내면 안 된다는, 늘 고마운 마음으로 겸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겸손이 다시 나를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되는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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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따위 멸망해도 ㅣ 사계절 1318 문고 155
남유하 지음 / 사계절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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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1318문고 #세상따위멸망해도 #남유하소설 #조각서평단 #LOVE

세상 따위 멸망해도. 남유하. 사계절출판사. 2026.

LOVE와 DEATH 중 나의 선택은 LOVE다. 둘 중 고민했고, 이 계절에 지금 딱 읽고 싶은 건 단연 LOVE였다. 망설임이 1도 없었다. 무조건 LOVE! 그런데 LOVE를 읽고나니 솔직히, DEATH가 궁금해지긴했다. 사람의 마음이란... 어쨌든, 나의 선택에 후회 없이 총 3편의 소설을 읽었다. '빛나지 않아', '세상 따위 멸망해도', '살아남은 아이들'.

[빛나지 않아]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나도 저런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 그럼 나에게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진짜 좋아하는 게 맞는지 의심하고 물어보지 않아도, 불안해하지 않고 믿고 마음껏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사랑이란, 계속 확인하려드는 것에서부터 일정부분은 비극이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진짜 나를 좋아하는 게 맞나, 얼마나 좋아하나, 그 마음에 변함이 없는가, 나만을 바라보게 하고 싶은데, 왜 나한테 관심을 안 가져주나, 혹시 마음이 변했나... 끊임없이 사랑에 대해 의심하고 재고 확인하려드는 마음에서 자신이 없어지고 상처를 받게 되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확인받을 수 있으면 되지 않을까,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을 찾으면 되지 않나, 그 방법으로 빛이 난다면 이보다 더 확실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었다.
소설을 다 일고나서는 마음을 바꿨다. 좋은 것만은 아니겠다는 생각. 사람의 마음을 양적으로 계산하여 확인하는 것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그런 확인 때문에 더 상처를 받게 되겠구나, 늘 그 사랑의 양과 진위 여부를 놓고 다투게 되겠구나, 때로는 마음을 감추어야할 때가 있기 마련인데, 그런 것 하나까지도 모두 진짜가 아니라는 오해와 감정적인 다툼 속에서 괴로워하게 되겠구나. 기여이 사람 간의 사랑이란 감정으로는 관계를 온전히 맺기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라는 것이 언제나 확인받는다고해서 좋기만 한 것은 아닐 테니까. 그리고 사랑의 마음이 의리나 신뢰 혹은 의무나 책힘으로 변할 수도 있으니까. 언제까지나 반짝이기만 한 사랑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다른 형태로의 사랑도 그 가치와 의미가 있을테니, 빛나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면서, 빛나야 한다는,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확인받아야만 한다는 집착이 동반되는 것이 가장 큰 부작용인 것 같았다. 오히려 나의 감정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나를 향하는 마음만을 신경쓰느라 진짜 중요한 것을 잊게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렇다면 이것이야말로 불행의 시작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누군가로부터 빛이 만들어지고 또 누군가로부터 빛이 사라지게 되는, 내가 주체가 되어 나의 사랑과 마음으로부터 관계를 시작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에서부터 나의 사랑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물론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누군가의 관심에서부터 비롯될 수밖에 없는 것도 인정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마음에 내 마음을 동일시하거나 맞추게 되는 것은 마땅하지 않으니까. 그런 면에서, 빛나는 건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태어났고 그런 것 또한 나 자신이라면, 우선은 그런 나 자신에 대해 스스로가 먼저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부터 단단하게 만들어놓고, 어떤 빛에도 나의 감정을 우선시하여 어떤 마음인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할 듯하다. 그리고 혹여라도 빛나지 않는다해도 나의 마음과 그 사람과의 관계가 소중하다고 생각된다면 과감히 빛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이 닿는대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할 것 같다. 어쨌든 누군가로부터의 피동적인 관계가 아닌 나로부터의 능동적인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사랑, 그것이 진짜 사랑을 가꿔나갈 줄 아는 마음이지 않을까.

이 소설을 읽고 사랑에 대해 이렇게나 많은 생각을 하게 될 줄이야. 흥미로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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