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과 삶 사이에서
조형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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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과삶사이에서 #조형근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2기

앎과 삶 사이에서. 조형근 지음. 한겨레출판. 2026.

동네 사회학자. 이 말이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사회학이라고 하면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과 삶에 대해 연구하고 탐구하는 학문이라는 뜻일텐데, 그런 사회 중에서도 '동네'를 연구하는 사회학자라는 뜻으로 읽혔기 때문이다. 마을, 지역 같은 말도 있겠지만, '동네'라는 말을 쓴 것부터가 굉장히 가까운 거리의 사람들과의 사는 이야기를 바탕에 두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 그래서 친근감까지 느껴졌다. 뭔가 더 끈끈하고 따뜻하다고나 할까.
하지만 책 속의 이야기는 그렇지만은 않았다. 우리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조망하고 분명한 관점을 가지고 평가 분석하고 있었다. 가끔 우리 사회를 이렇게 들여다보는 글을 읽다보면 속이 답답하고 또 화가 나고 한다. 왜 이토록 우리 사회는 진화 발전하지 못하고 오히려 퇴화하고 있는 듯한 느낌일까 싶어서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아이의 입에서 벌써 두 번의 탄핵을 경험했다는 말에서, 어른으로서 씁쓸함이 컸다. 정말 웃을 수 없는 이야기인 것이다.
어떨 때는 그래서 이런 이야기에서 도망가고 싶을 때가 있다. 사실인데도 믿고 싶지 않고 오히려 외면하고 싶은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읽고 말하고 생각해야 한다고 다그치는 이유 중 하나는, 진짜를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요즘 열심히 뉴스를 보며 사람들의 이름을 외우고 있다는 말을 했다. 이유를 물으니 어떤 일이 누군가로부터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야 이후에 기억하고 그에 따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런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알게 된 이야기를 자꾸 주변에 해준다는 것이다. 혼자 알고 있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주변에서도 관심을 갖고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얘기를 들으며 덩달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안다고 다 끝나는 문제일까. 알기만 하면 되는 걸까, 하면 그렇지 않은 것이다. 알고 있는 것이 어떻게 사회에서 힘을 발휘하고 어떤 변화를 이끌어야 할 것인가까지 생각해야 한다. 그 많은 역사적 굴곡 속에서도 끈질기게 광장으로 나가고 함께 구호를 외쳤던 이유, 무엇이 문제이고 또 잘못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외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순간들, 누군가의 억울함과 고통, 안타까운 죽음을 가만히 놔두기만 할 수 없는 그 순간들을 생각하면, 알기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제목을 다시 보니, 딱 알맞은 제목이었다. 저자뿐만 아니라 우리도 어찌보면 이런 '앎과 삶' 사이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저자가 갖고 있던 고민과 소신이, 자신은 어떤 모습을 지녀야 할 것인가의 고민으로 이어졌을 것이고, 이 고민을 고스란히 제목에 담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고민이 있었기에, 동네 사회학자, 어찌보면 실제 사회와 부딪히며 만들어나가는 진짜 사회학의 실천이 가능한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어찌보면 안정적이고 안전한 공간에서의 삶이 가능했을텐데도 그러지 않았다는 것, 그 이후로 오히려 더 바쁘게 진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부러 찾아 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에 대한 신뢰를 더 갖게 만드는 점이었다.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며 지금까지 미처 생각해보니 못했던 지점들을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생각보다 내가 지금껏 알고 있던 것과 판단하고 있던 지점에 오차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나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도 잘 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나의 시선이 자칫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지 않을 수 있도록 조심하면서.

_특별 미션(기억에 남는 문장)
촛불은 미약했다. 하지만 무언가 더 하고 싶게 했다.(72쪽)
차라리 저출생 대책이라는 말이 없어지면 좋겠다. 좋은 정책도 저 프레임에 담기는 순간 그냥 성장을 위한 수단이 된다. 축적을 위한 인간의 욕망을 부추기려는 시도가 된다.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무엄한 대접을 받다 보면 인간 쪽도 대책을 세우기 마련이다.(141쪽)
생각해보니 다세대 쪽 이주민이나 노인들은 바로 옆인데도 단독 쪽으로는 다니지 않았다. 우리 집에는 담이 없지만 우리 동네는 담이 높다. 이렇게 '두 세계'가 있다.(340쪽)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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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램프 - 2025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
바누 무슈타크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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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램프 #바누무슈타크 #김석희 #열림원 #서평

하트 램프. 바누 무슈타크 지음/김석희 옮김. 열림원. 2026.

읽으면서 화가 났다. 그래서인지 속도가 나질 않았다. 한편 한편 읽어나갈 때마다 가슴이 꽉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이토록 속이 답답해지는 작품을 오랜만에 읽은 것 같다. 이걸 어떡하면 좋을까. 지인에게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다. 그 지인의 첫 마디 말은, '소설이 아니라 그냥 인도에 대한 이야기네요.'였다. 한번 더 좌절했다. 그럼 이걸 어떡하면 좋을까.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지금의 사회가 썩 평등하다거나 바람직하다거나, 차별이나 폭력이 없는 아름다운 사회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정도 사람이 예상하는 바가 있지 않나. 이 정도까지는 그래, 좀 더 노력하며 사회의 인식을 바꿔나가면 조금은 나아지겠지, 하는 아주 작은 희망을 품는 수준이 있다. 아니면 그렇지 못한 사회에 대해 대놓고 속 시원하게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용기를 갖거나. 그러면 이 정도의 답답함이나 속상함은 덜해질 수 있을 것 같다. 헌데 이 책은 시종일관 마음을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이 사회를 어떻게 해야 하나. 이걸 이렇게 알게 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하기에는 뭔가 뒷맛이 씁쓸했다.
사회마다 갖고 있는 문화적 특징과 사고방식, 가치관이 다르다. 특히 역사, 종교 등의 이유도 많은 나라들이 각기 다양한 삶의 방식 안에서 그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마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를 바라본다면 어떤 이들은 꽤 많이,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우리가 그 사회 안에 속해있기 때문에 더 예민하게 느끼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이 소설 속 사회는 아닌 것 같다. 그냥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특히, 내가 여자여서일 수도 있지만 여자를 대하는 남자, 사회의 인식이 어떤 것인가를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에, 치가 떨릴 정도였다. 과연 이걸 우린 어떻게 받아들여야할 것인가 말이다. 그냥 남의 나라 이야기로 넘겨도 되느냐는 것이다.

문학에는 보편성과 특수성이라는 것이 있다. 각 나라마다의 독특한 특색 그 이면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양식 내에서, 어디에서도 통용되는 보편성이 있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이 소설은 그런 보편성으로 읽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고나서 '해방'이란 단어가 자꾸 떠오른다. 이들이 살아내고 있는 삶 안에서,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에서의 '해방'. 이 단어가 계속 연상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싶다. 그리고 이런 해방은 이들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고, 우리 모두가 함께 접근해 해결해 나가야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남의 나라의 상황에 대해 문제라고 말해도 되나 싶기도 하지만, 사실 문제가 맞기 때문에, 그것도 아주 심각하고 소름돋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모두의 집중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됐다.

표지 그림이 납득이 갔다. 괜히 한숨을 크게 쉬어보고, 먼산을 보기도 하며 시간을 끌어보지만, 딱히 이 감정이 해소되는 느낌은 없다. 그냥, 이런 감정 상태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이 소설을 받아들이는 나의 최소한의 예의이지 않을까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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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끼 키우기
클로이 달튼 지음, 이진 옮김 / 바람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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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끼키우기 #클로이달튼 #바람북스 #서평 #책추천

산토끼 키우기. 클로이 달튼 지음/이진 옮김. 바람북스. 2026.
_평화로운 산토끼의 삶이라는 것은
햇볕을 쬐고, 뒹굴고, 쉬고, 졸거나 꿈꾸며,
매 순간 충실한 삶이다.

토끼와 산토끼가 다른 줄도 몰랐다. 그저 토끼면 토끼지, 하는 생각으로 지금껏 토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특히 토끼라는 존재가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흔하게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더욱 토끼가 생소했다. 물론 옛 이야기 속에서는 자주 접하는 동물이지만. 별주부전이나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라든지, 달에서 떡방아 찧는 토끼라든지. 하지만 산토끼, 야생에서의 동물을 키운다는 것에 대해 조금은 의아했다. 인간은 정말 뭐든, 인간 중심적으로 동물을 키우려고 드는 건가 하는 살짝 삐딱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책을 다 읽고 든 생각은, 토끼든 산토끼든 그 구분이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 이 모든 동물들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대해 수 있어야 한다는 그 생각과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 저자의 경우도 산토끼를 오래 키우며 당연히 산토끼에게 향하는 마음이 생기다보니 모든 동물을 공평하게 대할 수 없었음을 인정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오랜 시간이 쌓여 형성된 관계는 쉽게 다른 관계에서 밀릴 수 없으니까. 특히 산토끼를 사냥할 수 있는 족제비라면 더더욱 그런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어쨌든 저자도 나도 관계 속에서 존재적 의미를 찾게 되는 인간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으니까.
그럼에도 끊임없이 산토끼의 삶과 야생의 생태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흔히 '키우기'라고 하면 응당 인간의 손과 힘이 동물에게 가해질 수밖에 없고 또한 그것으로 인한 동물의 삶에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모든 경우가 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하는가에 달려있고 또 얼마나 그 대상에 대해 알고 공부하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느꼈다. 언젠가 지인들과 이야기하며 왜 인간들은 아직도 여전히 그들 중심으로 이 지구가 움직여야한다고 생각하고 또 그러면서 지구에 해를 가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긴 이야기 끝에, 몰라서, 알려고 하는 마음조차 없어서 그런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 이와 같은 마음인 것이다.

솔직히, 정말 저자가 산토끼를 키운 것이 맞을까라는 의문도 든다. 오히려 산토끼가 저자를 키운 것은 아닐까. 우리가 키운다는 의미를 양육의 의미로만 말하지 않는다면 분명 저자는 산토끼로부터 성장했고 성숙했고 시야가 넓어진 것이 사실이다. 특히 자연을 어떻게 대하고 또 인간이 어떤 마음을 갖고 주변을 바라볼 줄 알아야하는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과 반성을 함께 하고 있었다. 동물들이 인간의 이기심 내지는 경제적 논리에 따라 수많은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다며 감정적으로만 말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 세계가 무엇을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며 그 안에서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들은 각각 어떤 위치에서 움직여나가야할 것인가까지도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산토끼로부터 비롯된 관심이 처음 보는 아주 작은 풀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나아가는 그 과정이 진짜 저자가 커나가는 모습인 게 아닐까.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간이 아닌 동물을 공부할 이유가 생겼고, 그들에게 길을 내어준다고 해서 결코 우리의 삶이 축소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공생은 우리 삶에 더 깊은 통찰을 주고 어쩌면 우리 삶을 더 근사하게 만든다. 지금 내가 바라는 것은 산토끼와 이 땅의 생명들이 어디에서든 더욱 안전하게 살아가는 것이다.(216쪽)

사실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결론일 수도 있다.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말이다. 너무 뻔한 이야기라서 식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우리 사회는 늘, 그 뻔한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문제가 되곤 하니까. 이런 두말이 필요 없는 이야기가 그래서 더 감동이 있고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런 이야기가 소중한 이유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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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완벽한 장례식
조현선 지음 / 북로망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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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완벽한장례식 #조현선 #북로망스 #서평 #책추천

나의 완벽한 장례식. 조현선 장편소설. 북로망스. 2026.

궁금했다. 과연, 완벽한 장례식이 되려면 어떤 장례식이어야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제일 첫 번째 든 생각이었다. 한 번도 나의 장례식이 어땠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간혹 읽었던 책에서 장례식을 미리 열어 지인들을 초대해본다거나 혹은 검은색의 장례식 복장이 아닌 무지개색의 옷을 입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접한 적은 있었지만, 정작 '나'의 장례식을 떠올려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제목이 주는 궁금증이 있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더 궁금했다. 장례식에 대한 얘기는 언제 나오는 거지? 내가 잘못 읽고 있나? 싶어 계속 표지를 다시 보고 또 보면서 이야기를 읽어 나갔다. 그러면서도 내용이 재밌어서 또 금방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좀 무서웠다. 나희가 느꼈던 감정을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 공교롭게도 소설을 밤에 혼자 읽어 더욱 살짝 주변의 어둠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간에는 나도 자꾸만 벽시계 쪽으로 시선을 두기 부담스러워지기까지 했다. 오싹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

"너무 무서우면 딴 데 보지 말고 그 할머니 눈을 봐. 조금 덜 무서워질 거야."(217쪽)
나희는 이제 밤 근무가 특별히 무섭지 않았다. 수영의 충고대로 할머니의 눈을 바라보면 두려움보다 연민이 커진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259-60쪽)

어쩌면 내가 소설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의 변화가, '두려움보다 연민'으로 가던 나희의 감정과 비슷하지 않았나 싶었다. 나희가 가졌던 공포와 무서움이 결국은 연민으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나 역시도 두려움은 어느새 사라지고 연민, 안타까움, 슬픔 혹은 안도 등의 감정에 더 휩싸이게 되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결국, 누군가의 마음을 읽어주고 또 들어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일인가 하고 말이다. 나희나 수영의 태도가 사실은 그런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오지랖이라고 이야기하겠지만, 이런 오지랖이라면 기꺼이 그리고 너무나 감사한 오지랖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런 오지랖을 부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 인물들이 갖고 있는 타인에 대한 애정과 배려, 존중의 마음을 제대로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눈 감고 귀 닫고, 보고 듣지 않는 쪽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어린 시절 엄마가 나희에게 당부했던 것처럼 그렇게 지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 쪽을 택했다. 그럴 수 있었다는, 이와 같은 선택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참 대단하고 용기있다고 생각했다.
가만히 생각해봤다. 왜 이 소설이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점점 무섭기는커녕 오히려 따뜻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 그건 바로 나희나 수영이 갖고 있는 마음에 있었다. 이 인물들이 보여준 마음이 덩달아 나의 마음에 영향을 준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다시 제목을 봤다. '완벽한'이란 수식어를 붙일 수 있었던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해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장례식이란 죽은 이를 기억하고 떠올리며 평안하기를 비는 의식이라고 생각한다. 평안. 그렇다면 나희가 그들에게 해준 것은 어떤 장례식보다도 훨씬 더 '완벽한 장례식'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장례지도사와 함께 가는 모습을 나희 역시도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덧-
왠지 <나의 완벽한 장례식 2>가 빨리 나와야할 것 같다. 그냥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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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지구를 먹어치우는가 - 초가공식품과 식품산업이 만들어낸 게걸스러운 인류의 탄생
헨리 딤블비.제미마 루이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어크로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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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어떻게지구를먹어치우는가 #헨리딤블비 #제미마루이스 #어크로스 #서평

우리는 어떻게 지구를 먹어치우는가. 헨리 딤블비, 제미마 루이스 지음/김선영 옮김. 어크로스. 2026.
_초가공식품과 식품산업이 만들어낸 게걸스러운 인류의 탄생

인간이 문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도 인간이 문제인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인간이 인간중심으로 지구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간은, 어떻게 지구를 망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여전히 지구는 언제나 인간에게 모든 것을 희생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니, 희생이란 생각조차 하지 않고 당연히 인간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떠한 반성도 후회도 없이, 이제는 미래도 없이 지금만을 생각하며 욕심껏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지점이 언제나 늘 화가 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반성했다. 결국 이 모든 인간의 삶조차도 알고 있다고 해서 모두 아는대로 살 수 없다는 것을. 부나 지역, 환경의 차이가 결국 어떤 생활을 할 수 있는가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것을, 지금껏 막연하게만 생각하고만 있었던 것이다. 가끔 속으로 생각했었다. 빈민층이나 낙후된 곳의 사람들의 비만에 대해서.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고 혹은 오해하기도 했다. 사실은, 그들이 적절한 영양 갖춘 식사가 불가능하다는 것, 식품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 그래서 정부나 학교에서 공적으로 제공해주지 않으면 그 모든 것을 얻기 힘들다는 것, 가장 어려울 때 제일 먼저 줄이게 되는 것이 식비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제대로 인식하게 됐다.
그래서 꾸준히 정부의 변화, 정치인들의 각성, 국가나 사회가 어떤 정책과 경향을 따라 나아가야 하는 것인가를 계속 강조하고 있는 이유가 있었다. 이전에도 환경이나 동물, 기후와 관련한 책을 읽다보면 늘 결론은, 정치나 법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기업과 같은 영향력이 강한 곳에서의 변화가 절실하다는 것이었다. 이 책에서도 결국은, 개인의 문제나 변화로 지금의 위기를 설명하지 않고 있었다. 역시, 우리가 해결해야할 문제는 작은 힘만으로는 쉽게 해결될 수 없는 지점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아쉽게도 영국 정부에서는 이렇게 단호한 모습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 가지 이유는 영국이 정치철학의 근본 질문 중 하나를 아직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로 '국가가 시민의 사생활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다.(113쪽)

'유모국가'라는 말도 이 책에서 처음 들었다. 아, 그렇기도 하구나, 싶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저자는 국가의 관여를 강조하고 있었다. 개인의 의지 문제로만 넘기려고 하는 식품회사, 제약회사의 꼼수를 가만 놔줄 수 없고, 또 국민들의 건강이 망가지는 것을 두고볼 수 없다는 강한 의지가 보였다. 이 정도의 방대한 연구와 보고서라면, 영국 사회가 움직여야하지 않을까 싶은데, 호주와의 협상 이야기를 보면 아직도 여전히, 이쪽으로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구나 싶기도 했다. 저자가 왜 이토록 영국 사회에 답답해하고 있는지, 한편으로는 이해가 갔다.

인간은 자연 안에 있을 때, 야생 공간에 접근할 수 있을 때, 정신이 풍요로워지고 삶의 질도 향상된다. 인간을 완전히 배제하더라도 자연계는 그 자체로 소중하다. 정확한 동기가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자연의 파괴를 멈추고 자연을 풍요롭게 되돌리는 것을 공통의 의무로 삼는 것이다.(150쪽)

이 책을 읽으며 여전히 자연 안에서의 인간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고 있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었다. 인간의 삶이 전제가 된 자연의 이야기를 할 때의 한계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감안하고 봐야 한다. 분명 자연이 먼저였는데 어느 순간 인간의 생존 능력이 월등히 높아져 자연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자연은 너무 많다. 물론 모르는 것에 대해 대부분의 인간은 관심도 없지만. 그래도 중요한 건, 우리가 목표로 삼아야 하는 '공통의 의무'다. 아무리 인간의 삶이 중요하다 해도 가장 근본적인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나온, 마법사와 예언자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물론 사람들의 생각을 각자 다르다. 다른 생각과 기호, 성향과 가치관을 무조건 한 가지로 통일한다거나 혹은 사회 전체를 채식주의자의 사회로 만들자고 호소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최소한, 다른 사람의 생각에 우선은 귀 기울이고 서로 대화하며 다른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한다고도 생각한다. 나와 다른 생각이니 무조건 아니야, 하는 식으로는 어떤 미래도 희망적일 수 없다. 물론 저자는 지금 어떻게 변화해야 우리의 미래가 이상적으로 바뀔 수 있는지를 책 전반에 걸쳐 내내 이야기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 이루어지지 못해 안타까운 것이 있음을 함께 제시하고 있었다. 어느 사회든 비슷할 것이다. 우리나라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가져야 할 생각을 제대로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과연 우리는, 어떤 지구에서 어떻게 함께 살고 싶은가에 대해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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