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하루
미즈모토 사키노 지음, 크루 편집부 옮김 / 크루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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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하루. 미즈모토 사키노 지음. 크루. 2025.

'보통'이란 단어에 자꾸 시선이 간다. 이 단어는 평소 곧잘 쓰는 단어인데도, 이렇게 책에서 만나게 되니 새삼 그 뜻이 뭐지, 보통이란 게 어떤 거지, 하는 질문이 자꾸 생긴다. 사전에서 '보통'의 뜻을 찾으면,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음. 또는 뛰어나지도 열등하지도 아니한 중간 정도.'라고 나온다. 이 뜻을 보며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이게 참, 제일 어려운 일이구나, 보통이라는 것이. 뛰어나게 잘하거나 훌륭하면 안 된다. 또 그렇다고 너무 못하거나 뒤떨어져서도 안 된다. 딱 그 사이 중간 쯤의 어딘가에 있어야 '보통'이란 단어를 쓸 수 있는 것이다. 처음 생각에는 사전 뜻처럼 보통이란 게 제일 흔하지 싶었는데, 뜻을 보고 또 생각을 하다보니 이것만큼 어려운 게 또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이렇게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하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생각이 깊어지기도 하지만 때론 엉뚱해지기도 한다. 보통, 참 요상하게도 흔한데 낯설게 느껴지는 단어다.

내게는 오늘을 살아가기 위한 활동 그 자체라 생각하는 일상은 모두에게 소중한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일상은 어떤 순간에도 계속 흘러가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했던 순간, 잊지 못할 만남이나 이별, 시시각각 변하는 일상 속에서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하지만 동시에 모두가 '혼자'다. 그래서 이 모든 순간에는 '외로움'이 있다. 외로움이 커지는 순간에도 일상은 계속된다.(197쪽)

작가의 후기를 보면서, '보통의 하루'는 한 마디로 '일상'이구나 싶었다. 사실, 이 책에서 뭔가 색다르고 특별한 일들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이미 제목에서부터 그렇지 않아도 소중한, 별 거 아니어도 그 자체로 좋은,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헌데 이 책을 계속 보면서 든 생각은, 어쩌면 이 별 거 아니라고 생각되는 일상이, 사실은 그 당사자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이미 특별한 순간들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우린 매일을 살아간다. 반복적인 매일의 순간도 있고 때론 그날만의 색다른 삶이 펼쳐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제와 같은 오늘이어도, 또 오늘과 다른 내일이어도, 그 모든 순간은 매일의 다른 날들의 각기 다른 날들인 것이 아닐까. 누군가 오늘 하루 어땠어, 라고 묻는 말에, 별 일 없었어, 혹은 똑같지 뭐, 하는 대답을 주로 하곤 하지만, 사실은 그 날들은 모두 다시 오지 않는 그날만의 하루가 되는 것이지 않을까. 그러니까 <보통의 하루>도 하루하루가 쌓이면 그 나만의 특별한 하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작가는 그림일기를 썼다.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글을 쓰면서 매일을 기록해 나가는 것이다. 일기를 써본 사람은 느낄 것이다. 뭔가 오늘만의 특별한 일이 있으면 그 이야기를 일기에 쓰면 좋겠는데, 일기에 쓸만한 일이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지, 하며 하루를 돌아봐도 딱히 일기로 쓸 만한 일이 떠오르지 않을 때 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쓴 일기를 다시 펼쳐보면 단 하루도 같은 내용을 똑같이 쓴 날은 없다. 어쨌든 그 날의 일과 생각, 행동과 그에 따른 감정은 매일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다른 이야기를 날마다 기록하는 것으로 우리는 <보통의 하루>를 매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작가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며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그리고 그런 하루 하루 안에서 우리의 일상은 언제나 그렇듯, 보통의 일상으로 흘러가게 된다. 하지만 그런 '보통'의 일상이 좋다. 그런 하루 하루가 곧 '나'이기 때문이다. '일기'라는 것은 가장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형식의 글이다. 아무한테도 알려주지 않는, 나만 아는 이야기들을 잔뜩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일기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일기에 담기는 하루의 이야기는 곧 나를 확인하고 알아나가는 과정이 되는 것이다.

이 책, 자연스럽게 천천히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서두를 필요 없다고, 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마음을 차분하게 정돈해주는 느낌을 준다. 여름의 뜨거운 햇살에 눈을 찡그리다가도 이 책을 보면, 그 햇살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보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살짝 살랑, 바람이 분다면 더 환하게 웃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나도 손글씨 일기를 써서 작가님께 보내고 싶다. 그 일기의 순간을 그림으로 그려달라고. 나의 <보통의 하루>가 무척 아름잡고 소중한 나만의 하루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상상만으로도 다시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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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대를 위한 교실 밖 경제학 - 경제 교과서를 뒤집는 7가지 질문 생각하는 돌 27
서재민 지음 / 돌베개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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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대를 위한 교실 밖 경제학. 서재민 지음. 돌베개. 2025.

학창시절 경제 과목을 배웠었다. 할만하다는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는, 빼곡하게 쌓이는 어려운 개념과 경제 관념, 그래프들에 어질어질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다. 경제는 내 인생에 없다는 생각을 이때부터 조금씩 했던 것 같다. 어른이 되었고 경제활동을 한다는 직장인이지만, 여전히 내 통장에 얼마가 들어오고 또 얼마만큼의 소비와 저축, 투자 등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념이 부족하다. 남들은 혀를 끌끌 찰 정도이지만, 그렇다고 사는 데 지장을 줄 정도로 불편하지가 않다. 만약 삶이 너무 힘들었다면 기필코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생각으로 달려들었을 것 같다. 물론, 지금까지의 이 생각은 저축이나 돈을 모은다는 개념의 경제를 이야기할 때에 해당된다.
하지만 경제란 돈을 벌고 모으고 관리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당연히 버는 것 말고 쓰는 것이 경제에 해당하는 것이고, 그 외에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모두 경제와 긴밀한 연관을 갖고 있다. 그러니, 경제를 단순히 내 자산 정도로만 생각하는 건 큰 오산이다. 또 지금 우리 사회는 단순히 나 하나, 즉 개인의 삶을 가지고만 판단할 수 없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사회를 형성해서 살아가고 있고 또 운이 좋아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 세상 어딘가의 누군가는 그 먹고사는 것이 삶의 가장 큰 문제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역시도, 경제적으로 접근해서 풀어나가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환경 문제. 이 또한 경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이슈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십 대 청소년들에게 가르쳐줘야 할 경제는 무엇일까. 무조건 이 세상은 돈의 흐름에 따라 움직여나가는 곳이란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많은 학생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제일 필요한 것을 돈으로 꼽는다. 하지만 단순히 돈을 많이 가는 것이 인생의 최종목표가 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돈보다 더 소중한 것으로 있고, 그 소중한 것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것을 내어놓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리고 그런 과정 속에서 다른 삶의 가치를 추구하고 더 소중히 여기게 된다.
가성비와 효율보단 더 가치있는 소비가 무엇인가, 단순히 수요와 공급이란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진정한 노동의 가치가 무엇이고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는 어때야 하는가, 자본주의 안의 사회주의의 의미와 국가 정책의 의의는 무엇인가, 사회보장제도의 필요성과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환경 파괴로 인한 자연의 위기에서 과연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하나, 금융시장의 발달로 인해 나타날 이면의 사회적 모습은 어떤가 등. 우리 사회는 촘촘한 그물망처럼 갖가지의 현상들이 서로 맞물리고 얽히고 어리접게 혼재되어 있는 곳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런 사회를 바라보는 우리는, 그런 사회를 어떤 시선과 관점으로 바라보고 평가 및 판단해야 할 것인가를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해야한다. 즉, 경제라는 것이 단순히 경제라는 학문적 분야에서만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삶과 생활 전체에서 두루 살피고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는 뜻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이 책의 각 부분들을 학생들과 논제로 삼아 토론을 해봐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꼭 사회 교과에서가 아니어도 세상을 향한 학생들의 자신만의 관점을 바로 세워볼 수 있는 생각의 시간은 어느 때라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때,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7가지 질문은 한번씩은 다루어보고 더 넓은 사회에 나갈 수 있도록, 학교에서 준비해줄 수 있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 이렇게 덧붙여 말해도 좋을 것 같다. <십 대를 위한 (교실 안에서 살펴보는) 교실 밖 경제학>이라고 말이다. 교실 안이란 공간은 학교라는 사회에 국한되어 있는, 특히 물리적으로 무척 폐쇄적인 공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다양한 생각을 자유롭게 펼쳐내고 자기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에 따라 자신만의 관점을 세우는 연습을 하기에 딱 알맞는 공간의 역할을 한다. 그러니 이런 기회를 잘 써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생각을 나 혼자만 하는 건 아닐 테고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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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완벽한 무인도
박해수 지음, 영서 그림 / 토닥스토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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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완벽한 무인도. 박해수 장편소설/영서 그림. 창비.

순간순간, 소설이 맞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실제 무인도에서의 삶을 에세이로 적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분명 소설이라고 적혀있지만 자꾸만 에세이로 읽고 싶어지는 건, 이런 삶에 대한 로망을 누구나 한번쯤을 가져봤을 거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이 시끄러운 도시에서의 삶 대신 조용하고 나만 홀로 있을 수 있는 공간에서의 삶을 꿈꾸기도 했다. 아니,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으로, 꿈꾸고 있다. 물론 그 로망의 시작은 지안이 처음 섬으로 들어갈 때 가져갈 목록을 적었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래서 현실감은 좀 떨어지지만, 그럼에도 이런 일상을 살아보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그래서 더욱 이 소설에 마음이 끌리는 것 같다.

이곳 무인도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고독은 아무 소리가 없는 상태라고, 내가 만들어내는 소리 말고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상태가 아닐까 짐작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고독의 소리는 모래들이 사각이는 소리, 꼬마물떼새가 내는 소리, 쉼없이 치는 파도 소리다. 결국 삶이란 수많은 소음들 속에서 사는 것이라고, 지금 내 앞에 펼쳐진 풍경들이 이야기해주고 있었다.(40쪽)

소음에 예민한 편이다. 작은 소리에도 귀가 쫑긋거려지고 그 소리들에 몸살을 앓는 느낌도 든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공간을 꿈꾸고 또 그런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매일 새벽 달릴 때도 음악조차 듣지 않는다. 누군가가 작게라도 틀어놓은 음악소리가 들리면, 그 소리를 피해 다른 곳으로 방향을 돌린다. 내 귀에 휴식을 주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하지만, 주변에서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다. 자연은 수많은 소리를 내게 되어 있다. 새 지저귀고 날갯짓을 하며 날아가는 소리, 바람에 나뭇잎이 부딪히고 흔들리는 소리, 비가 땅과 나무에 떨어지는 소리 등 가만히 있어도 나는 소리가 있다. 하지만 인간이 내는 소리가 아닌 이런 소리들은 오히려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줄 때가 있다. 소리에 대한 차별을 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소설의 저 대목에서 생각했다. 우리가 소음 속에 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결국 어떤 소음 속에서 살 것인가는 선택할 수 있겠구나. 그리고 나에게 그런 선택을 하라고 한다면 나는 이미 답이 정해져 있구나.

매일 아침 일어나 물질을 하고 갯방풍을 따고 텃밭에서 채소를 키우며 까달은 것은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꽤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용역이 없는 삶, 오롯이 단 한사람이 누리는 자유에는 더더욱 많은 불편이 뒤따랐다.(206-207쪽)

조용한 곳에서 나만의 공간을 꾸리고 사는 삶에 대한 로망을 이야기할 때 주변에서 해주는 조언은, 그런 곳에서 혼자 모든 것을 감수하며 사는 것은 너무 힘들고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관리해주는 공간에서 안락한 생활을 누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일정 부분 동의한다. 그리고 나 혼자 많은 것들을 감당할 정도로 내가 용감하거나 씩씩하거나 건강하지 않다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다만 지안에게 현주 언니가 있듯이, 작은 도움의 연결이 끊어지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의 자급자족의 삶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 않을까 싶긴 하다. 아직은 꿈만 가득해서인지는 몰라도 아직은, 이런 불편마저도 기꺼이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긴 하다.

물론 이 소설에서 지안은 사회에서의 상처를 안고 떠난 삶이었다. 녹녹하지 않았던 사회가 안겨준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는지조차 감도 잡지 못한 채 무작정 떠났던 것이었고, 다행히도 자신을 온전히 내맡길 수 있는 자연의 공간, 무인도의 공간을 찾아 새로이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온전히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무인도의 공간, 즉 아무도 없는 고립된 공간에서 제 스스로 회복할 힘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이때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진짜 지안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자신에게 힘을 주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분명 지안 주변에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들의 도움이 지안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던 것이다. 지안에게 뜨끈한 섭국 한 그릇을 내어주던, 지안을 기꺼이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하고 배에 태워주던, 바다에서의 물질을 가르쳐주던 이들 말이다. 그리고 늘 마음 한켠에 있는 가족, 엄마까지도. 그러니, 어쩌면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가 다시 사람으로부터 치유된 것일 수도 있다.

제목을 한참 생각하게 된다. <나의 완벽한 무인도>. 어떤 지점이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일까. 무엇으로 완벽의 기준을 삼을 수 있을까. 이 소설에서는 지안의 '마음'을 완벽하게 만들어놓은 섬의 의미인 듯하다. 그렇다면, 나에게 '완벽한 무인도'는 어디일지, 찾아봐야겠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꼭 섬을 찾아가지 않아도 가까운 어딘가에 그런 공간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이 생기기도 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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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어디로 갔을까 - 호기심에서 시작된 ‘진짜’ 역사를 찾아서
유성운 지음 / 드루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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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에서시작된진짜역사를찾아서

호랑이는 어디로 갔을까. 유성운 지음. 드루. 2025.
_호기심에서 시작된 '진짜' 역사를 찾아서

제목에 혹했다. 진짜, 우리 호랑이는 다 어디로 간 걸까, 궁금했다. 누군가 이런 질문을 던져주지 않았다면 내가 궁금하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질문이 중요하구나, 또 한번 깨달았다. 이 책은 총 33가지의 꼭지에 따른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물론, '역사'라는 주제에 맞춰 역사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여기서, 잠깐 멈칫한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 역사를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지 못한다. 학창시절에도 역사는 암기가 잘 안 돼서 늘 점수가 낮은 과목이란 인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 책은 좀 달랐다. 그 동안 역사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의 책을 가끔 봤던 경험을 미루어 봤을 때, 기존의 역사서와 결이 다른 책이었다. 물론 이 책이 당연히, 교과서적인 기술로 쓰여져있을 리는 없으니까. 결론적으로, 이 책은 무척 흥미롭다. 뭔가 사람들이 어디에서 혹하고 또 관심을 갖게 되는지의 지점을 잘 알고 있는 저자의 글이란 생각도 함께 들었다. 이 책을 읽던 중 관심을 보이는 지인에게 자신있게 추천해줬다. 이 책, 무척 재밌다고. 책의 스케일에 놀라지 말고 읽어봐도 좋다고 말이다.

그래서 결국, 호랑이가 어디로 가느냐, 왜 발해는 멸망했느냐, 조선 시대 인구 중 노비는 왜 이리 많았느냐 등 딱 그 호기심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너무 무겁지도 또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마치 옆에서 누군가가 조곤조곤 옛날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것처럼. 맞다! 딱 그 느낌이다. 너, 이런 얘기 들어봤어? 있잖아, 옛날에 말이야~, 하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말로 시작하는 그런 옛날 옛적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 속에서도 늘 나의 생각을 멈추게 하는 지점이 있었다.

그런데 개간의 결과가 인간과 호랑이 입장에서는 전혀 달랐습니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농지를 확보한 것이지만, 호랑이의 입장에서는 거주 공간을 빼앗기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개간이 진행될수록 호랑이는 생활 공간이 사라졌고, 결국 주거지를 빼앗기고 도심으로 출몰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조선은 대대적인 호랑이 소탕에 나서게 됩니다.(19쪽)

아, 하고 안타까움에 탄식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결국, 또 인간의 문제였다니. 인간이 하는 일이 왜 매번 과거나 지금이나 이리도 비슷할까, 싶은 생각 말이다. 결국 이래서 호랑이를 죽이고, 또 임금께 바치고, 그러다 과한 의무에 백성들은 힘들어가기만 하고. 우리가 늘 알고 있던 그 수순을 그대로 밟아나갔던 과거의 이야기가, 단순히 호기심으로 시작됐던 의문을 분노로 바꾸기에 딱 알맞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발해는 왜 순식간에 멸망했을까요. 화산 폭발 멸망설에 부정적이었던 학계는 발해 권력층의 내분, 고구려계와 말갈계의 갈등, 외교적 고립 등을 들고 있습니다.(49쪽)
이 외에도 양반들은 노비를 이용해 재산을 늘릴 수 있는 다양한 '꼼수'를 썼습니다.(72쪽)

결국,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의 욕심이 사회적으로 문제를 양산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는 것을 이런 대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전이나 지금이나 가진 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에 문제가 있으니 사회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려해도 그 의지가 크게 반영되지 못하고, 또 결국은 한 나라의 멸망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이런 이야기 속에서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래서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는 거구나, 하고 또 한번 깨달았다. 이런 과거의 역사를 알지 못하고 자꾸만 반복하려는 이들에게 이 책을 좀 읽히고 싶다는 생각을 함께 했다. 책 읽기 싫어해도 이 책은 흥미롭게 쓰여져 있으니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고나서 좀 반성하고 느껴보라고 하고 싶어졌다.

"인터미션" 부분을 읽으며 웃었다. 역시, 역사적 인물들이나 문학 작품 속 유명인의 만남을 상상해보는 건 무척 재밌구나. 이런 작업을 나도 한번 시도해봐야지, 싶기도 했다. 조선 왕세자들과 햄릿이 저승에서 만났다.

하여간 동서양을 막론하고 왕위 앞에서는 형제가 없군요.-햄릿(207쪽)

뼈 있는 말이구나 싶었다.

아버지를 뒤주 속에 가둔 그 할아버지를요. 돌아가실 때까지 극진히 봉양했죠._정조
일국의 왕자로서 당신은 자존심고 없단 말이오?_햄릿
나라의 존망과 백성들의 안위가 내 어깨에 달려있는데 개인의 원한과 자존심이라는 건 너무나 사치스러운 단어 같군요.(...) 어머니가 억울하게 페비가 되어 사약을 받았다며 주변을 싸쓸어버렸죠. 성함은 이유, 우리나라에서는 연산군이라고 더 알려진 분입니다.(...) 수백 년 동안 패륜아 취급을 받고 있다오._정조
듣고 보니 당신네 나라 사람들 참 못됐군. 당신들은 그런 나라에서 뭣하러 왕자 자리에 앉아 있었고?_햄릿(209쪽)

뭐, 이런 식이다. 참 못된 사람들이 내가 꼈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어쩌겠는가. 이것도 모두 우리의 역사인 것을 말이다. 그런 면에서 객관화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외부의 평가를 자꾸 방어적으로만 받아들이려고 해서는 또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뭔가 이 책은 재밌어, 하면서 읽기 시작해 또 다른 생각으로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가볍게 읽고 넘어가야지 싶다가도, 그냥 넘어가지지 않는 지점들이 자꾸 눈에 띄는 그런 책. 그러다보니 이 책의 각 부분을 읽는데 시간이 걸렸다. 하나의 이야기를 읽으면 생각이 떠오르고, 또 다른 이야기를 읽으면 화가 나는 지점을 분석하기도 하고 말이다. 아직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그런 책. 암튼, 맘에 드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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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그리고 치유 - 슬픔을 건너는 매일 명상
M. W. 히크먼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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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그리고 치유. M.W.히크먼/이순영 옮김. 문예출판사. 2025(2판)
_슬픔을 건너는 매일 명상

이 책은 제목보다 부제에 더 신경을 써서 살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은 <상실 그리고 치유>이지만, 이 책을 1년 동안 하루에 하나씩 읽어나간다고 해도 치유가 쉽게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다 읽는다고 한방에 치유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슬픔이란, 특히 상실로 인해 만들어진 슬픔은 그 잃어버림의 대상을 다시 찾을 수 있지 않는 이상, 쉽게 치유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매일 상실을 겪은 첫날처럼 슬퍼만 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니 이런 치유를 위한 노력을 매일의 명상을 통해 해보자는, 마음의 다독임과 격려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은 빠르게 후루룩 읽어나가는 것보다는, 하루에 하나씩 천천히 읽어나가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이미 1월 1일의 시작에서 12월 31일의 마지막까지를 적어주고 있기도 하니까 말이다. 나는 매일 일기를 쓰고 있는데, 그 일기를 쓰며 이 문장들을 매일 필사해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처럼 각 구절에 대한 짧은 나의 생각을 덧붙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문장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보단, 그 문장들을 통해 나의 마음과 생각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를 스스로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할 테니까 말이다.

무엇보다도, 걷고자 하는 바람을 잃지 마라. 매일 나는 평안의 상태로 설어 들어가고, 모든 병에서 걸어 나온다. 나는 가장 좋은 생각 속으로 걸어 들어갔으며, 사람이 걸어 나오지 못할 만큼 힘겨운 생각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쇠렌 키르케고르)
_걷기를 할 때 우리는 슬픔과 절망에서 걸어 나오는 움직임을 실천하는 것이다.
_집에 아무도 없다. 나는 산책하러 갔다!(176쪽)

이 말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내내 슬픔에서 나오지 못하고 슬픔에 장악당하고 있다면,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걷기! 과격한 움직임이나 운동이 아니어도, 걷기와 같은 작은 행동 만으로도 충분히 슬픔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힘과 방법을 가져다줄 수 있을 거라는 거다. 우리가 하려는 것이 완벽하게 슬픔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슬픔으로부터 조금씩 바깥으로 나오는 것이라면, 걷기가 단연 최고.

자, 온 세상이 우리의 집이며, 우리는 원하는 곳 어디에서든 울 수 있다.(M.W.히크먼)
_우리는 낯선 사람의 아픔에는 기꺼이 공감하려고 하면서, 다른 이들에게서 공감을 얻는 것은 내켜 하지 않는다.
_나 자신에게 울어도 좋다는 허락을 하려 한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도 말이다!(215쪽)

우는 것에 대해 관대하지 못한 것 같다. 울면 안 된다는 캐롤도 있는 것처럼, 남들 앞에서 눈물을 보인다는 것, 감정을 드러낸다는 것에 여전히 우린 눈치를 보고 있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지 않을까. 어디에서든 누구와 있든 감정이 흔들리고 슬픔이 몰려올 때는, 울어도 된다. 어디서든, 울 수 있는 것이다.

인간도 다른 존재와 떨어져서는 생명력을 갖지 못한다.(루이스 토머스)
_살아 있는 사람에게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에게도 연결되어 있다.
_나는 모든 생명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282쪽)

그러니, 죽은 사람과도 유기적으로 이어져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혼자 남겨졌다는 외로움으로 괴로워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그 연결이 혹여라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해도 믿고, 혼다라는 생각에 벗어날 수 있어야겠다.

소중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는 책이었다. 한 장 한 장 그냥 지나쳐 넘기다보면 또 금방 무슨 내용이었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머릿속에 남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확인이 어려울 것 같다. 이러니 따로 잘 차곡차곡 쌓아 올릴 수 있는 마음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을 매일 쌓아올리면, 오히려 그만큼보다 더 많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덧-
명상책이다. 2015년에 1판이 나왔고, 2025년에 2판이 출간됐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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