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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하루
미즈모토 사키노 지음, 크루 편집부 옮김 / 크루 / 202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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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하루. 미즈모토 사키노 지음. 크루. 2025.
'보통'이란 단어에 자꾸 시선이 간다. 이 단어는 평소 곧잘 쓰는 단어인데도, 이렇게 책에서 만나게 되니 새삼 그 뜻이 뭐지, 보통이란 게 어떤 거지, 하는 질문이 자꾸 생긴다. 사전에서 '보통'의 뜻을 찾으면,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음. 또는 뛰어나지도 열등하지도 아니한 중간 정도.'라고 나온다. 이 뜻을 보며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이게 참, 제일 어려운 일이구나, 보통이라는 것이. 뛰어나게 잘하거나 훌륭하면 안 된다. 또 그렇다고 너무 못하거나 뒤떨어져서도 안 된다. 딱 그 사이 중간 쯤의 어딘가에 있어야 '보통'이란 단어를 쓸 수 있는 것이다. 처음 생각에는 사전 뜻처럼 보통이란 게 제일 흔하지 싶었는데, 뜻을 보고 또 생각을 하다보니 이것만큼 어려운 게 또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이렇게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하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생각이 깊어지기도 하지만 때론 엉뚱해지기도 한다. 보통, 참 요상하게도 흔한데 낯설게 느껴지는 단어다.
내게는 오늘을 살아가기 위한 활동 그 자체라 생각하는 일상은 모두에게 소중한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일상은 어떤 순간에도 계속 흘러가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했던 순간, 잊지 못할 만남이나 이별, 시시각각 변하는 일상 속에서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하지만 동시에 모두가 '혼자'다. 그래서 이 모든 순간에는 '외로움'이 있다. 외로움이 커지는 순간에도 일상은 계속된다.(197쪽)
작가의 후기를 보면서, '보통의 하루'는 한 마디로 '일상'이구나 싶었다. 사실, 이 책에서 뭔가 색다르고 특별한 일들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이미 제목에서부터 그렇지 않아도 소중한, 별 거 아니어도 그 자체로 좋은,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헌데 이 책을 계속 보면서 든 생각은, 어쩌면 이 별 거 아니라고 생각되는 일상이, 사실은 그 당사자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이미 특별한 순간들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우린 매일을 살아간다. 반복적인 매일의 순간도 있고 때론 그날만의 색다른 삶이 펼쳐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제와 같은 오늘이어도, 또 오늘과 다른 내일이어도, 그 모든 순간은 매일의 다른 날들의 각기 다른 날들인 것이 아닐까. 누군가 오늘 하루 어땠어, 라고 묻는 말에, 별 일 없었어, 혹은 똑같지 뭐, 하는 대답을 주로 하곤 하지만, 사실은 그 날들은 모두 다시 오지 않는 그날만의 하루가 되는 것이지 않을까. 그러니까 <보통의 하루>도 하루하루가 쌓이면 그 나만의 특별한 하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작가는 그림일기를 썼다.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글을 쓰면서 매일을 기록해 나가는 것이다. 일기를 써본 사람은 느낄 것이다. 뭔가 오늘만의 특별한 일이 있으면 그 이야기를 일기에 쓰면 좋겠는데, 일기에 쓸만한 일이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지, 하며 하루를 돌아봐도 딱히 일기로 쓸 만한 일이 떠오르지 않을 때 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쓴 일기를 다시 펼쳐보면 단 하루도 같은 내용을 똑같이 쓴 날은 없다. 어쨌든 그 날의 일과 생각, 행동과 그에 따른 감정은 매일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다른 이야기를 날마다 기록하는 것으로 우리는 <보통의 하루>를 매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작가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며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그리고 그런 하루 하루 안에서 우리의 일상은 언제나 그렇듯, 보통의 일상으로 흘러가게 된다. 하지만 그런 '보통'의 일상이 좋다. 그런 하루 하루가 곧 '나'이기 때문이다. '일기'라는 것은 가장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형식의 글이다. 아무한테도 알려주지 않는, 나만 아는 이야기들을 잔뜩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일기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일기에 담기는 하루의 이야기는 곧 나를 확인하고 알아나가는 과정이 되는 것이다.
이 책, 자연스럽게 천천히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서두를 필요 없다고, 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마음을 차분하게 정돈해주는 느낌을 준다. 여름의 뜨거운 햇살에 눈을 찡그리다가도 이 책을 보면, 그 햇살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보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살짝 살랑, 바람이 분다면 더 환하게 웃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나도 손글씨 일기를 써서 작가님께 보내고 싶다. 그 일기의 순간을 그림으로 그려달라고. 나의 <보통의 하루>가 무척 아름잡고 소중한 나만의 하루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상상만으로도 다시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