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갖춘마디 사계절 1318 문고 150
채기성 지음 / 사계절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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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갖춘마디. 채기성 장편소설. 사계절출판사. 2025.

이 소설을 읽으며 계속 울컥하는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혼났다. 나도 모르게 감정이 올라와 한참 그 감정이 마음에 머물러 있었다. 소이와 우제가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들을 겪고, 어디에서도 그 상처와 아픔을 치유받을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자신의 속과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방법조차 미처 알지 못하는데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가슴이 차곡차곡 쌓아놓기만 해야 되니, 모진 시간들만 계속 쌓이게될 뿐이었다. 그러니 그 상처의 골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고, 삶의 의욕마저도 잃기 쉬어지는 것이다.

"안 하려고." / "뭐? 그게 무슨 소리야?" / 나는 깜짝 놀라 물었다.
"나 이제 음악 안 해." /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 같았다.
'그럼 이제 어쩌지.' / "재미없어졌어."
우제가 기지개를 켜듯 양팔을 위로 쭉 뻗었다.
"다 시시해." / 우제의 눈가에 가득한 권태와 열의 없음에 나는 질릴 것만 같은 심정이 되었다.(57쪽)

하지만 그 중 다행인 건, 소이가 꾸준히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자신의 속마음에 대해서, 우제에 대해서, 그리고 그 모든 것에 대해서 말이다. 소이가 놓지 않고 있었던 그 관심의 끈이 결국은 그 모든 것을 이어지는 계기가 되고, 그 계기를 통해 다시 모든 이들이 힘을 내어 다시 설 수 있도록 해주었다. 결국, 그런 마음이 또 다른 마음을 끌어들이고, 그런 마음들이 엮여서 다시 웃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것이다. 그러면서 소이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아빠의 마음을, 소이 자신의 마음에서 답을 찾게 되었고, 그런 마음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본인 스스로도 어떤 마음으로 다른 이들과 세상을 바라봐야할 것인가를 알아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 사람이 누구든...... 위험에 빠진 사람을 돕는 일이 당연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그런 거야, 아빠는."(129쪽)
나는 목청을 돋워 외쳤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나를 던지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 "이번이 두 번째야. 내가 너 구한 거."(42쪽)

그리고 아빠의 마음은 고스란히 소이의 마음으로 다시 나타나고 있었다. 우제에 대한 소이의 궁금증이 결국은 아빠가 가지고 있던 당연하다는 마음과 무척 닮아있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준비되는 때는 안 오는 것 같아."(...)
"불완전하게 시작해도, 음악은 어쨌든 이어지잖아. 그래서 기억해. 불완전하게 시작해도 괜찮다니, 재미있다고 생각했거든. 다들 헷갈려서 맨날 시험에 나오기도 했고."(183쪽)

어느 누구도, 어떤 순간도, 완벽해지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떨 때는 완벽해지고 싶다는 마음을 버려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뭐 어때, 하는 마음과 비슷하게. 그리고 그런 완벽하지 못한 순간을 그 순간대로 즐기다보면, 어느 순간 그 다음으로 넘어가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마치 못갖춘마디처럼. 시작은 불안해 보여도 그 다음이 계속 불안하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더욱, 뭐 어때, 이 정도여도 충분하지,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못갖춘마디가 연결되고 또 합쳐지는 그 순간, 완벽해질 수도 있으니까. 마치 소이와 우제처럼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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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쟁 십대톡톡 7
하영식 지음 / 천개의바람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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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전쟁 #십대톡톡(지금전쟁) #천개의바람 #하영식 #교사서평단 #서평 #책추천

십대톡톡_07
지금, 전쟁. 하영식 글. 천개의바람. 2025
_러시아X우크라이나
_이스라엘X팔레스타인

우선, 무섭다. 전쟁을 직접 겪어본 세대는 아니지만, 말만으로도 이미 무섭다. 전쟁은 곧 죽음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특히 전쟁은, 누군가를 죽이는 행위에서 비롯되는 공포가 있다. 내가 죽지 않기 위해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 혹은 그 외의 다른 많은 이유로 누군가를 죽이는 것이 아무렇지 않아진다는 것, 그래서 결국, 생명을 하찮게 여기게 된다는 것. 그래서 어떠한 전쟁도 참혹한 비극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전쟁이 두려운 가장 큰 이유다. 물론, 그 모든 상황 한가운데에 놓이게 된다면 이런 철학적인 생각을 고상하게 할 사치는 당연히 없겠지만.

이 책의 제목을 눈여겨보게 된다. 그냥 전쟁이 아니다. <지금, 전쟁>이다. '지금'이 붙어있다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다. 21세기, 2020년대에 전쟁이라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처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발발했을 때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전쟁이 이토록 오래도록 끝나지 않고 이어질 거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너무 오래되고 또 직접적으로 그 영향력 밖에 있다면, 아직 전쟁 중이라는 사실마저 조금씩 잊고있는 사람들도 꽤 될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전쟁 중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이 전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전쟁이 어떤 목적에서 일어나는지는 다 알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종교, 민족 등 전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명분이야 여러가지겠지만, 결국 모든 것은 자신들이 더 큰 권력과 힘을 얻고 유지하기 위해, 혹은 불법으로 빼앗아서라도 쟁취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이걸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다만 그런 속내를 들어내지 않기 위해 다른 여러 이유들을 들어 전쟁을 정당화하려 하는 것일 뿐. 그리고 그렇게 권력에 욕심을 부리는 자들은 늘 멀쩡하다는 것이다. 모든 피해는 시민들, 그리고 어린 아이들이 받고 있고 말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어린이를 전쟁에서 방패막이로 이용하는 일이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하마스는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린이를 이용해 왔다.(...) 이런 행위가 어린이를 위험에 빠뜨리는 줄 알면서도 여전히 계속하고 있다.(113쪽)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도 보호해야하는 1순위가 어린 아이들일 것이다. 어떤 순간에도 가장 먼저 생각해야한다. 하지만 전쟁에서는 다른 의미로 1순위가 되기도 한다. 오히려 이용당한다는 말이 맞을 정도로 말이다. 이 아이들에게 세상은 어떻게 기억될까. 이 아이들이 자라나 어른이 된 세상은 또 어떤 세상이라 인식하게 될까. 수많은 어린이들이 감수해야 했던, 그리고 해야하는 '지금'의 전쟁을 우린 어떤 방식으로 보상해줄 수 있을 지. 어른들이 어린이들에게 여러 변으로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끔찍한 '지금'이 언제 멈출 수 있을까.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다. 강한 국가가 약한 국가를 침략하고 파괴하고 학살한 역사였으며, 지금도 반복하고 있다. 문명이 발달하고 인간의 지적 능력이 높아져도 본질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23쪽)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지금의 전쟁이 멈추더라도 또 다른 전쟁이 발생할 수 있겠다는 예상이 충분히 된다. 그리고 그 전쟁이 나의 일이 아닐 거라는 보장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린 <지금, 전쟁>을 통해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어떤 생각을 하고 또 어떤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인가. 우선은, 알아야 한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도, 지금의 세계 정세를 확인하는 이유도 모두 다,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과 비슷한 상황에 빠지지 않기 위한 현명한 지혜를 키워야 한다. 물론 나를 보호하기 위한 이유가 첫째일 것이고, 그 외의 모든 이들을 보호하고 돌보기 위한 이유가 둘째일 것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일이 아니라고 나의 일이 아닐 수는 없다. 그렇다면, 지금의 이 세계가 무엇에 의해 움직이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우리는 '전쟁'을 살펴봐야할 것인가를 분명해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

지금의 중학생들에게 있어서 어쩌면, 전쟁이 마치 게임 속에서 이루어지는 희열 정도로 여겨질 수도 있다. 가상 현실 속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나 문제의식이 부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이들과 기회가 될 때마다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것은 중요하다.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닐 수 있다. 다만 지금의 현상과 문제에 대해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고 판단하여 그 다음의 해결 지점을 찾아낼 수 있는가는, 꾸준한 연습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지금, 전쟁>이 필요하다. 내가 백 마디 이야기하는 것보다 이 한 권을 읽히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전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생각을 나누어야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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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땅콩 호텔 - 제2회 문학동네초승달문학상 대상 초승달문고 56
임고을 지음, 김규아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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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땅콩 호텔. 임고을 글/김규아 그림. 문학동네. 2025.

제목을 보고 부담을 느꼈다. '친절'해야 하는 땅콩 호텔. 물론 누군가는 당연히 호텔이면 '친절'해야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친절'이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말하는 것일지에 따라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될 수도 있다. 친절은 상대에 대한 배려와 공감의 행동이지만, 그런 친절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다른 이를 자신이 원하는 바를 쟁취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려 한다면, 과연 친절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친절함을 소임으로 삼고 있는 <친절한 땅콩 호텔>의 가족들이 추구하고 있는 경영 철학과 타인을 대하는 자세를 존중해줄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할 것이다.

인내심이 바닥난 너츠는 퉁명스레 말했어요. 가끔 손님이면 뭐든 다 요구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손님들이 있었어요.(...) 너츠는 그런 손님을 볼 때마다 기가 막혔어요.(53쪽)

너츠의 생각대로, 아무리 손님이어도 무리한 요구를 하면 안 된다. 생각보다 손님은 당연히도 모든 것을 다 원하는대로 요구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요즘은 사용하지 말아야하는 말 중 '갑을 관계'라는 말이 있다. 누가 갑이고 또 누가 을이 되는가에 따라 정해진 역할에 맞춰 타인을 어떻게 대할 수 있는가에 대한 면죄부를 받는 듯한 느낌이다. 당연히 이 모든 생각이 옳지 않다. 혹시, 우리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타인을 대했던 적이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잘 웃지 않는다고 친절하지 않다고 하다니, 너무해! 목소리가 작다고 불친절하다니, 그것도 너무해! 손님이라고 아무 말이나 해도 되는 건 아니야!"
너츠는 그간 담아 두었던 말을 폭포처럼 쏟아 내기 시작했어요.(70쪽)

그러니 너츠에게도 그동안 쌓인 마음이 있었다. 다른 이들에게서 받은 상처가 많았던 것이다. 그런 마음을 쏟아낼 기회가 없었고, 그럴 방법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늘 너츠는 가족들에게, 그리고 손님들에게 자신의 마음과 다른 평가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속상하게. 그런 면에서 폴짝 씨는 너츠에게 기회를 주었다. 사실 너츠 역시 폴짝 씨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너츠는 진심을 담아 얘기했어요. 그러고는 쭉 궁금했던 것을 조심스레 물어봤어요.
"저, 그런데요...... 운동선수이신데 왜 호텔 방에만 계셨어요?"(92쪽)
폴짝 씨가 잔잔히 웃었어요. 그리고 너츠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흐린 날의 호수가 멋지고 근사했어요. 호수를 보면서, 열심히 뛰고 넘어지며 훈련하던 날들을 떠올렸어요. 그때 후회가 남지 않을만큼 최선을 다했다는 것도요."(96쪽)

폴짝 씨에게도 너츠에게도 그동안 자신의 마음을 알아챌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기회를 둘이 함께한 시간 속에서 얻을 수 있었다. 너츠가 신문을 방에 넣지 않았다면, 폴짝 씨가 땅콩산에 가자고 제안하지 않았다면, 너츠가 폴짝 씨가 걱정돼 정상을 향해 가지 않았다면, 그리고 폴짝 씨에게 질문을 하지 않았다면, 폴짝 씨가 너츠에게 진심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도시락을 같이 먹자고 말하지 않았다면, 자신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고 다르지 않은 하루를 또 지나보내기만 했을 것이다. 그래서 둘의 조합이, 둘의 시간이, 둘의 마음이 참 다정하고, 친절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절함이 이런 게 아닐까. 상대에게 진심의 마음이 전달되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것, 그래서 친구가 될 수 있는 것. 이런 친절이라면 나도 마음놓고 친절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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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챌린지 100 - 나를 바꿔줄 100번의 기회
이재진(해피러너 올레) 지음 / 푸른숲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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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챌린지 100. 이재진 지음. 푸른숲. 2025.

오늘도 달렸다. 보통 6km를 달리고 있고, 오늘도 목표 달성했다. 목표라고까지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곤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자신있게 나의 매일의 작은 목표라고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하고 대단하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 물론 아직은 나에게 '러너'라는 말을 붙이기 부끄럽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이만큼 꾸준히 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효능감, 그거 뭔가 대단해서만 생기는 것은 아닌, 그저 하루하루를 꾸준히 채워나갔다는 것만으로도 생길 수 있는 것이란 것을 느꼈다.

올해 6월부터 달리기 시작한 초보 러너다. 이제 겨우 5개월을 달렸다. 달리면서 생각했다. 이만큼 달렸는데 왜 나는 처음 달릴 때와 다르지 않고 또 더 늘지도 그렇다고 더 나아지지도 않는 것 같지. 처음에도 5km부터 시작했다. 물론, 그 전에도 몇 년 달린 적이 있지만 이렇게 작정하고 거리와 시간을 재면서 달리지 않았기 때문에 얼만큼 어떻게 달리는지도 모른 채 헉헉거리기만 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제대로 러닝 앱을 통해 내 기록을 체크하면서 달렸다. 처음치고는 잘 달렸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실력도 그만큼 쑥쑥 좋아질거리고 생각했다. 착각이었고 여전히 이 상태에서 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 책을 보며 반성했다. 아, 난 아직 멀었구나, 이 정도로는 택도 없구나. 100일은 지났지만 그 100일을 무한 반복해야만 조금씩이나마 나의 거리와 속도가 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조바심을 낼 필요 없다는 것도 알았다. 뭔가 더 빠르게 더 잘 달리고 싶다는 욕심이 자꾸 생겨 초심자의 실수를 하고 있었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으니 내마음대로 멋대로 달리고 있었고, 그냥 그렇게 뛰기만 하면 된다는 착각을 했다. 반성, 또 반성!

아침 조깅을 선택해 웬만하면 빠지지 않고 나가려고 노력 중이다. 저녁에는 일정도 불규칙하고 또 이런저런 핑계를 많이 대며 게을러질 것을 내가 잘 안다. 그리고 생각보다 어두울 때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도 잘 안다. 그래서 시간 조절이 쉬운 아침 시간을, 조금 어두워도 서서히 밝아지는 아침을 선택했다. 같은 시간에 나가려고 노력하지만 요즘 점점 해뜨는 시간이 늦어져서 고민이긴 하지만, 그래도 꾸준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다보니 아침마다 마주치는 분들이 계시다. 경비아저씨들과 만날 때마다 인사를 나누며, 아침 운동을 격려해주는 말을 듣곤 한다. 강아지 산책하시는 할머니와 이웃도 종종 만난다. 아침마다 걷기 운동하시는 분과는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잘 조절하며 달린다. 달리는 나를 보고 매번 짖는 강아지는 내가 먼저 피한다. 이런저런 아침의 풍경이, 생각보다 기분이 좋다.

아침에 누워서 꾀를 부릴 때가 있다. 오늘은 나가지 말까를 고민할 때가 있다. 그러다가도 달리지 않고 하루를 시작하게 되는 그 기분이 더 나쁠 것 같아 몸을 일으키고 런닝복으로 갈아입는다. 옷을 입으면 우선은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달리고 나면, 집으로 다시 들어오는 기분이 무척 개운하고 상쾌하다. 오늘도 해냈다는 뿌듯함도 크다.
생각보다 이 기분을 일찍 알아버렸다. 달려야 몸이 풀리고 오히려 하루를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껴버렸다. 그래서 친구들과의 경주 여행에서도 새벽에 일어나 무덤 사이를 달렸다. 그랬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벅찬 기분을 느꼈다. 이런 기분이 다시 그 다음 또 그 다음을 달릴 수 있도록 해주는 힘이 되는 것 같다.

이 책에서 제일 필요했던 말을 찾았다.

휴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잘 쉬어야 더 멀리, 더 오래 달릴 수 있다. 그러니 죄책감을 갖지 말고 당당하게 쉬자.(46쪽)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달려야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달리지 못한 날이 생기면 무척 난감했다. 괜히 더 몸이 불편한 느낌도 들고 화도 나고 또 뭔가 잘못했다는 기분까지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회복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았다. '진짜 러너는 훈령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회복을 잘 아는 사람이다.'(54쪽)라는 말을 명심하려고 한다. 몸과 좀 더 친해지고 몸이 주는 신호와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내 몸을 더 잘 쓸 수 있도록 알아나가는 좋은 방법이 달리기였다. 우선은 지금처럼 계속 달려볼 예정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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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생물학 - 김응빈의 과학 교양
김응빈 지음 / 창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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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생물학 #김응빈 #과학교양#창비 #서평단 #서평 #책추천

응! 생물학. 김응빈 지음. 창비. 2025.
_김응빈의 과학 교양

우선, 지은이의 이름과 제목을 보며 웃고 시작했다. 김'응'빈 교수의 '응!'이라니, 하면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을 너무 잘 지은 것 같다. 응? 하고 응! 한다는 말도 한번에 쏙 들어왔다. 혹여라도 이 책이 어려우면 어쩌나, 생물은 학창시절 배웠다는 기억만 남아있을 뿐, 실제 내용은 전혀 생각나지도 않는데, 읽다 포기하면 어쩌지, 겁을 조금 먹었었다. 하지만 너무 과한 걱정이었다. 어렵기는커녕 흥미롭고 재밌어서 술술 잘 읽히는 책이었다. 과학책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편인데, 이번 책으로 그런 선입견이 조금 사라졌다. 이 정도라면 중학교 아이들과도 충분히 읽고 이야기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대중매체에서 종종 접하곤 하는 사육 코끼리 학대 실태나 남획으로 인한 야생 코끼리의 멸종위기 소식들을 들을 때마다, 저는 생물학자로서 기분이 착잡해지곤 합니다. 인간 때문에 코끼리 상아가 점점 작아지고 있대요.(95쪽)

예전에 <이빨사냥꾼>이란 그림책을 읽고 인간들의 탐욕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던 기억이 났다. 코끼리의 발구조와 여섯번째 발가락에 대한 내용이 흥미로웠는데 그런 어마어마한 코끼리마저도 역시나 인간에 의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상기되면서 씁쓸하고 속상해졌다. 결국 인간의 인간중심적인 사고가 지금의 자연과 생태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지, 그 영향을 이후에 어떻게 다 감당하려고 그러는지, 그저 안타깝기만 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이런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지. 관련 책을 함께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후변화와 산업화, 도시와 같은 현상이 결국은 수자원 고갈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물은 더이상 '그냥 흐르는 것'이 아닙니다. 오염과 가뭄, 환경 난민과 식수 부족의 현실은 이미 뉴스 속 풍경이 아니라, 인류가 당면한 전지구적 과제가 되었죠.(153쪽)

물을 너무 안 마셔서 잔소리를 듣는 편인데, 물을 너무 마셔서 생명을 잃었다는 것도 충격이었다. 정말 말 그대로 과유불급. 지나쳐도 부족해도 모두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물의 문제에 있어 균형은 다른 측면으로도 중요할 것이다. 어느 곳은 물로 축제를 열기도 하고, 또 어느 곳은 물이 없어 구정물이나 오염된 물을 마시고 병이 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우리나라도 얼마 전 물이 부족해 단수 혹은 제한급수를 한 경우가 있었다. 과연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언제까지 우린 아무런 대책 없이 이대로 이기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비건가죽이란 동물의 가죽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조가죽으로, 주로 식물성 재료로 만듭니다. '비건'(vegan)은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영어 단어 'vegetarian'의 앞 세 글자와 뒤 두 글자를 합친 말인데, 1944년 영국에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전에서는 비건을 '동물 유해 식품을 전혀 먹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동물성 제품 일체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죠. 오늘날 비건을 의미는 더욱 확장되어 동물실험을 거친 모든 제품까지 사용하지 않는 포괄적인 의식주 개념을 뜻하기도 합니다.(201-202쪽)

비건에 대해 설명을 친절하게 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반가웠다. 생각보다 동물권이나 비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또 관심도 없다. 아이들과도 관련 이야기를 하다보면 굉장히 생소한 이야기로 받아들이며 신기해하곤 한다.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 내용을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자연스럽게 관련 이야기를 다양한 관점과 방법으로 접하다보면 자연스레 각자 자신만의 생각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쌓이면 우리가 지금 당면해 있는 문제나 상황을 조금은 해결해나갈 수 있는 방법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단순히 정보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생각할 거리를 함께 제시하고 있어서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

책의 중간중간에 '응, 토론하자!' 코너가 있어서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요소가 있어 좋았다. 이를테면, 'Q. 인류가 사라진다면, 지구는 빠르게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은 실제로 교실에서 해보았던 질문이기도 했다. 지금의 지구의 위기의 문제가 인간에서 비롯되었고 그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간이 없어지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에서부터, 인간이 벌여놓은 문제는 인간이 수습해야하므로 먹튀하지 말고 책임지고 지구를 원래대로 해놓아야한다는 책임론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던 질문이었다. 이 또한 반가웠다.

순록의 콧등은 촘촘한 털로 덮여 있고, 사람보다 약 25퍼센트 더 많은 혈관이 분포해 있습니다. 추운 북극 공기를 마실 때 이 혈관들이 공기를 미리 데워주고, 동시에 산소 공급도 효율적으로 해주죠. 덕분에 심한 추위에 시달리거나 활동량이 많을 때 코끝에 혈액이 몰리면서 붉게 보일 수 있습니다. 겨울에 우리 손가락이나 코끝이 빨개지는 것처럼요.(211쪽)

겨울이면 썰매를 끌어야겠다는 놀림을 많이 받있었는데, 코끝에 혈액이 몰리면서 공기를 미리 데워주느라고 그랬던 거구나 싶어, 신기하면서도 이제부터는 코가 빨개지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 우리 몸이 알아서 우리를 위해 적절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책을 읽어나가다보니 흥미롭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과학을 재밌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이렇게 과학을 어렵지 않게 좋아하게 만들 수 있구나 싶었다. 기분 좋게 한권 뚝딱 읽게 만든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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