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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생물학 - 김응빈의 과학 교양
김응빈 지음 / 창비 / 202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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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생물학. 김응빈 지음. 창비. 2025.
_김응빈의 과학 교양
우선, 지은이의 이름과 제목을 보며 웃고 시작했다. 김'응'빈 교수의 '응!'이라니, 하면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을 너무 잘 지은 것 같다. 응? 하고 응! 한다는 말도 한번에 쏙 들어왔다. 혹여라도 이 책이 어려우면 어쩌나, 생물은 학창시절 배웠다는 기억만 남아있을 뿐, 실제 내용은 전혀 생각나지도 않는데, 읽다 포기하면 어쩌지, 겁을 조금 먹었었다. 하지만 너무 과한 걱정이었다. 어렵기는커녕 흥미롭고 재밌어서 술술 잘 읽히는 책이었다. 과학책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편인데, 이번 책으로 그런 선입견이 조금 사라졌다. 이 정도라면 중학교 아이들과도 충분히 읽고 이야기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대중매체에서 종종 접하곤 하는 사육 코끼리 학대 실태나 남획으로 인한 야생 코끼리의 멸종위기 소식들을 들을 때마다, 저는 생물학자로서 기분이 착잡해지곤 합니다. 인간 때문에 코끼리 상아가 점점 작아지고 있대요.(95쪽)
예전에 <이빨사냥꾼>이란 그림책을 읽고 인간들의 탐욕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던 기억이 났다. 코끼리의 발구조와 여섯번째 발가락에 대한 내용이 흥미로웠는데 그런 어마어마한 코끼리마저도 역시나 인간에 의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상기되면서 씁쓸하고 속상해졌다. 결국 인간의 인간중심적인 사고가 지금의 자연과 생태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지, 그 영향을 이후에 어떻게 다 감당하려고 그러는지, 그저 안타깝기만 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이런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지. 관련 책을 함께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후변화와 산업화, 도시와 같은 현상이 결국은 수자원 고갈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물은 더이상 '그냥 흐르는 것'이 아닙니다. 오염과 가뭄, 환경 난민과 식수 부족의 현실은 이미 뉴스 속 풍경이 아니라, 인류가 당면한 전지구적 과제가 되었죠.(153쪽)
물을 너무 안 마셔서 잔소리를 듣는 편인데, 물을 너무 마셔서 생명을 잃었다는 것도 충격이었다. 정말 말 그대로 과유불급. 지나쳐도 부족해도 모두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물의 문제에 있어 균형은 다른 측면으로도 중요할 것이다. 어느 곳은 물로 축제를 열기도 하고, 또 어느 곳은 물이 없어 구정물이나 오염된 물을 마시고 병이 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우리나라도 얼마 전 물이 부족해 단수 혹은 제한급수를 한 경우가 있었다. 과연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언제까지 우린 아무런 대책 없이 이대로 이기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비건가죽이란 동물의 가죽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조가죽으로, 주로 식물성 재료로 만듭니다. '비건'(vegan)은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영어 단어 'vegetarian'의 앞 세 글자와 뒤 두 글자를 합친 말인데, 1944년 영국에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전에서는 비건을 '동물 유해 식품을 전혀 먹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동물성 제품 일체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죠. 오늘날 비건을 의미는 더욱 확장되어 동물실험을 거친 모든 제품까지 사용하지 않는 포괄적인 의식주 개념을 뜻하기도 합니다.(201-202쪽)
비건에 대해 설명을 친절하게 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반가웠다. 생각보다 동물권이나 비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또 관심도 없다. 아이들과도 관련 이야기를 하다보면 굉장히 생소한 이야기로 받아들이며 신기해하곤 한다.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 내용을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자연스럽게 관련 이야기를 다양한 관점과 방법으로 접하다보면 자연스레 각자 자신만의 생각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쌓이면 우리가 지금 당면해 있는 문제나 상황을 조금은 해결해나갈 수 있는 방법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단순히 정보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생각할 거리를 함께 제시하고 있어서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
책의 중간중간에 '응, 토론하자!' 코너가 있어서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요소가 있어 좋았다. 이를테면, 'Q. 인류가 사라진다면, 지구는 빠르게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은 실제로 교실에서 해보았던 질문이기도 했다. 지금의 지구의 위기의 문제가 인간에서 비롯되었고 그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간이 없어지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에서부터, 인간이 벌여놓은 문제는 인간이 수습해야하므로 먹튀하지 말고 책임지고 지구를 원래대로 해놓아야한다는 책임론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던 질문이었다. 이 또한 반가웠다.
순록의 콧등은 촘촘한 털로 덮여 있고, 사람보다 약 25퍼센트 더 많은 혈관이 분포해 있습니다. 추운 북극 공기를 마실 때 이 혈관들이 공기를 미리 데워주고, 동시에 산소 공급도 효율적으로 해주죠. 덕분에 심한 추위에 시달리거나 활동량이 많을 때 코끝에 혈액이 몰리면서 붉게 보일 수 있습니다. 겨울에 우리 손가락이나 코끝이 빨개지는 것처럼요.(211쪽)
겨울이면 썰매를 끌어야겠다는 놀림을 많이 받있었는데, 코끝에 혈액이 몰리면서 공기를 미리 데워주느라고 그랬던 거구나 싶어, 신기하면서도 이제부터는 코가 빨개지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 우리 몸이 알아서 우리를 위해 적절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책을 읽어나가다보니 흥미롭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과학을 재밌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이렇게 과학을 어렵지 않게 좋아하게 만들 수 있구나 싶었다. 기분 좋게 한권 뚝딱 읽게 만든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