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땅콩 호텔 - 제2회 문학동네초승달문학상 대상 초승달문고 56
임고을 지음, 김규아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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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땅콩 호텔. 임고을 글/김규아 그림. 문학동네. 2025.

제목을 보고 부담을 느꼈다. '친절'해야 하는 땅콩 호텔. 물론 누군가는 당연히 호텔이면 '친절'해야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친절'이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말하는 것일지에 따라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될 수도 있다. 친절은 상대에 대한 배려와 공감의 행동이지만, 그런 친절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다른 이를 자신이 원하는 바를 쟁취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려 한다면, 과연 친절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친절함을 소임으로 삼고 있는 <친절한 땅콩 호텔>의 가족들이 추구하고 있는 경영 철학과 타인을 대하는 자세를 존중해줄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할 것이다.

인내심이 바닥난 너츠는 퉁명스레 말했어요. 가끔 손님이면 뭐든 다 요구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손님들이 있었어요.(...) 너츠는 그런 손님을 볼 때마다 기가 막혔어요.(53쪽)

너츠의 생각대로, 아무리 손님이어도 무리한 요구를 하면 안 된다. 생각보다 손님은 당연히도 모든 것을 다 원하는대로 요구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요즘은 사용하지 말아야하는 말 중 '갑을 관계'라는 말이 있다. 누가 갑이고 또 누가 을이 되는가에 따라 정해진 역할에 맞춰 타인을 어떻게 대할 수 있는가에 대한 면죄부를 받는 듯한 느낌이다. 당연히 이 모든 생각이 옳지 않다. 혹시, 우리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타인을 대했던 적이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잘 웃지 않는다고 친절하지 않다고 하다니, 너무해! 목소리가 작다고 불친절하다니, 그것도 너무해! 손님이라고 아무 말이나 해도 되는 건 아니야!"
너츠는 그간 담아 두었던 말을 폭포처럼 쏟아 내기 시작했어요.(70쪽)

그러니 너츠에게도 그동안 쌓인 마음이 있었다. 다른 이들에게서 받은 상처가 많았던 것이다. 그런 마음을 쏟아낼 기회가 없었고, 그럴 방법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늘 너츠는 가족들에게, 그리고 손님들에게 자신의 마음과 다른 평가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속상하게. 그런 면에서 폴짝 씨는 너츠에게 기회를 주었다. 사실 너츠 역시 폴짝 씨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너츠는 진심을 담아 얘기했어요. 그러고는 쭉 궁금했던 것을 조심스레 물어봤어요.
"저, 그런데요...... 운동선수이신데 왜 호텔 방에만 계셨어요?"(92쪽)
폴짝 씨가 잔잔히 웃었어요. 그리고 너츠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흐린 날의 호수가 멋지고 근사했어요. 호수를 보면서, 열심히 뛰고 넘어지며 훈련하던 날들을 떠올렸어요. 그때 후회가 남지 않을만큼 최선을 다했다는 것도요."(96쪽)

폴짝 씨에게도 너츠에게도 그동안 자신의 마음을 알아챌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기회를 둘이 함께한 시간 속에서 얻을 수 있었다. 너츠가 신문을 방에 넣지 않았다면, 폴짝 씨가 땅콩산에 가자고 제안하지 않았다면, 너츠가 폴짝 씨가 걱정돼 정상을 향해 가지 않았다면, 그리고 폴짝 씨에게 질문을 하지 않았다면, 폴짝 씨가 너츠에게 진심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도시락을 같이 먹자고 말하지 않았다면, 자신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고 다르지 않은 하루를 또 지나보내기만 했을 것이다. 그래서 둘의 조합이, 둘의 시간이, 둘의 마음이 참 다정하고, 친절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절함이 이런 게 아닐까. 상대에게 진심의 마음이 전달되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것, 그래서 친구가 될 수 있는 것. 이런 친절이라면 나도 마음놓고 친절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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