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좋아질 거야, 행복이 쏟아질 만큼
길연우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좋아질거야행복이쏟아질만큼 #길연우에세이 #북로망스 #서평단 #서평 #책추천

인생이 순탄하지 않을 때가 있다. 왜 나한테만, 이란 생각이 밀려오기 시작하면 끝도 없는 자책이 꼬리를 잇는다. 땅속에 굴을 파고 내려가야 할 정도로 자존감은 하락한다. '나'는 존재하지 않고 '남'만 존재하는 세상이 된 듯하고, 온 세상이 나를 향해 눈을 흘기거나 손가락질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된다. 어디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찾으려는 생각은 없어지고 그저, 나를 탓하는 일만 남는다. 어떻게 손을 쓰지 못한 채 좌절하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최선이 된다.
이럴 때 진짜 필요한 책이다. '나'를 향해 내가 손을 내밀어주어야 할 때, '나'를 더 이상 혼자 두지 말아야 할 때, '나'를 향해 내가 달려가 끌어안고 따뜻한 온기를 전해야 할 때 필요한 책. 이 책의 제목이 이제야 정확히 이해가 된다. 누군가 이렇게 말해주는 한 사람이 필요하다. '다 좋아질 거야'라고. 내가 하는 일에 자신이 없고 그저 안 되는 쪽으로만 일이 진행될 때, 누군가 딱 한 사람만이라도 이렇게 말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다 좋아질 거야'라고. 설사 좋아지지 않는다해도 그 말 한 마디가 어떻게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지는, 말이 갖고 있는 힘이 얼마나 큰 지는, 해 보면 안다. 그래서 이게 무척 중요한 것이다.

가장 필요한 순간에 나를 믿어주는 것은, 오직 나 자신뿐이니까.(...) 그러므로 나는 나에게 흔들림 없는 확신을 보낸다. 누구의 검증도 필요치 않은, 굳건한 지지를 보낸다.(35쪽)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나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나를 만들어낼 수 있기 위한 건, 자신이 자신에게 건네는 응원이고 지지이고 확신이다. 내가 나를 믿고 나아갈 때 다른 이들도 나를 따르게 된다. 내가 나에 대한 자신이 없을 때 누구도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나는 내가 지키는 것, 내가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낼 줄 알아야 내가 온전히 바로 설 수 있는 것이다.

매일이 햇살 같지 않아도 괜찮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너무도 다를지라도, 결국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나를 아우를 수 있는, 또 다른 내가 있음을, 이제는 안다.(135쪽)

매일이 좋을 수는 없다. 매일 앞으로만 나아갈 수는 없다. 잠시 주춤할 수도 혹은 뒷걸음을 칠 수도 있다. 또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인 것처럼 나를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모습은 바로 나다. 내가 갖고 있는 다양한 모양과 색깔은 각각의 서로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이런 모든 모습 또한 나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필요할 것이다. 내가 나로부터 시작되어 더 크고 다양하고 반짝이는 나를 만날 수 있도록, 나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니 오늘 하루도
'그런 일도 있는 것이다'라고
스스로를 토닥여 주며
조금 더 나아가 보려 한다.(284쪽)

그러니까. 그런 일도 있는 거지, 어떻게 매번 같은 빛깔만을 낼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이 말이 백프로 공감한다. 오늘 하루, 그럴 수도 있는 거다. 그러니 그런 마음 추스리고 다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으면 된다. 그렇게 내디딘 한 걸음이 두 걸음이 되고, 다시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된다. 그런 동력으로 가다보면, 그런 일은 잊고 좋은 일을 맞이할 수 있게 될 테니까.

마음챙김(Mindfulness)이란 말이 있다. '현재 순간에 주의를 기울이고,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심리적인 과정'으로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 대신, 지금 이 순간의 경험에 집중함으로써 정서적 안정과 명료한 인식을 얻을수 있도록 돕는다'고 한다. 요즘은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너무도 필요한 듯 보이는데, 이 책을 통해 마음챙김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가만히 천천히 읽어나가는 것만으로도, 기울어져가는 마음을 다시 세울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산딸기 아파트에 봄이 왔어요
주미경 지음, 민승지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산딸기아파트에봄이왔어요 #주미경_글 #민승지_그림 #문학동네 #문학동네그림책서포터즈 #뭉끄4기 #서평단 #서평 #그림책추천

그럼, 산딸기 아파트 2층으로 이사가도 될까? 산딸기 아파트로 이사가서, 까망코와 친구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고도 싶고, 호두 씨와 책 이야기를 나누며 '호두 선생이 보랏빛 문을 두드렸어요.' 다음 문장을 함께 의논해도 좋을 것 같다. 도야 씨가 만들어 주는 산딸기 피자를 얻어먹고 싶기도 하고, 이제 더 이상 큰 소리로 말하지 않아도 되는 늑대 할아버지 아오 씨와 차 한 잔 함께 마셔도 좋을 것 같다. 언제까지고 산딸기 아파트는 봄기운이 가득할 것만 같은 느낌이니, 여기에 살면 늘 봄 기운 가득, 이웃들과 함께 따뜻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란디, 아파트를 칠해 달라고 연락한 게 누구요잉?"

그러게. 이건 좀 미스테리, 궁금한 지점이다. 누가 당깨 씨에게 편지를 써서 아파트에 페인트를 칠해 달라고 연락했을까? 다들 당깨 씨의 방문에 놀라고 예상하지 못한 일인 듯한 반응이었는데 말이다.
호두 씨일까? 다음 이야기를 쓰지 못하고 힘들어 하고 있어, 아파트를 새로 페인트칠하면 뭔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부탁한 것은 아닐까? 혹시라도 2층 도야 씨에게 차마 직접 말하지 못한 슬리퍼 이야기를, 당깨 씨를 통해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연락한 것은 아닐까? 사실은 '보랏빛 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이렇게 표현한 것은 아닐까?
도야 씨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집 밖으로 나갈 일이 없었지만 이제라도 아파트가 예뻐지면 그 예쁜 아파트를 보기 위해서라도 나갈 마음을 가졌던 것은 아닐까? 아니면 소풍 이후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그 아이들을 생각하며 아파트를 칠하고 싶어진 것은 아닐까?
설마 늑대 할아버지 아오 씨? 사실은 이웃들에게 관심도 많고 어울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선뜻 그러지 못하는 트라우마가 있다. 빨간 두건을 쓰고 귀를 보이지 않는 데에는 그만한 사정이 있을 거지만, 그 사정을 감추고 생활하고 있다. 그러니, 내심 이웃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 당깨 씨한테 연락한 것은 아닐까?
어쩌면 까망코가 이 모든 일을 계획한 것일 수도 있겠다. 당깨 씨가 산딸기 아파트를 찾아왔을 때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까망코였고, 페인트 칠하는 것과 관련한 의견을 제시한 것도 까망코다. 까망코는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이 컸고, 늑대 할아버지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갔다. 누구와도 서슴없이 친해지고 다가갈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모두 갖추어져 있던 아이가 까망코. 그러니, 까망코의 계획에 따라 각 이웃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며 자연스레 함께 보여 이야기 나누고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던, 큰 그림이 아니었을까?

누구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이 산딸기 아파트에 이들이 함께 지내게 될 지가 더 중요하다. 이미 산딸기 아파트에 봄이 왔다. 봄이 왔으니, 산딸기가 무르익고 그 싱그러움이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는, 그런 행복하고 따뜻한 시간이 오래도록 이어질 것 같다. 각자가 갖고 있는 조금은 부족하고 또 아픈 구석이 있다. 때론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감추고 되려 더 큰소리로 몰아붙일 때도 있다. 다른 이들과 소통하지 않고 혼자 모든 아픔을 끌어안고 지내기만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만 갖고 있는 아픔이 아닐 것이고, 그런 아픔도 함께하는 따스함의 나눔으로 조금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산딸기 아파트는 함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이제, 이들이 서로의 봄이 되어 따스함이 계속될 수 있도록 지켜주기만 하면 된다. 서로에 대한 배려도 이미 가득하다. 이런 아파트라면 서로 먼저 입주하겠다고 경쟁하게 될 듯.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 두 자연 생활자의 교환 편지
김미리.귀찮 지음 / 밝은세상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나란히계절을쓰고 #김미리 #귀찮 #밝은세상 #서평단 #서평 #책추천

오늘같이 새벽부터 비가 내린 날이면, 수풀집과 그리고다의 텃밭은 어떤 모양을 만들어내고 있을지 궁금해지고 상상해보게 된다. 여러 작물의 생장도 궁금하지만 얼마나 잡초들이 무성해지고 또 강렬한 생명력으로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을지가 더 궁금해진다. 겉으로 보기만 할 때의 시골 단독 주택의 삶과 텃밭 가꾸기를 더 넘어서, 생생한 삶의 이야기가 고충까지를 다 알고나니, 더 깊은 애정과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마치, 나도 두 자연 생활자의 삶에 초대받아 그 삶을 들여다보고 경험해본 듯한 착각까지 들 정도로 말이다. 괜히 흙을 찾아 나도 어딘가 발길을 옮겨야할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
우선은, 부러움을 잔뜩 안고 편지를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오랜 로망에 가까운 삶을 이 두 작가님들이 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조용하고 야트막한, 땅과 가깝게 생활하며 계절의 변화와 하늘의 움직임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삶을 꿈꾸어 왔다. 나의 공간 안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잔뜩 넣어두고, 자연에 나의 삶을 맡기는 삶을 살고 싶어한다. 작은 텃밭에서 나고 자란 것을 취하며 사는 삶, 손에 흙을 쥐고 사는 삶의 로망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더욱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나는 그냥 뽑아야지. 노상 뽑아야지, 뽑아서 없애야지."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온다는 걸 말하는 듯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였어요. 자연에, 사는 일에 순응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습니다.(293쪽)

누구나 이런 순응하는 삶을 꿈꾸고 있지 않을까. 다만 힘들어서 혹은 여의치 않아서 내지는 어쩔 수 없이, 그렇지 못한 삶을 살아내고 있는 것일 뿐. 그리고 가끔씩, 이런 이야기를 통해 잠시라도 숨 내쉴 수 있는 구멍을 찾으면서 말이다.

편지가 주는 편안함이 있다. 그 편안함에 두 작가님의 생활 밀착형 이야기가 더해져 더욱 생생히 전달되었던 것이, 이 책에 더 빠져들도록 만들었다. 변기 화장실에 정화조 얘기까지, 아름답기만 할 것 같은 이야기의 환상을 바사삭 부숴주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그런 이야기가 오히려 그들의 삶에 대한 친근감을 한껏 더 부풀렸다. 다르게 표현하면 제대로 날 것의 이야기라고나 할까. 있는 그대로는 보여주는 것에 더 나아가 엉뚱한 경험의 이야기를 상대방을 웃길 수 있을까 배틀이라도 하듯, 서로 귀여운 경쟁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 두 작가님의 주고받는 편지를 훔쳐보는 것만으로도, 그 편지를 통해 무엇을 공유하고 관계를 촘촘히 다져가고 있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두 작가님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고 보살펴주고 있었다. 누군가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는 느낌. 물론, 공간적으로 떨어져 생활하고 둘 사이의 접점도 없어 보이지만, 그 가운데 추구하는 삶의 철학과 생활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알게모르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었다. 어떤 일에 있어서도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해내야한다는 것만큼 외롭고 힘든 경우가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누군가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 그 다음은 일이 한결 수월하게 느껴진다. 같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에서 얻을 수 있는 힘인 것이다.

나와 같은 마음을 느끼는 한 사람이 여기 있구나. 그럼 우리 둘이니까, 둘이 한다면 셋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셋이 한다면 넷이, 그렇게 이 글을 쓰기 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작은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76쪽)

이 생각은 다만 어떤 하나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 같은 마음만 있다면 무엇이든 언제든 가능할 것이니까. 두 작가님의 계절을 지나 다시 같은 계절을 만날 만큼의 시간동안 쌓아온 이야기 속에서, 이미 이 편지를 읽고 있는 내가 그 안에 들어가 셋이 된 기분이 들었고, 어쩌면 나와 같은 마음의 넷, 다섯이 같은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

누군가가 정성들여 써 준 편지를 받아보는 기분으로 읽었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고르는 모든 시간이 그 사람을 생각하는 시간이 되는 것처럼, 편지를 쓰는 모든 시간이 그 사람을 떠올리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라는 게,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다.
이 편지가 끝나 아쉬우면서도 언젠가 이런 편지를 나 또한 누군가에게 써주고 싶어졌다. 같은 마음의 누군가에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버터밀크 그래피티 - 양장, 음식과 사람, 인생의 비밀을 찾아 떠난 이균의 미국 횡단기 에드워드 리 컬렉션
에드워드 리 지음, 박아람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버터밀크그래피티 #에드워드리 #박아람 #위즈덤하우스 #서평단 #서평 #책추천

이민자의 삶과 마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단순히 음식을 따라가는 기행이라기보단, 각 이민자들의 삶과 그 뿌리를 찾아가는 기행이구나 싶었다. 물론, 그 기행의 아주 중요한 목적에는 음식도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오히려 에드워드 리가 각 이민자들과 나누는 대화, 그들을 대하는 방식과 자세, 그리고 그들의 음식에 배어 있는 삶과 전통을 중요시여기고 있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그리고, 그런 삶의 맥락이 어떻게 낯선 나라에서 유지되고 또 펼쳐지고 있는지에 더 주목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또 딱히 꼭 그 전통을 고수해야지만 된다는 고정된 사고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 각자의 문화가 새로운 문화와 만나고 또 어떻게 섞여 또 다른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갈 것인가 또한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 어찌보면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는 것만이 제 나라의 것을 지키고 잃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또 그것만을 강요하는 것이 오히려 계속 이어나가는 데 어려움을 줄 수도 있겠구나. 결국 하나만 생각해서는 안 되는 거지, 싶었다.

나는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음식에서 정통을 따지는 것이 불편하다. 정통이라는 말에는 옳은 것과 그른 것으로 나눠진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서다. 전통이 멈춰 있는 것이며 진화할 수 없다는 의미, 문화가 정적인 것이라는 의미가 은근하게 들어 있다.(302쪽)

옳고 그름으로 나눠 생각하게 되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정통이라는 말에 집어넣는 순간, 그 정통에 대한 판단과 가치는 줄어들고 고정된 틀만 남게 될 것이다. 이것이 에드워드 리가 생각하는 음식과 만나면 온전히 해석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변화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창의적 발상을 사그러들게 만드는 것이다. 이걸 경계한 것이 아닐까.

나는 이런 이야기에 끌린다. 두 문화가, 이를테면 이탈리아와 뉴잉글랜드의 문화가 서서히 점진적으로 연결되는 이야기. 미국 음식의 진화 과정에는 언제나 이처럼 전통과 혁신 사이의 긴장이 숨어 있다. 그런 긴장은 결국 우리가 가장 열망하는 음식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떠나온 고향과 선택한 고향이 서로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음식을 발견한다.(232쪽)

정체성의 문제는 쉽게 결론내리기 어려운 지점이 있을 것 같다. 솔직히 경험해보지 못한 '선택한 고향'의 문화가 어떻게 뿌리깊은 '떠나온 고향'의 색깔과 어우러질 수 있을 지는, 떠나 정착한 이들만이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음식과 그 음식을 만들어내는 이들의 이야기를 곰곰이 새겨보면, 결국 그들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시간 안에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문화와 음식, 그리고 전통이 담겨 있다. 그러니 우리가 음식을 만나는 건 그 음식을 만든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음식 책이 아니라 인류의 문화, 역사, 예술, 그리고 지역, 국가, 민족 등을 다각도로 다루고 있는 책이지 않을까.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대한 진심어린 관심과 호기심, 진지한 애정으로 담아내고자했던 한 사람의 기록이지 않을까.
그 사람이 에드워드 리여서, 참 좋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쿠키 두 개 소설의 첫 만남 33
이희영 지음, 양양 그림 / 창비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쿠키두개 #이희영 #양양 #창비 #창비선생님북클럽1기 #소설의첫만남 #서평단 #서평 #책추천

꿈은 신비하면서도 솔직한 세계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것도 숨길 수 없고 또 꿈에서는 꾸며 말하고 행동할 수가 없다. 진실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아야할 것 같은 세계가 꿈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꿈을 통해 자신을 들여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 같다. 꿈은 무의식의 세계라고 하던데, 그런 무의식을 우리가 흔히 알아보기란 쉽지 않으니까. 꿈을 통해 나의 무의식에 어떤 모습이 있는지 어떤 마음을 여전히 숨기며 살고 있는지를, 꿈은 보여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꿈은, 나를 드러내는 또 하나의 장치인 셈이기도 한 것이다.

이 아이들이 꿈을 통해 연결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보게 됐다.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런 연결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결과가 있겠지 싶었다. 그리고, 결국 결과를 얻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 의해 연결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손'의 정체를 통해 짐작했다. 마치 둘을 소개하고 또 알려주고 싶어 꿈이란 장치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 '손'의 존재가 분명 의도하고 있는 바가 분명 있을 수밖에 없다는 추측을 내내 하게 되었던 것. 다만, 그 의도가 무엇이고 또 그 '손'은 누구였을까, 궁금했었다.
속엣말을 다 하고 사는 사람은 없다. 다 할 수도 없기도 하고 또 그런 말을 들어줄 사람도 흔치 않다. 그러다보니 마음을 감추고 꾹꾹 눌러담기만 하며 사는 것일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담아낸 마음은 결코 다시 밖으로 꺼내기 전에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 알게 됐다. 어떤 방식으로든 무언가가 안에 들어오면 쉽게 나가지 않는다는 것. 특히, 사람과의 관계와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은 내가 그 감정을 털어내려하지 않는 이상 더욱 나가기 어렵다는 것. 단단하게 얽혀 있어 어느 것으로도 해소될 수 없는 장벽이 되고, 그 장벽 안에 자신을 가두어 더 가득 채운 마음이 된다는 것을 말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사소하고도 별거 아닐 지 모르는, 관심이다. 누군가가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말 한 마디, 누군가가 내밀어 준 손 하나일 수도 있다. 이 아이들에게는 커피 우유, 그리고 말차 쿠키 하나. 하지만 이건 그저 이들이 마주할 수 있는 핑계를 만들어주었을 뿐, 결국은 이 아이들 각자가 마음의 말을 있는 그대로 솔직히 말했다는 것이 있지 않을까. 결국 그래서 이들은 지금껏 마음 안에만 담고 있었던 감정을 다시 겉으로 드러낼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쿠키 두 개. 별 거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한 개가 아니라 두 개가 필요한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나도, 앞으로는 한 개 말고 두 개. 두 개가 갖고 있는 힘이 있구나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