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밀크 그래피티 - 양장, 음식과 사람, 인생의 비밀을 찾아 떠난 이균의 미국 횡단기
에드워드 리 지음, 박아람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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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삶과 마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단순히 음식을 따라가는 기행이라기보단, 각 이민자들의 삶과 그 뿌리를 찾아가는 기행이구나 싶었다. 물론, 그 기행의 아주 중요한 목적에는 음식도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오히려 에드워드 리가 각 이민자들과 나누는 대화, 그들을 대하는 방식과 자세, 그리고 그들의 음식에 배어 있는 삶과 전통을 중요시여기고 있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그리고, 그런 삶의 맥락이 어떻게 낯선 나라에서 유지되고 또 펼쳐지고 있는지에 더 주목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또 딱히 꼭 그 전통을 고수해야지만 된다는 고정된 사고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 각자의 문화가 새로운 문화와 만나고 또 어떻게 섞여 또 다른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갈 것인가 또한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 어찌보면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는 것만이 제 나라의 것을 지키고 잃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또 그것만을 강요하는 것이 오히려 계속 이어나가는 데 어려움을 줄 수도 있겠구나. 결국 하나만 생각해서는 안 되는 거지, 싶었다.

나는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음식에서 정통을 따지는 것이 불편하다. 정통이라는 말에는 옳은 것과 그른 것으로 나눠진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서다. 전통이 멈춰 있는 것이며 진화할 수 없다는 의미, 문화가 정적인 것이라는 의미가 은근하게 들어 있다.(302쪽)

옳고 그름으로 나눠 생각하게 되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정통이라는 말에 집어넣는 순간, 그 정통에 대한 판단과 가치는 줄어들고 고정된 틀만 남게 될 것이다. 이것이 에드워드 리가 생각하는 음식과 만나면 온전히 해석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변화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창의적 발상을 사그러들게 만드는 것이다. 이걸 경계한 것이 아닐까.

나는 이런 이야기에 끌린다. 두 문화가, 이를테면 이탈리아와 뉴잉글랜드의 문화가 서서히 점진적으로 연결되는 이야기. 미국 음식의 진화 과정에는 언제나 이처럼 전통과 혁신 사이의 긴장이 숨어 있다. 그런 긴장은 결국 우리가 가장 열망하는 음식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떠나온 고향과 선택한 고향이 서로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음식을 발견한다.(232쪽)

정체성의 문제는 쉽게 결론내리기 어려운 지점이 있을 것 같다. 솔직히 경험해보지 못한 '선택한 고향'의 문화가 어떻게 뿌리깊은 '떠나온 고향'의 색깔과 어우러질 수 있을 지는, 떠나 정착한 이들만이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음식과 그 음식을 만들어내는 이들의 이야기를 곰곰이 새겨보면, 결국 그들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시간 안에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문화와 음식, 그리고 전통이 담겨 있다. 그러니 우리가 음식을 만나는 건 그 음식을 만든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음식 책이 아니라 인류의 문화, 역사, 예술, 그리고 지역, 국가, 민족 등을 다각도로 다루고 있는 책이지 않을까.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대한 진심어린 관심과 호기심, 진지한 애정으로 담아내고자했던 한 사람의 기록이지 않을까.
그 사람이 에드워드 리여서, 참 좋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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