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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 아파트에 봄이 왔어요
주미경 지음, 민승지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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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산딸기 아파트 2층으로 이사가도 될까? 산딸기 아파트로 이사가서, 까망코와 친구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고도 싶고, 호두 씨와 책 이야기를 나누며 '호두 선생이 보랏빛 문을 두드렸어요.' 다음 문장을 함께 의논해도 좋을 것 같다. 도야 씨가 만들어 주는 산딸기 피자를 얻어먹고 싶기도 하고, 이제 더 이상 큰 소리로 말하지 않아도 되는 늑대 할아버지 아오 씨와 차 한 잔 함께 마셔도 좋을 것 같다. 언제까지고 산딸기 아파트는 봄기운이 가득할 것만 같은 느낌이니, 여기에 살면 늘 봄 기운 가득, 이웃들과 함께 따뜻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란디, 아파트를 칠해 달라고 연락한 게 누구요잉?"
그러게. 이건 좀 미스테리, 궁금한 지점이다. 누가 당깨 씨에게 편지를 써서 아파트에 페인트를 칠해 달라고 연락했을까? 다들 당깨 씨의 방문에 놀라고 예상하지 못한 일인 듯한 반응이었는데 말이다.
호두 씨일까? 다음 이야기를 쓰지 못하고 힘들어 하고 있어, 아파트를 새로 페인트칠하면 뭔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부탁한 것은 아닐까? 혹시라도 2층 도야 씨에게 차마 직접 말하지 못한 슬리퍼 이야기를, 당깨 씨를 통해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연락한 것은 아닐까? 사실은 '보랏빛 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이렇게 표현한 것은 아닐까?
도야 씨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집 밖으로 나갈 일이 없었지만 이제라도 아파트가 예뻐지면 그 예쁜 아파트를 보기 위해서라도 나갈 마음을 가졌던 것은 아닐까? 아니면 소풍 이후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그 아이들을 생각하며 아파트를 칠하고 싶어진 것은 아닐까?
설마 늑대 할아버지 아오 씨? 사실은 이웃들에게 관심도 많고 어울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선뜻 그러지 못하는 트라우마가 있다. 빨간 두건을 쓰고 귀를 보이지 않는 데에는 그만한 사정이 있을 거지만, 그 사정을 감추고 생활하고 있다. 그러니, 내심 이웃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 당깨 씨한테 연락한 것은 아닐까?
어쩌면 까망코가 이 모든 일을 계획한 것일 수도 있겠다. 당깨 씨가 산딸기 아파트를 찾아왔을 때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까망코였고, 페인트 칠하는 것과 관련한 의견을 제시한 것도 까망코다. 까망코는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이 컸고, 늑대 할아버지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갔다. 누구와도 서슴없이 친해지고 다가갈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모두 갖추어져 있던 아이가 까망코. 그러니, 까망코의 계획에 따라 각 이웃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며 자연스레 함께 보여 이야기 나누고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던, 큰 그림이 아니었을까?
누구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이 산딸기 아파트에 이들이 함께 지내게 될 지가 더 중요하다. 이미 산딸기 아파트에 봄이 왔다. 봄이 왔으니, 산딸기가 무르익고 그 싱그러움이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는, 그런 행복하고 따뜻한 시간이 오래도록 이어질 것 같다. 각자가 갖고 있는 조금은 부족하고 또 아픈 구석이 있다. 때론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감추고 되려 더 큰소리로 몰아붙일 때도 있다. 다른 이들과 소통하지 않고 혼자 모든 아픔을 끌어안고 지내기만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만 갖고 있는 아픔이 아닐 것이고, 그런 아픔도 함께하는 따스함의 나눔으로 조금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산딸기 아파트는 함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이제, 이들이 서로의 봄이 되어 따스함이 계속될 수 있도록 지켜주기만 하면 된다. 서로에 대한 배려도 이미 가득하다. 이런 아파트라면 서로 먼저 입주하겠다고 경쟁하게 될 듯.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