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의 다이어리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56
엘런 델랑어 지음, 일라리아 차넬라토 그림, 김영진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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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읽고 잠시, 아니 꽤 한참 후회를 했다. 나도 일찍부터 다이어리를 꼼꼼하게 쓸 걸... 하고. '리시'의 다이어리가 무척 부러웠다. 여기서 '리시'는 둘 다(같은 이름으로 마주선 두 '리시'의 관계에도 주목하게 된다. 세대를 넘어서면서도 연결되어 있는 느낌! 이 세상에 홀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져있다는 따뜻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얼마나 안심되는 느낌인지...)!
할머니 '리시'의 책꽂이 선반에 꽂혀있는 일기장들이 이렇게나 부러울 수가. 빼곡하게 채워진 이야기들이, 곧 삶의 축적이라고 생각하니 뭉클하기도 했다. 그리고 '리시'가 첫 일기장에 첫 일기를 쓰는 그 시작에, 마음이 살짝 떨렸다. 나만의 공간에 꾹꾹 눌러 적는 이야기에는 '리시'가 앞으로 펼쳐내고 싶은 모든 것이 담길 테니까. 그 처음의 설렘이 얼마나 기분 좋을지, 상상만으로도 리시와 함께 첫 일기를 써 내려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일기라는 것이 참 이렇게 묘하구나, 한번 더 생각했다. '리시'가 들고 있는 일기장에 걸려 있는 자물쇠와 열쇠.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만이 알고 싶은 이야기가 듬뿍 담길 것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어린 시절, 일기장에 저 자그마한 자물쇠를 달아놓고, 누군가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책상 서랍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던 추억. 그 일기장에는 웃고 울었던 일들, 나랑 누군가 사이의 이야기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의 내 감정까지... 나만 알고 싶고 나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담겨 있었다(물론, 내 다이어리는 꾸준히 쓰지 못해 띄엄띄엄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담긴 초라한 일기장이 되었지만...).
기록한다는 것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도 새삼 느꼈다. 수많은 시간들이 흘러가고 그 시간들을 살면서 많은 일들이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우린 그 시간과 일들 속에서 나만의 역사를 선택하여 기록한다. 그렇게 기록은 쌓여 비로소 '나'가 완성되고, '나'를 오롯이 기억할 수 있도록 해주는데, 그것이 바로 일기장이다. 일기 속에서 '나'의 역사는 숨쉬고 살아 움직이며, 그 자체로 '나'가 될 수 있는 것. 우리가 매일 특별한 일들을 거치며 지금의 오늘을 맞이한 것이 아니듯, '나'라는 사람은 그동안의 별거 아닌 듯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쌓여 '나'가 된다. 뭔가 거창하고 대단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모두 사소하여 별거 아닌 이야기로 하찮게 여길 필요도 없다. 그저 그렇게 오늘의 하루하루가 누적되면, 그 자체로 의미는 충분한 거니까.

_ "좀 전에 읽어 준 이야기들은 내가 너만 했을 때 쓴 거야. 난 그 일기장들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전부 모아 놨단다. 지금도 중요한 일들은 일기장에 다 서 놓지. 늘 기억하려고. 우리 리시도 일기 써 보고 싶니?"

과거의 일기장들을 잠시 꺼내보았다. 좋았던 일보단 그렇지 못했던 감정에 더 치우친 일기들이 대부분이지만(평소 농담삼아, '오늘 집에 가서 이불 뒤짚어쓰고 울 거야'라는 말 대신, '나 오늘 일기 쓸 거야'하는 느낌!), 그때의 솔직함을 오랜만에 대면하니 살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아, 일기가 이런 거였지, 심장이 소리없이 쿵! 했다. 할머니의 말씀처럼, 일기를 쓴다는 것은 늘 기억하겠다는 것. 그리고 늘 기억한다는 것은 그 어떤 순간들도 모두 소중히 여기겠다는 말이지 않을까.

몇년 전부터 매일 꾸준히 다이어리를 적어나가고 있다. 꼬박꼬박 써 내려간지 얼마 안 되었지만(많이 늦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나의 생각과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올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리시' 할머니의 선반에 올려진 일기장들처럼 나의 일기장도 고스란히 내가 될 수 있도록. 좋았던 일도 나빴던 일도 모두 다 나의 이야기로 완성될 수 있도록 그렇게.

_나의 첫 일기장에게
오늘은......

덧-
속표지를 보고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쩜 이리도 다이어리 감성에 꼭 맞는 속표지를 갖고 있을까!
알록달록, 아기자기, 앙증맞은 일러스트들...
모두 다이어리 꾸미기에 최적화된 그림들!
당장에 다이어리를 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이 숨어 있었다.
아무래도, "<리시의 다이어리>+다이어리" 세트가 있어야 할 듯.
이때 다이어리는 꼭! 자물쇠가 달려 있어야 함!

*서평단에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그림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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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디어리스
권오경 지음, 김지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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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에 대해 잘 모른다. 어린시절부터 딱히 어느 한 종교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한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일까 종교에 대한 맹신, 광신이란 단어들이 나에게는 쉽게 와닿지 않는다.
길을 혼자 걷다 보면 낯선 사람들이 자주 말을 걸어온다. 그 사람들이 어떤 의도로 말을 걸어오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의연하게 대화를 사양하고 걷던 길을 걸을 수 있다. 헌데 의문이 든 적이 있었다. 그들은 과연, 어떤 생각과 판단으로 그 수많은 거절의 말을 들으면서도 낯선 사람들에게 다가가 먼저 말을 걸 수 있을까. 그래서 대학 교정을 걷던 어느날, 그렇게 말을 걸어오는 누군가에게 나도 질문을 했다.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고, 그들이 하려고 하는 말에 계속 의도가 담긴 질문을 던졌다. 한참을 길에 서서 낯선 이와 대화(?)를 주고받았고, 어느 순간 그 낯선 이가 먼저 발길을 돌렸다. 너무 오래 전 이야기라 구체적으로 대화 내용이 생각나지는 않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는 것만은 분명하게 남아있다. 그래서일까. 더욱 이런 부류 사람들의 생각을 쉽게 이해하기란 어렵다.
그러다보니 종교와 관련한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지게 되면, 쉽게 말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비슷한 판단을 하게 되곤 한다. 그들이 갖고 있는 종교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그런 종교에 그토록 몰입하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이며 납득하기 어려운지 등등. 어쩌면 소설 속 '피비'에 대해 세간에서 떠들어대는 이야기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말들을 쉽게, 내뱉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고 내뱉는 모든 것들을 경계해야겠다는 생각 또한 든다.
'피비', '존 닐', '윌'. 이 세 인물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들의 삶 속에 믿음이 자리하고 그 믿음에서 벗어나게 되는 그 순간들의 마음을 더듬어보게 되는데, 아무래도 이들 모두에게 일차적으로 연민의 감정이 생긴다. 우리가 가끔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너무 깊이 알게 되면 미워할 수 없어진다고. 어떤 문제 상황 앞에서도 그들의 깊숙한 이유와 내면을 알게되는 순간, 그들을 이해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그런 비슷한 마음일까. 분명 두려워하며 비난하게 될 이들에게 우선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아보려 노력하는 마음(소설 초반, '윌'이 하려던 그 노력이 이것일까...)이 생겼다. 이들이 지금껏 살아오면서 부딪히고 아파했던 그 각자의 삶의 어느 한 지점에서 이들을 만나게 했겠구나, 하는 생각. 그래서 피비의 모든 면을 하나하나 되살리며 그녀의 삶을 온전히 이해해보려 노력하는 윌의 마음을 따라가보고 싶어졌다. 그들에게도 분명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그 삶의 위치에서 그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니까.
하지만 여전히 내 상식으로는, 그런 일련의 행위들이 반사회적이며 불특정 다수의 타인을 위험하게 만드는 믿음이라면 어떤 경우라도 용납할 수가 없다. 아무리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이루어지는 이해의 노력이라 하더라고, 그것으로 인해 또 다른 누군가는 지옥과 같은 어둠을 경험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들이 자신들의 어둠을 극복하겠다고 다른 이를 또 다른 어둠으로 몰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무시무시한 일인가. 그런 면에서 여전히 '제자' 사람들의 행방을 확인할 수 없는 소설의 후반부를 읽으며, 무서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다 읽고, 다시 1장을 읽었다. 윌은 어떤 마음으로 이들이 함께한 시간들을 떠올리고 기억하며 기록했을까가 다시금 궁금해져서.

하지만 여기서부터 나는 상상이 잘 안 돼, 피비. 건물들이 무너졌잖아. 사람들이 죽었고. 예전에 너는 내가 이해하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고 했지. 그래서 지금 난 노력하고 있어, 이렇게.(12쪽)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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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대를 위한 첫 심리학 수업 사계절 1318 교양문고
이남석 지음 / 사계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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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수업을 제대로 들은 기분이다. 십 대를 위한다지만, 사십 대인 나에게도 유익한 책이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지금껏 이정도도 모르고 살아왔나 싶을 테지만, 그만큼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꼼꼼하게 심리학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섬세하게 잘 정리해놓았다는 뜻이다. 꼭 십 대가 읽어야 하는 책은 아니라는 거다. 심리학을 처음 알고싶다면 어느 누구에게라도 적극 추천!
지난 학기 대학원에서 상담 수업을 들었다. 상담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심리학이고, 그러다보니 수업을 들으며 심리학과 연관된 이야기에 흥미가 생기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이 책에 소개되고 있다(어쩜 제시하고 있는 사례까지도...). 뭔가 반갑기도 하고 나도 공감하고 있던 이야기가 여기에서도 확인이 되니 괜히 (내가 쓴 것도 아니면서) 뿌듯해지도 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여기서 확인하게 되는 순간! 알고 있으니 더욱 흥미롭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었다. 물론, 처음 심리학을 접하는 십 대를 위해 쉽고 편안한 내용들로 가득 채워져 있으니 더욱 흥미로울 수밖에.

상담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치료'가 목적입니다. '위로'도 하지요. 하지만 '치료'가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그래서 의뢰자가 자신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이해해서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회가 될 때마다 도우려 합니다.(50쪽)

그렇지, 하고 고개를 크게 끄덕이다가도 정말? 하고 내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순간들이 생겼다. 이건 내 얘기? 혹은 지금껏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의 심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기도 했다. 자꾸만 나를 더욱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인간은 정말 행복을 원할까요? 아닙니다. 인지심리학자들이 밝힌 바로는 행복을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에 더 가깝습니다. 카너먼은 '행복'과 '만족'을 구분해서 연구했습니다. 카너먼의 주장에 따르면 행복은 순간적인 경험이며 곧 사라지는 감정입니다.(85-6쪽)
'공격성의 원인? 외부 자극이 아니라 내적 보상을 위해서라고? 그걸 어떻게 알아? 도파민이 있고 없고에 따라 생명체가 어떻게 다른 행동을 하는지 직접 관찰했어? 아, 그렇구나!'(92쪽)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래서 심리학이 참 알쏭달쏭하면서도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묘미를 갖고 있다. 단순히 그럴 것이라고 짐작만 하지 않고 그 깊숙한 과학적 원리를 찾아내려 실험하고 관찰했던 학자들의 성격도 참 남다르구나 싶기도 했다(그 남다름이 사이코패스의 뇌라니!). 그러니 우리는 편견과 맞서 싸워야한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된다.

사실 전공이 문제가 아니라 MBTI를 만든 분들은 과학으로서의 심리학에 걸맞은 활동을 하지 않았어요. 이 검사가 대중적으로 널리 쓰이자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검사 내용을 바꾸는 정도로만 대응했지요. 심리학회에서도 MBTI가 워낙 대중적이다 보니 언급을 하는 것뿐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MBTI는 심리학에서 과학적으로 공인되지 않은 검사인 거죠.(118쪽)

이제 좀, MBTI에서 벗어나야하지 않을까. 언제까지 농업학과 출신 어머니와 정치학과 출신 딸의 생각으로 만들어진, 정확하지도 않은 검사 결과로 사람을 구분짓고 고정하려들 것인가. 사람을 나누는 기준으로 삼지 말자(인력 채용 시 활용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건 좀 아니지 싶었는데, 이 책에서 명확히 해 준 것 같다. 그러지 말자!). 재미로만 끝내지 못할 거라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말자.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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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모르는 엔딩 사계절 1318 문고 116
최영희 지음 / 사계절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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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되지 않은 이야기>
우스갯소리로 자주 했던 말이었다. 중2 무서워서 아무도 쳐들어오지 못한다는 말. 하지만 내가 겪은 중2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시기에 당연히 보여야 할 모습을 너무도 충실히 따르며 잘 커나가고 있는, 멋지고 귀엽고 때론 끔찍하지만 예쁜 아이들이다.
그래서 이 소설이 참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여기에 있다. 우리의 중딩들을 있는 그대로 봐줬다는 것. 절대 외계인도 감당 못할 외계의 존재들이 아님을 알아봐줬다는 것. 기영이와 라임이 파이팅이다!

"외계인도 대한민국 중딩들 무서워서 못 쳐들어온다잖아."(10쪽)
그들은 자기 삶을 살아갈 뿐이며, 그네들의 삶은 언제나 현재형이다. 이 문서를 읽는 당신이 그러하듯.(33쪽)

<최후의 임설미>
이렇게 기발하고 재밌어도 되는 건가? 우리의 삼선 슬리퍼에 담긴 비밀이 이렇게 거대해도 되는 것이냔 말이다. 소설을 읽으며 삐죽삐죽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 없었다. 삼선 슬리퍼에 이렇게도 진지하게 집중하게 되다니. 그리고 이렇게 사람을 정신 집중하고 문장을 여러번 읽게 만들다니. 이 소설의 힘이란, 대단하다!

정상이란 다수의 개념이자 다수를 위한 개념이다. 단 하나의 존재를 위한 개념이 될 수 없다.(...)
"넌 틀렸어, 오시택. 정상이 늘 다수의 개념인 건 아니야."/정상과 비정상은 다수냐 소수냐로 가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71쪽)

<너만 모르는 엔딩>
만약 누군가가 나의 인생을 원하는데로 설계하라고 한다면, 과연 나는 어떤 설계를 하고 싶을까? 원하는대로 다 이루어지는 그 과정은 흥미롭고 재미있을까, 아니면 이미 다 알고 있어 씁쓸하고 고요하기만할까? 아무래도 인생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을 때 갖는 긴장과 짜릿함, 그리고 그 속에서 겪는 역경과 고난이 있어야 제대로 인생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삶이 예상하는대로만 흘러가면 재미 없지!

그러자 홉 씨가 손끝으로 호재의 이마와 가슴을 차례로 건드렸다./"호재 군은 여전히 같은 사람이죠."(103쪽)

<그날의 인간 병기>
훤이가 방안에서만 지내며 보낸 그 시간들이 참 가슴아팠다. 분명 경수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사실은 훤이의 이야기였다. 훤이가 방 밖으로 나와 자신의 목소리를 힘차게 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팠던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 면에서 희대는 정신 좀 차려야하고, 경수는 훤이랑 잘 지내야하고, 그리고 우리의 훤이는 이제 훨훨 날아올랐으면 좋겠다!

"누나, 서울 몇 바퀴만 날고 올게요!"(...) T-998은 달까지 날아갈 기세였다.(135쪽)

<알파에게 가는 길>
어린시절부터 알게모르게 주입되었던 생각이 인간과 기계의 차이였다. 기계는 감정이 없고 고통을 느끼지 못하며 인간만이 그것들을 할 줄 아는, 그래서 인간적이라는 말. 그래서 인간적이라는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니까 미카가 그동안 준비해왔던 모든 것을 포기할만큼 이토록 간절하게 약속을 지키려 했겠지. 그러니 어떤 것도 내가 안다고 생각한 것들이 정답은 아니라는 걸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어떤 것도 아닐 수 있다!

진아를 보고서야 베타는 자신이 왜 이런 일을 계획했는지 알 것 같았다. 꼭 살아남아서 만나러 오라던 말은 원인간의 명령이 아니었다. 그건 둘의 약속이었다.(...) 오랜만이야, 나의 알파.......(163쪽)


덧-
아무래도 중2 아이들과 이 소설들을 함께 읽어봐야겠다. 같이 읽으면 재밌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 것 같다. 생각만으로도 신나는 상상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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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의 빛 - 빛의 세계에서 전해 주는 삶을 위한 교훈
로라 린 잭슨 지음, 서진희 옮김 / 나무의마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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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밝음이다. 밝음은 긍정의 에너지이며, 그 긍정의 빛이 우리 사이에 존재한다. 여기서 우리란, 저 세상과 이 세상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고, 이 모든 것은 사랑을 기반으로 형성된다. 이것이 이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접했다고 생각되는 단어가 '사랑'이다. 모든 빛은 사랑이 기본이 되어 우리 곁에 머문다는 것이다. 만약 다른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면, 또 그렇고 그런 뻔한(어쩌면 너무 추상적이고 아름답기만 한) 이야기일 뿐이라고 넘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뭔가 달랐다. 그냥 진심으로 그렇구나, 사랑을 향해 모든 에너지가 모이는구나, 싶었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이야기(존과 부의 이야기)를 읽으며 결국 뭉클했다. 어쩜, 이렇게 감동을 받게 될 줄이야.
그동안 우리가 오해하도록 만든 것은 상상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상상 뿐이니까. 상상으로 만들어낸 이야기와 형상들이 결국 우리에게 부정적인 편견을 만들어준 결과, 우리는 크게 저세상에 대한 오해를 안고 살아왔다는 생각을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껏 죽은 이의 모습은 늘 공포를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려지기 쉬웠다. 우리 곁에 죽은 이를 떠오르면 늘 창백한 가운데 상처를 입고 그 형태 그대로 무서움을 만들어낼 요소로서 자주 등장하곤 했으니까. 그러다보니 그들의 생각과 의식을 따라갈 생각을 잘 하지 못했다. 그러니 오해가 사실인 양 의심조차 하지 않았겠지.
하지만 이제 이 책을 읽은 이상, 더이상 오해할 마음은 전혀 없다. 그리고 이제는 서늘함이 아닌 따뜻함으로 이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러니 오랜 시간 알게모르게 사람들을 장악하고 있던 오해의 깊은 고리를 이제 그만 끊어도 좋을 듯하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이 이야기가 곡해되지 않고 사람들에게 있는 그래도, 밝은 빛으로 읽기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책에서는 '초능력자' 혹은 '영매'라는 말로 불렀지만, 사실 이런 특별한 단어로 지칭하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책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그저 공감할 줄 아는 능력 내지는 공감각을 매우 강하게 갖고 있을 뿐이고, 이런 능력은 누군가를 향하는 따뜻한 사랑과 배려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어쩌면 우리 모두도 이와 유사한 감각을 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책에서처럼 우리 뇌를 우리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된다면, 모든 이들이 이런 공감 능력이 키워지고, 그러면 상처받고 아파하는 사람이 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이다.

그러나 몇 년이 더 지나서야 나의 그런 낯선 능력이 그리 이상한 것이 아니며, 공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공감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함께 나누는 능력을 말한다.(38쪽)
이 편지에 쓰인 모든 것이 순수하고 긍정적이고 아름다워. 모든 게 치유와 관련한 것이고. 당신이 하는 일이 곧 치유인 거야.(132쪽)

그리고 우리 사이를 이어주고 있는 고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선택과 행동에 마음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만든다. 우리 주변의 모든 이들과 관계,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상황들은 모두 이유가 있겠구나 싶다. 절대 어느 것 하나도 관련되지 않은 것이 없다는 생각, 그런 생각이 곧 우리의 삶을 조금은 더 선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세상과 이야기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같다.

우리는 한때 우리가 사랑했던 모든 이들과 빛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끈은 절대 끊어지지 않는다.(138쪽)
우리가 하는 선택들, 특히 모든 선행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귀중하다. 찰리와 로즈앤이 한 행동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모든 영혼이 지닌 집단 에너지에 영향을 준다. 찰리와 로즈앤이 했던 행동이 중요한 이유는, 그들이 우리가 지닌 가장 위대한 선물, 즉 가장 작은 생명체조차 사랑하고 치유하는 무한한 능력을 실행에 옮겼기 때문이다.(207쪽)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모두 뒤얽혀 있다. 우리 모두는 서로의 운명과 미래에 개입하고 있다.(331쪽)

우리가 더욱 소중해지는 오늘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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